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9, 2024
KCNA Uriminzokkiri (Kr)

샘처럼 정갈한 마음

Date: 20/02/2020 | Source: Uriminzokkiri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주체109(2020)년 2월 20일 로동신문

실화

정월달의 맵짠 바람이 함흥시 동흥산구역 서운2동 34인민반에서 사는 박윤희의 집 창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박윤희는 고개를 들어 창문너머 구름속을 헤염쳐가는 둥근달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자리를 고쳐앉았다. 희슥희슥 세인 머리카락을 귀등으로 쓸어넘기며 다시 손전화기에 눈길을 주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여올랐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누구나 보석과 같은 애국의 마음을 간직하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유익한 일을 스스로 찾아하여야 합니다.》

그는 설명절을 맞으며 검덕의 광부들이 손전화기로 보내온 통보문을 읽고있는중이였다.

근 20년세월 크나작으나 자기 손으로 마련한 성의어린 지원물자를 보내주군 하는 그에게 광부들은 명절때마다 어김없이 인사를 하군 한다.

《…어머니가 만들어보내준 토끼곰을 모두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리 광부들은 어머니의 진정을 마를줄 모르는 샘에 비기군 합니다.…》

한 광부가 보내온 통보문의 한구절이였다.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박윤희의 눈앞에 검덕의 광부들과 인연을 맺던 그날이 방불히 떠올랐다.



《그 먼길을 너 혼자 왔단 말이냐?!》

뽀얗게 먼지가 오른 한 소녀의 편리화와 그가 고원에서부터 안고온 장갑들을 번갈아보며 검덕의 광부들은 끌끌 혀를 찼다.

그날의 단발머리녀학생이 바로 박윤희였다. 자기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광부들을 마주하느라니 검덕으로 등을 떠밀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검덕의 광부들을 찾아 지하막장에까지 들어가셨다는 소식에 접한 어머니는 온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이튿날 아침 그는 딸에게 며칠내로 금골에 갔다와야겠다고 하였다. 박윤희의 새별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검덕엔 왜 가야 하나요?》

《그곳에 나라에서 아껴주고 내세워주는 광부들이 있단다.》

아직은 그 말의 의미를 다는 알수 없었던 윤희에게는 자기가 가야 할 먼길보다도 앓고있는 어머니의 병이 더 걱정이였다. 그러는 딸의 손목을 꼭 잡으며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우리 윤희가 좋은 일을 많이 할 때가 제일 기쁘단다.》

이렇게 되여 박윤희는 어머니가 병석에서도 며칠밤을 새워가며 만들어준 장갑을 배낭에 지고 금골을 찾게 된것이였다.

광부들은 어린 소녀가 안고온 장갑을 손에 들고 이윽토록 눈만 슴벅이였다. 그러는 광부들의 모습은 꿈많은 소녀의 가슴속에 류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이 검덕으로 향한 박윤희의 첫걸음이였다.

세월이 흘러 박윤희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떠나게 된 날이였다.

입학문건을 쓰던 그는 김총각이라는 어머니의 이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머리를 기웃거렸다.

(아무래도 이상해. 왜 할아버지는 딸의 이름을 총각이라고 지었을가?)

이전에도 그에 대해 묻군 하였지만 그때마다 어머니는 말없이 먼산만 바라보군 했었다. 박윤희는 그날따라 어머니의 이름에 깃든 사연에 대해 몹시 알고싶어졌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여러 자식을 앞에 주런이 앉혔다.

《윤희가 대학에 입학하게 된 이 기쁜 날 너희들에게 꼭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나라없던 그 세월 어머니가 갓 태여났을 때 할아버지는 대뜸 이름을 김총각이라고 짓자고 했다. 딸의 이름을 총각이라고 짓다니 로망하지 않았는가며 온 집안이 퍼들쩍 놀랐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피눈물을 쏟는듯 하는 하소연을 듣고는 아무 말도 못했다. 당시 왜놈들은 명단을 놓고 녀자라면 닥치는대로 끌고갔다. 하여 마을사람들은 누구나 제발 딸을 낳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군 하였다.

총각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눈깔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왜놈들도 아마 녀자라고 생각하지 못할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담긴 어머니의 이름이였다. 그러나 운명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일제의 마수를 피해 여기저기 숨어살지 않으면 안되였다. …

《이렇게 되여 내 이름이 김총각이 되였구나. 우리 수령님께서 나라를 찾아주시지 않았더라면 이 어머니는 이미전에 저세상 사람이 되고말았을게다.》

그제서야 박윤희는 어머니가 왜서 굳이 어린 자기를 금골로 보냈는지 그 웅심깊은 마음을 다소나마 알게 되는듯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여서도, 가정을 이룬 후에도 그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들려준 그날의 이야기가 소중히 간직되여있었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가 걷던 애국의 길을 자기가 억세게 이어가리라 굳게 마음다졌다.

검덕의 광부들을 위해 제손으로 토끼와 닭을 길러 곰을 해가기도 했고 뜨락에 심은 나무에서 수확한 첫물과일을 안고 가기도 했다.

결코 남보다 생활이 넉넉해서 걷는 길이 아니였다.

고마운 조국을 위하여 좋은 일을 스스로 많이 찾아해야 한다는 공민적자각이 그의 마음을 언제나 채찍질해준것이였다.

때로는 남편과 함께, 때로는 자식들과 함께 검덕의 광부들을 찾아갔다.

석수떨어지는 지하막장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모습을 대할 때마다 그는 조국의 재부가 어떻게 마련되며 누리는 행복이 무엇에 떠받들려있는가에 대해 절감하군 하였다.

그래서 걷고 또 걷게 되는 검덕길이였다.

이제는 검덕의 광부들치고 박윤희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나 없다.

오랜 세월 광부들을 위해 진심을 바쳐가는 나날에 그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 기쁨을 드리는 영광을 지니였다.

*             *

(자연의 샘은 마를수 있어도 깨끗한 충성심에 그 원천을 두고있는 애국의 샘은 언제나 정갈하고 영원히 마를줄 몰라야 하지 않겠는가. 광부들이 보내온 통보문에는 이 당부도 담겨져있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수첩을 펼쳐들고 속구구를 펴나갔다.

다음번에는 꿀을 구해서 광부들에게 보내주어야지. 그리고 닭곰도…

퐁퐁 솟구쳐오르는 샘처럼 항목은 계속 늘어났다.

그럴수록 박윤희의 마음은 마냥 즐거웠다.

본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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