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9, 2024
KCNA Rodong Sinmun (Kr)

처녀의 노래

Date: 02/04/2020 | Source: Rodong Sinmun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실화

처녀의 노래

한 녀성불도젤운전수의 생활에서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나는 무엇을 바쳤는가라는 물음에 늘 자신을 비추어보면서 애국의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와르릉-

용을 쓰며 불도젤이 산같이 쌓여있는 흙을 밀어제끼자 일자리가 푹푹 났다.

불도젤가까이에서 일하던 건설자들의 입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삽날을 번뜩이며 밀어내는 엄청난 흙량보다도 나어린 처녀운전수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그가 바로 수도건설위원회 운수관리국 송신건설기동려단의 불도젤운전수 리향이였다.



새 거리 새 집을 세워가는

보람찬 일터로 왔다네



《처녀건설자의 노래》의 구절을 흥얼흥얼 외우던 리향이는 자기에게 손사래를 치는 교대운전수를 띄여보고서 불도젤을 세웠다.

《향이야, 따끈한 우유라도 좀 마시려무나.》

자기에게도 향이만 한 딸이 있다며 각근히 돌봐주는 교대운전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책임운전수라고 부르다가도 이렇게 단 둘이 있을 때는 딸처럼 찾군 한다.

《고마와요.》

입김을 후후 내불며 우유를 마시는 리향이를 대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교대운전수가 물었다.

《듣자 하니 향이의 꿈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것이였다면서? 헌데 어떻게 되여 이 불도젤과 인연을 맺게 되였나?》

그의 푸수한 목소리는 리향이를 8년전 2월의 그날로 이끌어갔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의 걸음발엔 나래가 돋친듯싶었다.

오후엔 어머니와 함께 창전거리건설장에 지원나가기로 약속되여있었던것이다.

아버지가 일하는 건설장, 리향이는 그곳에 가는것이 좋았다.

건설자인 아버지는 현장에서 살다싶이 하였다.

(오늘은 아버지앞에서 무슨 노랠 불러드릴가.)

갈적마다 건설자아저씨들앞에 《내 외동딸인데 노래를 기차게 잘 부른다네.》 하며 자랑하는 아버지였다.

리향의 노래가 끝나면 건설장에서는 열광적인 박수소리가 울리군 하였다.

발걸음도 가벼이 집앞에 이른 그는 무춤 걸음을 멈추었다.

자기 집 문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성거리고있는것이 아닌가.

후드득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방에 들어서니 늘 우리 향이가 왔구나 하며 반겨맞아주군 하던 어머니가 추연한 낯색으로 망연하게 앉아있었다.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감쌌고 갑자기 눈물이 고여올랐다.그러는 그를 누군가 와락 그러안았다.

《아버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아침이였다.

《향이야, 어머닌 오늘부터 아버지가 일하던 창전거리건설장에 나가련다.

너도 공부가 끝나면 건설장에 나오는것이 좋겠구나.아버지가 못다한 일을 우리가 대신해야 하지 않겠니.》

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며 기대어린 눈길로 딸을 바라보았다.

리향이는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였다.건설장이란 말만 나오면 아버지생각에 기분이 울적해지군 하는 그였다.

그날부터 창전거리건설장에는 이들모녀의 모습이 자주 비끼기 시작했다.

리향이는 어머니와 함께 밤늦게까지 건설장에 있다가 혼자서 집에 돌아오군 하였다.

어머니는 건설자들에게 콩국이라도 끓여주어야겠다며 부엌세간들을 하나둘 내가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건설장에 눌러앉았던것이다.

홀로 밤길을 걸을 때면 그는 이런 생각을 하군 하였다.

(아마 아버지생각이 나서 그럴거야.나도 건설자아저씨들과 함께 있으면 아버지와 함께 있는것처럼 느껴지거던.)

어느날 리향이는 아버지의 사회주의애국희생증을 수여받았다.

《향이야, 당의 은정을 언제나 잊지 말고 우리 힘자라는껏 보답하자.》

리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머니가 하는 말이였다.

건설장으로 향한 리향이의 걸음은 더욱 잦아졌다.밤깊도록 건설자들의 일손도 도와주었고 짬짬이 제손으로 장갑도 만들어 안겨주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건설장을 떠나려는데 어머니가 그를 불러앉히더니 불쑥 이렇게 물었다.

《얼마 안있어 너도 졸업인데 장차 어떻게 할 생각이냐?》

리향이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래 어머니는 내가 노래를 부르고싶어한다는것을 모른단 말인가.아니면…

《나도 네 꿈이 뭔지 모르지 않는다.하지만 어머니는 네가 건설장의 꾀꼴새가 되였으면 좋겠구나.네 아버지도 그걸 바라실게다.》

선듯 대답이 나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바라신다고? 아버지는 내가 이다음 훌륭한 가수가 될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리향이는 어머니의 뜻을 거역할수 없었다.

마음이 내켜서가 아니였다.아버지를 잃고 마음고생이 많은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앞섰기때문이였던것이다.

리향이는 무겁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얼마후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평양시건설관리국 고급기능공학교에 입학하였다.역시 건설장에서 일하려면 건설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의향을 좇아서였다.

너무도 극적인 방향전환에 그의 동창생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러거나말거나 그는 중학시절처럼 공부가 끝나면 창전거리건설장으로 매일 나갔다.

건설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콩국어머니》의 딸이 왔다며 반겨맞아주었다.

매일과 같이 콩국이 담긴 바께쯔를 들고 아빠트층계를 오르내리는 어머니에 대한 정다운 호칭이였지만 왜서인지 고생을 사서 한다는 말이 마치 자기 어머니를 두고 생겨난것 같아 리향이의 마음은 쓸쓸해졌다.그로서는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도록 일한 딸의 등을 집으로 홀로 떠미는 어머니의 심정을 도저히 리해할수 없었다.

언제인가 어머니에게 지원사업만 하면 되지 꼭 이렇게 건설장에 남아 일해야 하는가고 물었을 때였다.

어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이 거리가 어떤 거리냐.》

그 말은 비록 길지 않았지만 천근만근의 무게로 그의 가슴을 두드려주었다.

그날따라 어머니가 몹시 돋보였다.

어느날 저녁 작업의 쉴참에 어머니는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십년전 7월 어느날 수도의 한 도로건설장에서 우수관을 묻는 작업을 하고있던 한 처녀불도젤운전수는 뜻밖에도 건설장을 찾으신 어버이수령님을 만나뵙는 영광을 지니였다.

그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나어린 녀성이 나라를 위하여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있다고 치하해주시였다.…

《그 불도젤에는 위대한 장군님의 사적도 깃들어있다누나.》

리향이는 고급기능공학교졸업을 며칠 앞둔 때에 어머니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알수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여느때없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온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 사연깊은 불도젤은 지금 송신건설기동려단에 있대요.》

이미전에 고급기능공학교의 교원을 통해 전세대 처녀불도젤운전수가 받아안은 사랑과 믿음에 대해 익혀 들었고 그때 벌써 그처럼 살리라 굳게 마음다진 리향이였던것이다.

순간 어머니의 눈빛이 빛났다.

《우리 향이가 다 자랐구나.어머니는 정말 기쁘구나.이 사실을 아버지가 아시면…》

그리고는 딸의 손을 마주잡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인츰 구역건물관리소에서 일하련다.》 …

불도젤을 몰아보겠다는 리향이의 말에 친척들은 이렇게 와뜰 놀랐다.

《불도젤이 뭐 유희장의 전기자동차인줄 아니?》

일군들도 요지부동이였다.

어느날 나이지숙한 로동과의 일군이 어리광을 부리는 손녀를 달래듯 말했다.

《향이는 노래를 잘 부른다지.

차라리 어느 기동예술선동대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게 어떨가?》

왈칵 눈물이 나왔다.

《노래를 부를것 같으면 전문예술단체에 간지 오랬습니다.1950년대에도 처녀가 불도젤을 운전했는데 새 세대가 못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어버이수령님께서 만나주시고 대견하다고 치하해주신 그 불도젤운전수도 처녀였단 말입니다.흑-》

일군은 한동안 아무 말없이 그의 어깨를 다독이였다.

리향이의 결심이 결코 들뜬 처녀의 허영이나 순간의 흥분이 아님을 알게 된 일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처년 진짜구만.자격이 있어.아무렴…》

이렇게 되여 그는 불도젤운전수가 되였다.

처녀불도젤운전수에 대한 소식은 온 려단, 온 관리국을 들끓게 했다.

하지만 연약한 처녀의 몸으로 불도젤을 운전한다는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나 향이는 강심을 먹고 달라붙었다.운전기술과 각종 부분품들의 사명과 동작원리를 배우느라 그는 불도젤곁을 떠날줄 몰랐다.

제일 안타까운것은 팔힘이 약한것이였다.

리향이의 아침일과는 아령운동으로부터 시작되였다.

아령으로 팔힘을 키울 때마다 입에서는 《녀성해안포병의 노래》의 구절구절이 흘러나왔다.



연약한 팔뚝에 장수힘 키워

육중한 강철대포 우리는 길들였다네



점차 그는 무쇠철마에 익숙되였다.

리향이가 위성과학자주택지구건설에 참가했을 때였다.

위대한 수령님들의 사적이 깃든 불도젤의 운전수가 다름아닌 처녀라는것을 알게 된 건설자들은 놀라움과 경탄의 눈길을 보냈다.

사람들은 그를 《처녀땅크병》이라고 정담아 불렀다.

이듬해 5월 어느날이였다.

《제가 미풍선구자대회에 참가한단 말입니까?!》

벌써 몇번째 하는 질문이였지만 수도건설위원회의 한 일군은 이번에도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미풍자라니? 하는 일이 있다면 불도젤을 운전하는것뿐이고 중요건설장들에 지원사업을 몇번 했을뿐인데.)

어떻게 집에 달려왔는지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온밤 모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로부터 며칠후 제2차 전국청년미풍선구자대회에 참가한 그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를 모시고 사랑의 기념사진을 찍는 영광을 지니였다.

집으로 돌아온 딸을 붙안고 어머니는 흐느끼며 말했다.

《어머니당에서는 평범한 로동자의 딸을 온 나라가 다 아는 미풍선구자로 내세워주었구나.》

* *

추억의 상념에서 깨여난 리향이가 행복에 겨워 말했다.

《전 지금도 노래를 부르고있답니다.이 조향간이 곧 마이크이고 들끓는 건설장이 나의 무대랍니다.그리고 기운차게 울리는 불도젤의 동음이 곧 나의 노래이거던요.

여기에는 부모의 마음도 함께 실려있답니다.

말하자면 독창이 아니라 3중창이랍니다.》

교대운전수는 감개어린 눈빛으로 리향이를 바라보았다.

《자, 또 힘껏 밟으라구.노래를 불러야지.》

와르릉- 불도젤의 힘찬 동음이 건설장에 울려퍼졌다.

그것은 조국을 위해 청춘의 힘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쳐갈 창조의 노래, 열정의 노래이고 받아안은 사랑에 대한 열렬한 보답의 노래였다.

본사기자 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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