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종종 우리 조상들이 외워오던 오복에 대해 생각해보군 합니다. 아마 그 오복중에 하나도 아닌 두가지를 못가진 처지에서도 복된 삶을 누려가는 제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놀랍게 여겨지기때문인것 같습니다. 오랜 병으로 건강이 좋지 못한데다가 자식까지 없는 녀인인 제가, 그렇다고 나라앞에 큰 공을 세운것도 없는 이 평범한 늙은이가 남들처럼 락을 누려가고있으니 어인 일이겠습니까.

늙으면 생각이 많아진다고 때로 이런 심회에 잠기기도 합니다. 속담에 이르기를 긴병에 효자가 없다하였는데 자식도 지쳐버려 효자되길 그만둘 정도이면 그 《긴병》은 대체 얼마나 긴것일가고.

1년? 2년? 아니면 3년?

언제인가 신문에서 본 가슴아픈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어느 자본주의나라에서 중년의 한 회사원이 뜻밖의 사고로 하반신을 못쓰게 되였는데 그때문에 직장마저 잃었답니다. 불구자에 실업자가 된 아버지를 아들이 고작 반년동안 간호하다가 집을 나가버렸고 누구의 도움도 못받게 된 그는 얼마후 자살의 길을 택하고말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정말 지지리도 긴긴병을 앓고있다고 해야 할것입니다. 무려 8년째나 문밖출입을 잘하지 못하는 장기환자인것입니다. 그런데도 인적이 끊긴 외로운 집에서 고독과 절망속에 쓰러진것이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사람들이 찾아드는 따스한 집에서 기쁨과 행복의 진맛을 느끼고있습니다.

옛사람들은 긴병에 효자가 없다고 하였지만 저는 그 긴병을 앓으면서부터 없던 자식이 생겨났고 못받아본 효도를 받고있습니다. 저에게는 스스로 아들이 되여주고 딸이 되여주고 손자, 손녀가 되여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랍니다. 이제는 너무도 친숙해져 딸처럼 무랍없이 대하며 한밤중에도 서슴없이 찾게 되는 동진료소의 의사선생님,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찾아와 동자질도 거들어주고 방안청소도 도맡아 해주며 자기 집에 있는 시간보다 우리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2호집의 철진이엄마, 출장길에도 잊지 않고 나의 건강회복에 좋은 보약재를 얻어오군 하는 3호집세대주, 일요일과 명절날에는 물론 여느날에도 우정 찾아와 재미나는 영화도 함께 보고 윷놀이짝패도 되여주는 인민반사람들 …

몇년전 이웃들에게 너무 미안한것 같아 양로원에 옮겨앉을 차비를 조용히 하다가 철진이엄마에게 들켰던 일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때 눈물이 글썽하여 이젠 자기네가 다 싫어졌는가고, 없던 자식들이 생겨 늘그막에 락을 본다고 하던 그 말은 다 꽝포였는가고 막 들이대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금시 목이 메여옵니다.

놓고보면 모두 수수한 사람들인데 어쩌면 마음들은 그리도 금옥같고 비단같은것입니까. 어쩌면 우리 사람들은 남남간에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들이 그리도 곡진하고 한번 준 정과 사랑은 그렇듯 식을줄도, 엷어질줄도 모르는것입니까.

하나같이 감동깊은 소설의 주인공같은 우리 이웃들, 우리 인민의 후더운 정의 세계를 더듬어보느라니 내가 얼마나 좋은 세상에서 사는것인지 더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그러느라니 세상에 다시 없을 인간사랑의 대화원우에 찬연히 빛나는 위대한 태양에 대한 감사의 정으로 가슴은 뭉클 젖어듭니다.

고매한 인덕을 천품으로 지니신 위대한 수령님들과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해빛같은 사랑으로 가꿔오신 미덕의 대화원이 아니겠습니까. 한창나이에 뇌혈전으로 고생하는 한 일군의 병치료를 위해서만도 무려 1년도 넘게 매일같이 천금같은 시간을 떼내시였던 위대한 장군님이시였다고 합니다. 더는 그러시지 말아달라며 주저앉아 흐느껴우는 전사에게 우리 장군님께서 하시였다던 자애로운 말씀이 귀전에 울려오는듯만 싶습니다.

옛말에 긴병에 효자가 없다고 했는데 효자는 없더라도 동지는 있다, 내가 앓으면 그때는 동무가 이만큼도 안해주겠는가, 자, 어서 이 손을 잡고 일어서라!

바로 그 정과 열이라고 말하고싶습니다. 우리 인민이 대를 이어 사회주의대가정의 어버이로 높이 모시고 사는 위대한분들의 열화같은 인간애가 이 땅을 따스히 덥혀주고있기에, 천만자식 누구나 자애로운 어버이의 뜨거운 인정미를 닮아가고있기에 내 조국에서는 병을 앓는 사람은 있어도 설음과 비관속에 쓰러지는 사람은 절대로 있을수 없는것입니다.

정녕 은혜로운 태양의 빛발아래 산천도 사람도 제일로 아름다와지는 내 조국이 세상에서 제일입니다.

이것이 긴병을 앓으면서도 절망은 커녕 없던 자식복까지 받아안고 고마운 효자, 효녀들의 지극한 정성속에 여생을 행복속에 살아가는 이 늙은이가 세상사람들을 향해 꼭 하고싶은 말입니다.

선교구역 영제동 주민 리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