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5, 2024
KCNA Ryomyong

비가 오나 눈이 오나(제16회)

Date: 15/09/2019 | Source: Ryomyong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중편수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제16회)

김흥곤

4. 첫 투쟁

(3)

이렇게 나는 교단에서부터 투쟁의 첫걸음을 떼게 되였다. 나는 산수와 리과, 지리, 체조와 같은 과목들은 착실히 배워주었으나 왜놈들이 《국어》과목으로 제정한 일본어와 수신(《황민화》를 위하여 정신적수양을 가르친다는 과목), 왜놈들의 《기미가요》와 군가들을 가르쳐야 하는 음악과목들은 왜말이 서툴다든가 풍금을 잘 칠줄 모른다든가 하는 구실을 대여 의식적으로 태공하군 하였다.

특히 《국어》시간에는 교과서의 내용을 형식적으로 알려주고는 앞으로 학생들이 졸업하면 농사를 짓거나 시집을 가야 하겠는데 그러면 조선말을 알아야 편지라도 제대로 쓸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 말공부를 위주로 배워주었다.

그러자 학부형들은 모두가 김선생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자식들에게 조선의 넋을 심어주기 위해 애쓰는 아주 훌륭한 선생이다, 조선사람이 조선말을 배워야지 알아듣지도 못할 왜나라말을 배워서는 어디에 쓰겠는가, 선생이 참 잘한다! 하고 기뻐하였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왜놈교장은 《국어》시간에 조선말을 가르친것은 엄중한 반일불온행위이라고 하면서 노발대발하였다.

나는 놈에게 학부형들도 모두 좋다고 하는데 수업시간에 조선말을 가르치는것이 안된다면 과외시간이나 집에 돌아가서라도 조선말공부와 조선말로 편지쓰는 법을 배워주자고 제기하였다. 교장놈은 일본어를 국어로 사용하며 조선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것은 국책이라고 하면서 5, 6학년학생들의 학부형회의를 소집하였다. 학부형들부터 설복하여 《국어》사용을 지지하게 하려는 속심에서였다.

그러나 학부형회의에 참가한 부모들은 한결같이 《우리는 다 조선말밖에 모르고 집에서도 늘 우리 말을 하는데 애들이 일본말만 배우니 앞으로 가정에서 부모자식간에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할수 없게 될것이다. 우리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것을 김선생이 배워주면 좋은것이지 나쁠것이 무엇안가. 김선생을 더는 추궁하지 말아달라.》고 강경하게 요구해나섰다.

그러자 왜놈교장은 이 문제를 경찰서에 통보하여 나를 반일불온분자로 몰아붙이도록 하였다.

결국 이 일은 학교를 벗어나 서창면안의 9개 리에로 번져가 《김선생이 옳다.》느니, 《교장이 너무하다.》느니 하며 갑론을박하게 되였고 나중에는 군청에서 시학까지 내려오게 되였다.

군청시학이란 놈은 전말을 알아보고나서 김흥곤은 조선적으로 처음으로 16살에 교원자격검정시험에서 합격되여 교원으로 된 전도유망한 《모범교원》인데 아직 일본교육제도와 법을 잘 몰라서 그런것이니 관대히 용서한다고 하면서 교장놈에게는 젊은 선생을 잘 도와줄 대신 경찰서에 통보하며 일을 복잡하게 만든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훈계하였다. 그것은 이 사건을 계기로 나를 저들의 식민지노예교육의 충실한 집행자로 만들어보려는 속심에서 내린 판결이였으나 어쨌든 일은 무난하게 넘어갔다.

나는 청년훈련소에서 훈련생들을 잘 이끌어 반일독립운동에 떨쳐나서도록 하기 위한 투쟁도 벌려나갔다.

내가 병업삼촌에게서 들은 조선인민혁명군과 조국광복회의 투쟁에 대한 소식을 들려주자 그들은 한결같이 당장 조선인민혁명군에 입대할수는 없는가, 우리 서창면에도 조국광복회 분회를 조직하고 왜놈들과 싸우자고 들고 일어나는것이였다.

나는 그들의 흥분을 눅잦히며 항일유격대에 참군하거나 조직을 뭇는 문제는 앞으로 더 구체적으로 토의하자고 하면서 당면하게는 청년훈련소에서 받는 훈련에 어떻게 참가해야 하겠는가 하는 문제를 토의에 붙이였다.

청년들은 아예 훈련을 거부해나서자고 윽윽해나섰다.

하지만 나는 머리를 저었다. 그렇게 되면 소장놈이 경찰놈들과 짜고 마을마다 다니며 강제로 끌어낼것이고 놈들의 주목도 받게 될것이니 우선 가을걷이가 바쁘다는 구실로 3분의 1만 나오고 나머지는 태공하는 방법으로 참가하며 참가해서도 형식적으로 시간만 채우는것이 어떤가고 물었다. 그들은 그 방법이 좋겠다고 찬성해나서면서 다른 청년들한테도 알려주어 실천에 옮기는것으로 투쟁을 시작해보자고 결의해나섰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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