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공실화

《태양의 품에 안긴 련공인사들》

(제4회)

상해에 닻을 내린 망명정부

상해에 프랑스조계지가 설치된것은 1866년이였다. 조계지일반이 그러하듯이 프랑스조계지도 치외법권지역으로서 중국은 물론 일제를 비롯하여 타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였다.

1919년 4월 초순 상해에 모여있던 독립운동자들은 금후 반일독립운동의 방향을 놓고 론의가 분분하였다.

그들은 빠리강화회의나 국제련맹설립회의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의 독립청원운동은 독립운동단체의 명의가 아니라 망명정부의 명의로 진행하는것이 적법성도 띠고 효과도 크리라는것, 당면한 독립운동의 중심지, 망명정부의 소재지로서는 상해의 프랑스조계지가 가장 합당하다는것에 의견을 모았다.

그리하여 국내와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한다던 사람들이 상해에 모여들었는데 그 수는 무려 1 000여명이나 되였다.

1919년 4월 11일에는 손정도목사의 제의로 상해 프랑스조계지 김신부로 22호에서 29명의 대표들이 모여 망명정부를 세우기 위한 림시대표회의를 열었다. 림시대표회의 의장으로는 년장자인 리동녕, 부의장으로는 손정도목사가 선출되였다.

회의는 국내의 각처에서 모여든 파벌대표들의 각이한 주장으로 처음부터 옥신각신판이 되였다. 조소앙, 리시영 등이 만든 림시정부헌법초안과 림시정부조직법안을 놓고 3. 1《독립선언서》에 서명한 국내의 《민족대표》 33인을 인정하고 우대하느니 마느니, 구한국의 리왕가를 우대하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를 가지고 론난이 빚어진데 이어 미국에 있는 리승만의 국무총리지명문제와 관련해서는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말싸움이 벌어졌다.

평소부터 리승만의 위임통치론과 자치론을 심히 못마땅히 여겨오던 신채호는 《리승만은 리완용보다 더 큰 역적이다. 리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리승만은 아직 나라를 찾기도 전에 팔아먹은 놈이다. 리승만을 국무총리로 앉히려는 놈은 모두 역적놈들이다. 너희들이 정 그놈을 국무총리로 지지한다면 나는 이 회의를 불신임하겠다.》라고 추상같은 항의를 터뜨리였으며 림시정부를 탈퇴한 다음에 발표한 《조선혁명선언》에서도 리승만을 되게 비판하였다.

리승만은 1875년 3월 26일 황해도 평산군 릉내동에서 리씨왕족의 방계후손으로 태여났으며 16살때 미국선교사가 세운 서울배재학당에 입학하면서부터 숭미사대주의가 골수에 배긴 놈이였다.

리승만은 1945년 10월에 미군정청의 앞잡이로 서울에 들어왔으며 1948년 8월 미국이 조작한 괴뢰정부의 《대통령》으로 되였다. 리승만은 남조선을 미국의 완전한 식민지로, 군사기지로, 인간생지옥으로 전변시켰다. 리승만은 미국의 사촉밑에 1950년 6월 25일 남조선괴뢰군대를 내몰아 공화국북반부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개시함으로써 전체 조선인민에게 헤아릴수 없는 재난과 고통을 가져온 민족의 반역자, 극악한 원쑤였다. 1960년 남조선전역을 휩쓴 4. 19인민봉기에 의하여 썩은 호박꼭지가 떨어지듯 대통령자리에서 쫓겨나 하와이에서 개보다 못한 더러운 목숨을 간신히 이어가다가 거기에서 죽었다.

후날 어느 한 력사가는 리승만의 만고대죄를 성토하는 마당에서 민족적수치와 울분을 참을길 없어 《조선사람들이 리승만을 만고역적이라고 하는 리유가 그 가지수를 꼽자면 이루 헤아릴수 없다. 리승만은 육체도 혼도 그리고 자기의 녀편네마저도 미국에 저당잡히는 민족적수치를 남겼다는 그 하나의 리유만 가지고서도 배달민족의 족보에서 추방되여야 한다.》고 규탄하였다.

아직 찾지도 못한 나라를 두고 외세에 팔아먹으려는 리승만의 만고대죄를 두고 회의에서 신채호의 폭탄같은 항변을 들은 려운형은 《상해림정》으로부터의 탈퇴를 결의하였으며 이후로는 《림정》에 대해 무시하거나 반대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갑론을박의 론쟁끝에 10개 조항의 림시헌장과 《림정》조각명단 및 6개 항의 《정부정강》이 채택되였다.

림시의정원회의에서 채택된 《림시의정원법》에 따라 국내 8개 도와 로씨야, 중국, 미국의 11개 지방대표회를 구성하고 33명의 지방의원을 선출하였다.

이리하여 립법부격인 림시의정원과 행정부격인 림시정부로 국가체모를 갖추고 4월 17일 프랑스조계지 하비로 장안리 60호의 초라한 세방건물에 《대한민국림시정부》라는 간판을 내걸게 되였다.

《대한민국》이란 원래 《대한제국》인데 이것은 리씨왕조의 마지막 국호로서 1897년 10월부터 1910년 10월 22일까지 사용되였다.

1897년 2월 20일 고종이 《아관파천》에서 환궁한지 8개월이 지난 10월 12일 황제즉위식을 거행하면서 고대 부족명칭이였던 《한》과 고구려, 신라, 백제를 합친 고려의 별칭 《한》(또는 《3한》)을 계승한다는 뜻을 담으면서 그 격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대한제국》(략칭 《한국》)으로 국호를 정했다. 이 국호가 외교관계상 처음 쓰인것은 1904년 2월 23일 《한일의정서》의 체결때부터였다.

상해에 망명한 민족주의독립운동자들은 림시정부헌장을 기초할 때 《대한제국》국호를 《대한민국》(략칭 한국)이라는 《림시적인 국호》로 제정하였다.

《상해림정헌법》토의때 손정도, 신채호 등 애국지사들은 아침해 빛난다는 의미의 《조선》이나 제일 아름다운 나라라는 의미의 《고려》를 국호로 정하자고 주장했었다. 그래서 앞으로 나라가 완전독립된 다음 전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최고주권기관에서 《조선》또는 《고려》라는 국호를 정하기로 하고 잠정적으로는 《대한민국》으로 하기로 락착지었던것이다.

대부분이 현지에 있지도 않는 인물들로 조각한 지상공문격의 명단이 발표되고 간판은 내걸었지만 손정도의장, 리시영법무총장, 조소앙비서장 세사람이 낡아빠진 책상 하나씩 차지하고 방을 지키였으며 문지기를 자청한 김구가 접수며 집무, 경비를 도맡아 처리하였다.

애국적인민대중의 앙양된 반일기세에 편승하여 발기시킨 한낱 망명객들의 독립운동단체에 불과한 《상해림정》, 《3. 1운동의 피의 결실》로 조선독립운동선상의 획기적인 사변인양 요란스레 광고하면서 한껏 부푼 기대와 운명적인 희망을 싣고 날바다를 향해 닻을 올린 《상해림정》호 범선, 이제 타수도 키도 없는 어설픈 쪽배가 어떤 풍랑을 헤쳐넘고 암초를 에돌면서 어느 나루에 가닿겠는지 아직 그 항로를 예측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