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훈풍이 귀뿌리를 스치는 어느날 우리는 동포들과 함께 평양의 명승으로 소문난 모란봉에 올랐습니다.

깨끗한 공기를 들이키며 갖가지 꽃들로 단장된 모란봉을 산책하던 우리는 어딘가에서 《올라간다!》라는 녀인들의 열띤 목소리와 랑랑한 웃음소리를 듣게 되였습니다. 그 소리에 이끌려 눈길을 돌리니 푸른 나무잎새사이로 뭔가 언듯언듯 보이는것이 있었습니다.

《저기에 그네터가 있는것 같습니다.》

우리와 동행하던 김현우동포가 먼저 말하는것이였습니다. 호기심을 품은 일행은 한달음에 그곳에 다달았습니다. 아닌게아니라 우아한 치마저고리를 입은 녀성들이 그네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민족의상을 한 녀성들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그네를 타고 오르내리는 녀성들의 모습은 하늘의 선녀를 방불케 하였습니다.

바로 이때 김현우동포의 입가에서는 이런 시구절이 흘러나왔습니다.

이웃집 처녀들 짝을 무어 그네뛰니

허리 잘숨 동인 모습 선녀인듯 곱구나

그네줄 바람타고 하늘높이 올라가니

패물 부딪는 소리 숲우에서 들려오네

동포가 시랑송을 마치자 우리 일행모두가 약속이나 한듯이 박수를 크게 쳐주었습니다.

그는 《그네뛰는 처녀들을 보니 옛 시구절이 저절로 나오는것을 어쩔수 없습니다. 허허허…》라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일행에게 《지난 세기 50년대 중엽에 우리 조국에서 창작된 가요 <그네뛰는 처녀>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속에서 널리 불리워지고있습니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동포들은 저저마다 저를 에워싸고 어서 불러보라고 재촉하였습니다.

…

선녀도 부럽잖게 창공에 나래펴고

너와 나와 쌍그네로 구름밖을 날아보자

구름밖을 날아보자 구름밖을 날아보자

동포여러분, 그럼 이 기회에 그날 제가 동포들과 나누었던 그네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네뛰기란 그네대 혹은 굵은 나무가지에 두가닥으로 늘여 맨 바줄(그네줄)끝에 디디개를 얹고 그우에 올라 앞뒤로 구르면서 높이 날아오르기를 겨루는 조선의 고유한 민족체육종목입니다.

그네뛰기는 배힘을 비롯한 온몸을 잘 발달시켜주며 공간에서 자기의 몸을 가늠할줄 아는 기능과 대담성, 용감성을 키워주는 등 녀성들의 체력단련에 매우 적합한 종목으로서 민족적정서와 향취를 풍기는 민족문화유산의 하나입니다.

그네줄은 높은 나무가지에 두가닥으로 든든히 매여놓습니다. 그네줄에는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안전손목띠가 각각 있으며 그네뛰는 사람들이 두발을 편하게 놓고 구르거나 챌수 있게 디디개가 얹어져있습니다.

그네뛰기에는 한사람이 뛰는 형식(외그네)과 두 사람이 마주서서 함께 뛰는 형식(쌍그네 또는 맞그네)이 있으며 보통 승부를 가르는 내기에서는 외그네뛰기를 많이 하고있습니다.

그네뛰기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승부를 결정할수 있습니다. 그네줄을 굵은 나무가지에 매고 앞에 있는 나무가지(또는 꽃가지)를 목표로 정하고 그것을 발로 차거나 이발로 무는 방법, 방울줄을 높이 달아매고 그것을 점점 높여가면서 최고높이를 재는 방법으로 승부를 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발디디개밑에 눈금을 박은 줄을 매달아놓고 그네줄이 멎었던 상태에서부터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가를 재는 방법으로 승부를 가를수도 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삼국시기에 서북지방을 중심으로 그네뛰기가 널리 진행되였는데 그중에서도 평양의 그네뛰기가 가장 유명하였다고 합니다.

그네뛰기는 고려시기에 민속적인 체육종목으로 널리 성행되였지만 《남녀유별》의 봉건유교도덕과 모순되는것으로 여기고 여러차례나 금지령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녀성들은 봉건적인 박해와 구속밑에서도 그네뛰기를 더욱 즐겨놀면서 민속적인 풍습으로 계승하여왔습니다.

우리 조국의 교예배우들은 여러가지 난도높은 공중비행과 회전동작들, 기교의 련속성을 보장하면서 예술적형상을 높여나감으로써 새로운 교예종목인 《공중그네비행》을 내놓았으며 그것은 오늘도 세계적인 패권적지위를 차지하고있습니다.

민간에서 뛰는 그네와 양상은 다르지만 지난 수십년간 세계의 공중무대를 황홀하게 장식하여오고있으며 수많은 국제교예축전에서 언제나 금상을 받아온 그 종목은 바로 그네뛰기에 뿌리를 두고있습니다.

그럼 창공에 나래펴고 구름밖을 날아예는 선녀가 되고싶은 녀성들이 있다면 조국방문기회에 모란봉의 그네터를 꼭 찾으십시오.

연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