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조선인터네트신문 《프레시안》 2020년 1월 15일부에 실린 글 -

 

강남역사거리의 철탑에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한 로동자가 올라가있다. 철탑에 오른 김용희와 그 철탑아래서 함께 공조투쟁을 이어가고있는 삼성중공업해고로동자 리재용은 삼성안에서 로동조합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다가 기업과 당국으로부터 온갖 폭력을 당하고 24년 넘게 싸우고있다. 그 투쟁이 철탑에 오르는 순간 우리 사회에 전면적으로 드러난 불편한 진실들은 무엇일가?

《한국인권신문》이 주관하는 《인권대상》에 리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정되여 론난이 일어났다. 후에 리재용부회장의 《인권대상》을 취소하긴 하였으나 후보에 올랐다는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수 없다. 삼성반도체 백혈병문제만 해도 11년의 투쟁끝에 작년에 겨우 보상문제가 봉합되였으며 삼성의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로조와해혐의로 실형을 받았고 강남역의 두 해고로동자도 200일 넘게 고공롱성중에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인권대상》을 둘러싼 이 문제를 코미디로만 리해할수 있을가? 삼성의 리재용부회장과 삼성의 해고로동자 김용희, 리재용이 과연 같은 인권을 가지고있다고 볼수 있을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가 권력을 가지게 된다. 리재용부회장은 많은 부와 그 부를 만들어내는 생산수단을 거머쥐고있고 삼성해고로동자 김용희, 리재용은 자신의 생존조차 위협받는 로동자이다. 그렇기에 리재용부회장은 마음만 먹으면 그 두 로동자의 인권을 제한하고 통제할수 있다.

이 사회는 겉으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인권》을 가지고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를 지배하는것은 사적소유에 기반한 착취관계이며 이를 통해 부를 쌓은 자본가계급이 민중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구조라는것이다. 강남역사거리 두 로동자의 롱성은 우리 사회가 은페하고있는 이와 같은 기만성을 우뚝 솟은 철탑우로 드러내고있다.

이는 또한 우리 사회에 계급이 존재한다는것을 나타낸다. 우리 사회에 계급투쟁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방귀를 뀔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 힘든 리유와 그 해결책을 계급에서 찾지 않고 다른 곳에서 찾는다. 누구는 세대에서 찾기도 하고 누구는 개인에게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더이상 계급이란 없다며 한물 간 개념으로 취급하지만 김용희, 리재용의 24년이 넘는 끊임없는 삼성과의 싸움은 계급을 말하지 않고는 설명할수 없다. 그들은 단지 로조활동을 한다는 리유로 해고와 구속을 당했으며 성폭행조작에 간첩혐의, 랍치, 테로, 가정파괴까지 당했다.

로동자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로동조합을 결성하려고 하였을것이다. 하지만 기업에 로동조합이 만들어질 경우에 자본가 자신들은 리윤추구를 극도로 넓히기에 한계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김용희, 리재용을 인격적으로까지 말살하면서 로조와해에 앞장섰던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이 사태를 그냥 지켜만 보는 《정부》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김용희는 2018년 2월 26일 청와대의 국민청원게시판에 청원을 올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청와대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철탑에 오를수밖에 없었다. 많은 관료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인지하고있을것이며 보고까지 받을것이다. 하지만 김용희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있다. 그저 김용희가 말라죽어가거나 스스로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있다.

초불이라는 민중의 항쟁을 거친후 《정부》도 로동자들의 눈치를 보았을것이다. 그렇기에 최저임금 1만원이나 《전교조》합법화와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광장에서 흩어지자 이러한 공약들은 모두 무효가 되였다. 최저임금 1만원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있으며 《전교조》도 아직 법외로조에 놓여있다. 그렇기에 삼성이라는 거대재벌과 김용희, 리재용이라는 로동자와의 싸움에서 《정부》가 삼성의 편을 드는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2011년 한진중공업에서 홀로 크레인(기중기)우에 올라 고공롱성을 펼친 김진숙 민주로총 부산본부지도위원은 령남대의료원에서 지금도 고공롱성을 하고있는 박문진위원을 만나기 위해 얼마전 부산에서 대구까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하늘 높은 곳에서 다시 만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픈 몸을 이끌고 운동을 만들어내고있는 김진숙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화를 받았을것이다. 우리도 김용희와 그리고 그 철탑 바로 아래에서 투쟁하고있는 리재용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강남역사거리 철탑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은 더욱 말해져야 하고 드러나야 하고 폭로되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더이상 눈감지 말고 직시하고 말해야 한다. 한번도 만나서 이야기해보지 못했지만 김용희와 리재용이 바라는것은 단순한 동정심에서 우러나온 관심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진실을 직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삼성과 같은 독점재벌을 굴복시키며 당국이 더이상 이들을 기만하지 못하도록 로동자들이 함께 투쟁하는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김진숙위원이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롱성을 할 때 희망뻐스를 타고 온 김여진이 남긴 쪽지를 바탕으로 한 유명한 구호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