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조선인터네트신문 《민중의 소리》 2020년 1월 20일부에 실린 글 -

 

새벽 4시경, 경찰특공대가 남일당건물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후 컨테이너 박스(짐함) 2개와 물대포차량 4대가 등장했다. 한시간 뒤 도로통행이 차단되더니 소방수와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가 남일당건물을 향해 발사되였고 경찰특공대를 가득 실은 컨테이너 박스가 크레인(기중기)을 통해 5층 옥상으로 올려졌다. 컨테이너에서 내린 무장한 경찰특공대가 건물과 망루에 있는 사람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이는 영화가 아니다. 2009년 1월 20일 서울 룡산4구역 철거현장에서 발생한 실제상황이다. 진압과정에서 건물에 붙기 시작한 불은 하늘까지 치솟았고 망루가 무너졌다.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6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기록이 은페되는 등 편파적으로 이뤄졌고 모든 책임이 살아남은 철거민들에게 씌워졌다. 그래서 우리는 당일을 《룡산참사》라 부르고 기억하며 아직 싸우고있다.

2020년, 룡산참사로부터 11년이 지났다.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시간이 흘렀지만 룡산참사진실의 문은 여전히 다 열리지 않았다. 2018년 9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사건당시 경찰청장이였던 김석기를 비롯한 경찰지휘부가 안전을 도외시한채 조기과잉진압을 강행했다는 점과 경찰이 사건직후 900여명의 싸이버수사대와 경찰청《인권보호쎈터》직원을 동원해 대글공작을 하고 언론사 간부들과 접촉하는 등 여론조작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와 더불어 룡산참사를 덮기 위해 군포련쇄살인사건을 적극 홍보하라고 지시한 청와대개입사실도 밝혀졌다. 그리고 2019년 5월,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룡산참사 당시 경찰진압이 긴박한 필요성이 없었고 위험이 충분히 예견되였음에도 안전을 도외시하며 무리하게 강행되였다는 점과 이후 유가족들의 동의없이 진행된 강제부검에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불어 재판과정에서도 무리한 살인진압에 책임있는 김석기 등 경찰지휘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화재원인을 밝혀낼수 있는 특공대의 망루내부촬영 원본동영상의 존재여부조차 확인하지 않는 등 부실수사를 했음도 밝혀냈다.

룡산참사로부터 10년이 지나서야 진실의 일부가 수면우로 드러난것이다. 유가족과 생존자 그리고 룡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서고 걷고 웨치고 싸워서 만들어낸 결과다.

2020년, 서울 미아3구역 건물옥상우에 망루가 세워져있다. 룡산참사로부터 11년이 지났지만 철거지역주민들의 삶이 바뀌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풍경이다.

룡산참사 11주기를 이틀 앞두고 미아3구역 현장에서 《룡산참사 11주기 추모 및 철거민투쟁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에서 미아3구역 철거민은 《2009년 당시는 더 추웠으리라 생각된다. 2009년엔 룡산에서 왜 사람이 죽었는지 알지 못했다. 지난 9월과 10월, 철거와 강제집행을 겪으며 삶의 터전에서 내몰렸다. 물러설 곳 없는 우리는 하늘로, 망루로 올라야 했다. 이제는 그 리유를 알게 되였다.》고 말했다.

2009년 룡산에서 그리고 2019년 미아에서 이주대책없이 진행되는 재개발로 인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용역깡패의 폭력을 일상에서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그 폭력을 피하기 위해 망루에 오를수밖에 없었다. 미아3구역뿐만이 아니다. 서울 개포동, 자양동을 비롯해 남대문의 쪽방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고있다. 인천, 부산 등 각지의 철거민들이 자본의 탐욕으로 인해 자신의 터전에서 내몰릴 위기에 있다.

룡산참사 11주기, 일부 진실이 밝혀진 지금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만드는 싸움을 주시하며 꾸준히 함께 해야 한다.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당시의 진압을 자신의 《업적》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김석기를 처벌해야 한다. 강제퇴거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고 철거지역주민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주대책이 마련되여야 한다. 이 모든것이 이루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룡산참사의 진상을 규명했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정성철 빈곤사회련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