April 16, 2024
KCNA Tongil Voice

《임원준의 음흉한 꾀》

Date: 19/03/2019 | Source: Tongil Voice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임원준의 음흉한 꾀》

>                 <

서하 임원준은 젊어서 재주와 명성이 뛰여났다. 세조 병자년에 문정공 어세겸과 함께 과거시험을 치게 되였을 때였다. 임공은 어공과 이렇게 약속하였다.

《나는 표문짓기에 능하고 자네는 부를 짓는데 능하니 우리 두사람이 각각 자기가 능한쪽의 글을 두편씩 지어 서로 바꾸기로 하세. 그러면 고생하지 않고도 표문과 부를 갖추게 될것이 아닌가.》

어세겸은 그렇게 하겠노라고 순순히 허락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저녁녘이 되여 어세겸이 임원준에게 자기가 지은 부 한편을 주면서 그에게 표문 한편을 내라고 하였다. 그러자 서하가 《내가 오늘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겨우 표문 한편밖에 못 지었네. 부는 붓끝이 나가는대로 써볼가고 생각하는중일세.》라고 하는것이였다.

어세겸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제나름으로 표문을 짓지 않으면 안되였다.

합격자명단이 발표되는 날 서하는 글을 아는 남종을 시켜 가서 보고 오라고 하면서 《그저 합격자명단의 첫머리만 보아라. 틀림없이 내 이름이 거기에 있을게다.》라고 하였다.

종이 돌아와서 서하에게 보고하기를 《주인님의 이름은 두번째에 올라있습니다.》라고 하는것이였다. 서하는 깜짝 놀라 《장원은 누구더냐?》하고 물었다.

《어세겸입니다.》

서하는 부랴부랴 어세겸을 찾아가서 시험지의 초고를 보자고 청하였다.

어세겸은 잃어버렸다고 말하더니 그 자리에서 써서 보여주었다. 그런데 부의 초고가운데서 중요한 네댓구는 일부러 빼고 보여주는것이였다.

그래서 서하가 의아한 눈길로 《이따위 부로 장원이 되다니 참 괴이한 일이로군.》라고 하였다. 그제서야 어세겸은 일부러 빼버렸던 네댓구를 마저 채워서 써넣었다.

서하는 련속하여 세번을 읽고나서 《과연 나로서는 당할수 없네.》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와 뒤간에 가서 변을 보다가 생뚱같이 조꼬마한 아이종에게 《어세겸의 부야말로 정말 잘된 글이다.》라고 하였다.

대개 서하가 어세겸과 처음에 약속한것은 어세겸을 속여넘기고 장원급제하자는 속심에서였다. 그래서 동료들이 서하의 음흉한 속임수를 알게 된것이다.

>                    <

야담을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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