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5, 2024
KCNA Tongil Voice

《백성은 나이가 벼슬》

Date: 12/06/2019 | Source: Tongil Voice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백성은 나이가 벼슬》

>                                <

《세상에서 사대부를 분개없이 쫓아다니며 옳지 못한데 붙어 자기의 자취를 더럽히는 사람들은 김성기를 보며 부끄러움을 알것이다.》

이것은 김성기의 말년에 그의 음악을 듣고 감동을 금치 못한 정래교가 김성기의 전기를 소개하면서 그의 강직한 성품에 대하여 쓴 구절이다.

김성기는 비록 지위와 신분이 낮은 천민출신이였으나 항상 음악가라는 높은 긍지와 자존심을 가지고 량반사대부들의 권세와 전횡앞에서 굽신거릴줄 몰랐다.

어느날 김성기가 은거해 살던 곳에 당시 왕을 등에 업고 전횡을 부리던 호룡이라는 자가 하인을 보내여 그를 불러댔다.

이자는 원래 궁중의 하급관리였는데 봉건통치배들의 당파싸움인 《사화》때에 아첨과 간신질로 한몫 보고 왕의 신임을 받아 귀족칭호까지 얻은 놈이였다.

원래 성미가 조폭한데다 무고한 사람들을 파리잡듯이 물어메친 공로로 권력까지 쥐고 살기등등해진 놈인지라 웬만한 세도량반들도 호룡이앞에서는 고양이앞의 쥐처럼 설설 기였다.

권세를 잡은 호룡은 날마다 먹자판을 벌리며 숱한 기생과 음악가들을 끌어다놓고 풍악까지 곁들여 진탕치듯 놀아대고있었다.

이놈은 그날도 저들 패거리들을 모아놓고 놀이판을 벌리던중에 량반들의 청에 응할줄 모른다고 소문난 김성기를 두고 내기까지 걸며 불러댔던것이다.

김성기는 제 주인의 세도를 믿고 반말과 위협으로 거드럭거리는 하인의 거동이 아니꼬왔으나 몸이 불편하여 갈수 없노라고 점잖게 거절하였다.

하인의 말을 들은 호룡은 대노하여 소리쳤다. 《고현놈,량반이 찾는데 천한 광대놈이 코대를 세워? 여봐라,네가 가서 량반도 몰라보는 그놈들을 당장 잡아오너라!》

이번엔 힘깨나 쓸만한 험상궃은 하인을 보냈다. 그러나 또 허탕이였다.

사람들앞에서 망신 당한 호룡은 성이 독같이 올라 사흘 굶은 승냥이가 달을 보고 으르렁대듯 미쳐날뛰였다.《성기 이놈 ,네놈이 나를 욕되게 하고 무사할줄 아느냐. 여봐라,너희들 몽땅가서 끌어오너라. 이번까지 안오면 깝질을 벗겨 매달겠다고 전하라!》

호룡은 대청마루를 쾅쾅 두발로 구르며 게거품을 물고 소리개를 질러댔다.

급해 맞은 하인들 대여섯이 우르르 몰려갔다.

그때 김성기는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한창 비파를 타고있었다.

하인들에게서 호룡의 호통질을 전해듣던 김성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비파를 들어 하인들앞에 힘껏 내동댕이쳤다. 너무도 분격하여 허연 턱수염이 와들와들 떨렸다.

《무엇이 어째? 미운 강아지 우쭐거리며 똥 싼다더니. 호룡이 이놈! 네가 사람들을 모함하여 죽이기를 일삼더니 이젠 나까지 어찌겠다구. 어림도 없다. 이놈, 내 나이 일흔이다. 죽는것을 두려워할줄  아느냐, 이놈. 내 너따위놈들이 노는 꼴이 보기 싫어 서호에 묻혀 살길 결심한 사람이다. 그래, 내 거문고가 물고기들의 벗이 될지 언정 사람가죽을 쓴 너따위놈의 술안주 노릇을 할상 싶으냐 이놈!》

김성기는 세살적의 젖밸까지 치밀어 오르는 소리로 발을 탕탕 구르며 하인들을 몰아댔다.

《이놈들아, 당장 가서 내 말을 그대로 전해라. 이 김성기가 뉘집 개가 룡상에 올라 짖느냐 묻더라고 일러라. 썩 사라지지 못해, 이놈들!》

하인들이 쫓겨간후 친구들이 후환이 걱정되여 말했다.

《여보게, 민충이 쑥대에 올라간듯 하늘 높은줄 모르고 날치는 놈인데 그러다 랑패를 볼가 걱정이네.》

김성기는 아직도 분이 삭지 않은듯 가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내 이제 살면 얼마나 살겠나. 허나 권세가 두렵고 죽음이 무서워  고상한 음악이 타락한자들의 술상에 올라 모독당하는것을 허용한다면 어찌 량심과 지조를 가진 음악가라고 감히 행세할수 있겠소. 걱정들 마오. 백성은 나이가 벼슬이라 했거늘. 제놈이 감히 어쩔라구. 어험!》

김성기는 뺨 맞은데는 구레나룻도 부조 한몫 한다는듯 허연 턱수염을 벅벅 내리쓸었다.

그 시각 호룡놈은 늙은 음악가 하나 휘여잡지 못하여 코를 떼운것이 얼마나 망신스러웠던지 얼굴이 벌겋게 되여 가슴만 박박 쥐여뜯고있었다.

야담을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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