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9, 2024
KCNA Uriminzokkiri (Kr)

로당원의 추억

Date: 03/08/2020 | Source: Uriminzokkiri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주체109(2020)년 8월 3일 《로동신문》

실화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상긋한 과일향기가 페부로 스며들었다. 룡양광산 공무직장 사무실이다. 우리앞에 작업복차림의 나이지숙한 사람이 앉아있었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오늘 우리의 당원들과 근로자들속에는 누가 보건말건, 알아주건말건 묵묵히 자기가 맡은 초소에서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방금전까지 용접작업을 하여서인지 그는 가늘게 쪼프린 두눈을 자주 깜빡거렸다. 생각보다 퍽 젊어보이는 그를 보니 룡양광산 당위원회에서 본 자료가 다시 눈앞에 밟혀왔다.

김동원, 룡양광산 공무직장 제관작업반 반장, 1940년 8월 20일생…

작업모자에 군데군데 나있는 용접불찌자리를 손가락으로 긁으며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피씩 웃고나서 머리를 기웃거렸다.

《신념과 애국이라… 아무래도 나같은 평범한 로동자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것 같은데…》

광산당위원회의 일군이 한발 먼저 와 그에게 무슨 소리를 한 모양이였다. 그의 자료를 볼 때 얼핏 말한것이 너무 요란하게 전달된것 같았다.

《아바이의 공적에 대해서는 다 들어서 알고있습니다. 그러니 그저 잊혀지지 않는 일들이나 들려주십시오.》

그제서야 긴장이 다소 풀렸는지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긴 이 룡양땅에 이젠 60년대 이야기를 해줄 사람도 없수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7호굴착기소대 영웅들인 류룡동무와 리승학소대장도 이젠 우리곁을 떠났지요. …》

이리하여 우리는 근 60년간 한초소에서 일해온 로당원의 체험담을 듣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지게 되였다.

*                *

1960년대초 온 나라 일터들이 그러하였듯이 룡양광산 역시 부글부글 끓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주체50(1961)년 4월 5일 몸소 현지에서 나아갈 앞길을 환히 밝혀주신것으로 하여 광산로동계급의 기세는 어느때보다 앙양되여있었다. 그 벅찬 시기에 어느 한 제강소에서 용접공강습을 받은 김동원도 전기용접공으로 룡양광산에서의 첫걸음을 떼였다.

당시 광산에는 고급기능공자격을 가진 용접공이라고는 그 혼자였다. 그와 함께 광산에 배치되였던 고급기능공이 한명 더 있었지만 앞을 보아도 산, 옆을 보아도 산, 뒤를 보아도 산인 이런 골안에서는 일을 못하겠다고 떼를 쓰더니 끝내 다른 곳으로 가버렸던것이다.

《어디에서든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면 그만이지.》

떠나가는 그를 보며 김동원은 이렇게 자신을 위안하였다.

(항일투사들은 나라를 찾기 위해 이보다 더 험한 밀림에서 눈보라를 헤치며 싸웠고 전쟁시기에 인민군용사들은 불비속도 웃으며 주저없이 달렸는데 이런 산골이 어쨌다는건가.)

비록 인생의 초엽에 있었으나 김동원은 하나만은 명백히 알고있었다.

사람이 한번 배반하면 영원히 배반한다는것을.

그때의 충격이 컸던지 그는 후날 젊은이들이 따라다니며 《반장동지의 재간을 언제면 다 배울수 있을가요?》라고 할 때마다 《재간을 배우기 전에 애국부터 배우거라.》라고 말해주군 한다.

김동원은 궂은일, 마른일 가리지 않고 직심스럽게 일했다.

광산에서 압축기를 막장에 접근시킬데 대하여 주신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관철하기 위하여 떨쳐나섰을 때였다. 배관용접작업같은 일은 그가 아니고도 할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불리한 조건이 문제였다. 누구도 선듯 용접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석수 쏟아지는 좁은 수직갱도로 용접기를 한치한치 끌어내리며 배관을 늘여야 했는데 전기에 감전될 위험까지 있었던것이다.

《제가 맡아하겠습니다.》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면 솔선 맡아나서는 그를 광산일군들이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는 허공에 늘인 쇠바줄다리에 올라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든 악조건에서 한주일동안이나 용접작업을 진행하였다. 잠을 못 자다나니 얼굴이 퉁퉁 부었다. 깜빡 정신이 흐려져 용접봉이 헛자리길을 그을 때면 그는 소스라쳤다.

동원이, 정신차려라! 넌 어버이수령님의 교시를 관철해야 한다!

그리고는 자기 손으로 귀쌈을 여러번 갈기군 했다.

마침내 50여대의 압축기를 갱막장에 설치함으로써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관철하였을 때의 기쁨을 무엇으로 다 표현할수 있었으랴.

갱파쇄기 및 벨트콘베아제작설치, 굴착기바가지용량을 1. 5배로 늘이는 작업 등 광산의 전반적인 설비제작 및 설치, 보수작업에 핵심기능공인 김동원의 손이 가닿지 않은데가 없었다.

광석생산에서 중요한 몫을 맡고있던 증기기관차의 보이라계통용접은 그가 도맡다싶이 하였다. 그의 기능이 얼마나 소문이 났는지 여기저기에서 그를 초청하였다. 그는 여러 지역에 가서 20여대의 보이라를 제작해주었다. 여러 단위의 랭동설비에도 그의 손때가 묻었다. 용접으로 크랑크축을 재생하여 20여대의 자동차를 살려냈고 나라의 여러곳을 다니면서 20여대의 증기기관차를 살려냈다.

광산의 일군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원동무가 용접한건 30년은 갈것 같소. 헌데 다른 사람들이 용접한건 왜 그렇지 못할가.》

입당심의를 할 때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가 심의장소에 들어서니 군당위원회 책임일군이 벌떡 일어나 마주 걸어왔다.

《동원동무가 왔구만.》

그리고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이런 애국자가 당원이 되여야지 누가 되겠소.》라고 말하는 바람에 김동원은 어리둥절해졌다.

위대한 수령님의 은덕으로 전후 나라가 그처럼 어렵던 시기에 고급중학교를 나오고 용접공강습까지 받은 김동원은 화전민의 자식을 어엿하게 키워 내세워준 그 고마운 은덕에 보답할 하나의 생각으로 일했을뿐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떳떳하게 당원의 영예까지 지니게 될줄이야.

마음을 다잡은 그는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맹세했다.

《숨지는 순간까지 광물증산으로 당을 받들겠습니다.》

그날의 맹세를 김동원은 언제 한번 잊은적이 없다.

주체64(1975)년 7월 1일 위대한 장군님께서 광산을 현지지도하시면서 주신 과업을 받들고 길이 1 200m의 사갱벨트콘베아수송선건설에 지혜와 재능을 남김없이 바쳤다. 그로부터 몇해후 수백m의 사갱벨트콘베아건설이 또 진행될 때 수직갱에서 물집이 터져 설비사고와 인명피해가 날수 있는 위급한 정황속에서 분당 수십㎥씩 내뿜는 차디찬 물속에 남먼저 뛰여들었다. 그리고 16시간동안 결사전을 벌려 물구멍을 막고 용접을 진행하여 공사의 돌파구를 열어놓았다.

한때 굴착기들의 전동기가 자주 타서 애를 먹었다. 굴착기의 고장을 퇴치하자면 어차피 용접을 해야 했다. 하지만 자칫하면 용접불찌가 전동기를 못쓰게 만들어 엄청난 후과를 빚어낼수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고있었다.

그는 더이상 가만히 앉아있을수 없었다.

그는 모험을 하기로 하였다.

동원이, 다들 천리마를 타고 달리는데 넌 도대체 뭘 하고있는가?

이렇게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그는 마침내 10여대의 굴착기를 다 살려놓고야말았다.

지배인이 너무 기뻐 김동원의 볼을 어린애처럼 비벼주었다.

《동원동무! 광산이 살아나게 됐소. 정말 장해!》

온 나라에 소문난 7호굴착기가 멈추어섰을 때였다.

7호굴착기소대장출신인 2중로력영웅 김필환지배인이 김동원을 찾아왔다.

《동원동무, 7호가 가동 못하면 룡양이 주저앉은거나 같소. 또 동무를 찾게 되는구만.》

굴착기의 골격이나 같은 그 부속품의 고장은 용접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였다. 하도 나라에 새 굴착기를 달라고 쉽게 손을 내밀 일군들이 아니다보니 용접으로 재생리용할 생각까지 해본것이였다.

김동원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그달음으로 7호굴착기가 있는 작업현장으로 달려올라갔다.

굴착기동체와 무한궤도사이에 들어가 용접하기가 몹시 불편하였다. 쭈그린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접에 대한 요구성은 최대로 높았다. 이음면이 알리지 않을뿐아니라 거울처럼 매끈해야 했던것이다.

(내가 꽤 해낼수 있겠는가. 다시 제기해볼가.)

이런 생각을 하던 그는 소스라치듯 놀랐다.

7호가 어떤 굴착기인가. 내 모든것을 다 바쳐서라도 살려내야 할 귀중한 설비이다.

이렇게 자신을 다잡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13시경에 시작된 용접작업은 다음날 4시경에야 끝났다. 그가 잠간 눈을 붙이고 여느때처럼 아침출근길에 올랐는데 멀리서 《동원동무!》라고 찾으며 한사람이 뛰여왔다. 7호굴착기소대 로력영웅인 김정식이였다.

《큰일이 났소.》

걱정어린 눈빛을 거두지 못하는 김동원을 그가 덥석 그러안더니 《성공이요, 성공! 이보다 더 큰 일이 어데 있소?》라고 하고는 주먹으로 동원의 가슴을 툭 쳤다. 아침에 자기가 굴착기팔을 쭉 펴고 바위를 때려도 보고 광석을 무드기 퍼서 최대부하를 걸어보았는데 끄떡없더라는것이다.

《우리 7호가 다시 태여났소!》

그들은 한참이나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김동원이 어느 한 화학련합기업소에 가서 용접작업을 도와줄 때였다. 남들이 하루종일 하는 작업량을 오전중에 해치웠더니 검사성원들이 선듯 믿지 못하였다.

《검사를 해주십시오.》

김동원이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였지만 그들은 머리를 기웃거렸다. 잠시후 그들은 김동원을 찾아와 《합격이요. 어쩌면 그렇게 맵시있게 용접할수 있소?》라고 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해하였다. 김동원의 높은 실력이 삽시에 소문났다.

*                *

《이 늙은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제 자랑만 늘어놓았구려.》

김동원작업반장이 미안한 기색을 지었다.

우리는 머리가 숙어졌다.

60대, 70대에도 어렵고 위험한 일에 먼저 어깨를 들이밀어 젊은 사람들도 놀라게 한 이야기며 작업조직을 하기 전에 작업반원들에게 당정책부터 알기 쉽게 해설해주던 이야기, 작업반장으로 수십년간 일하면서 많은 고급기능공을 키워내고 창의고안과 기술혁신안도 수없이 내놓아 국가에 큰 리익을 준 사실…

우리가 일군들에게서 이미 들은 이야기를 보태자 그는 머리를 저었다.

《웬걸, …나라고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은 아니였소.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현지교시를 관철하려고 밤잠을 잊고 뛰여다니는 나날에 철이 들었다고 할가. …지금 와서 보면 사람이 한번 길을 잘 들면 마지막까지 옳바로 갈수 있다고 생각하오.》

그의 이야기는 끝났다.

취재수첩을 덮으며 우리는 생각했다.

애국이 조국앞에 성실한 땀을 바쳐 마련해놓은 실적이라면 신념은 변하지 않는 마음이다.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는 한모습, 한본새인 로당원의 추억,

정녕 그것은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 당이 맡겨준 초소에서 묵묵히 한생을 바쳐가는 신념의 인간들을 비쳐보게 하는 애국의 거울이였다.

본사기자 리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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