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우리 집

《늘 뒤꼬리만 차지하던 관리소가 몇해동안에 실적이 제일 높은 단위로, 모든 면에서 앞장선 단위로 비약했습니다.》

《지난해 진행된 충성의 ８０일전투기간에도 성적으로 앞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전투력있는 단위입니다.기자동무도 가보면 당정책의 운명이 일군들의 역할에 달려있다는것을 다시한번 새기게 될겁니다.김정란소장을 꼭 만나보십시오.》

이것이 보건성의 크지 않은 한 약품관리소에 대한 일군들의 평가였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일군들은 자기 부문, 자기 단위의 일은 자기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립장에서 맡은 사업을 혁명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부지절약형, 에네르기절약형으로 꾸려진 관리소의 면모부터가 우리의 마음을 쏙 끌어당겼다.

소장은 사업상용무로 출장을 떠나고 대신 책임지도원 리경운이 우리를 맞이했다.관리소에서 제일 오래 일해오고있다는 그는 ５０대 중엽을 넘긴 나이지숙한 사람이였다.소장이면서 당세포비서이기도 한 김정란이 두어깨에 일감을 떠이고다니는 불같은 성격이여서 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며 리경운은 우리와 인사를 나누었다.

《몇년전의 우리 관리소건물을 본적이 있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군 합니다.종업원수가 얼마 안되는 관리소가 무슨 힘으로 이런 변을 일으켰는가고 물어봅니다.우리 관리소의 전변은 김정란동무가 소장으로 임명된 다음부터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렇게 우리의 취재는 소장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였다.

＊ ＊

그날 밤도 퍽 늦어서야 정란은 맥없이 집으로 돌아왔다.여느때같으면 아무리 늦었어도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집안일을 도맡았을 그였건만 지금은 방바닥에 주저앉아 일어날 기운조차 없었다.

(내가 정말 할수 없는 일을 시작한게 아닐가？)

당의 신임에 의하여 관리소의 소장으로 임명받은지 두달이 넘었으나 낡은 건물부터 새 집처럼 만들겠다고 시작한 첫 사업은 도저히 진척이 없었다.제일 속상한것은 종업원들이 건물개건사업을 남의 집일처럼 여기면서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고있는것이였다.

정란의 귀가에는 방금 사무실에서 리경운이 힘들게 한 권고가 종소리처럼 들려왔다.

《동무야 관리소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요.한동안 결원이였던 소장사업이여서 더 힘들거요.종업원들과 마음을 맞추어야지 욕망만으로는 안되오.》

리경운의 말이 옳았다.수십년동안 못한 일을 한해동안에 한다는것은 생각했던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였다.

생각에 잠겨있는 그에게 다가선것은 남편 리경철이였다.

《집부터 꾸려야 살림이 안착되는건 옳은 리치지.소장의 마음을 사람들이 다 리해하면 제 집일처럼 떨쳐나설거요.》

정란은 언제나 자기를 지지해주는 남편의 마음이 고마왔다.그럴수록 한개 단위를 책임진 일군으로서 종업원들을 서로 믿고 위해주며 정이 통하는 한식솔이 되여 힘차게 일해나가는 집단으로 만들고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얼마후 관리소의 앞마당에는 건물개건에 필요한 자재들이 무드기 쌓여졌다.밤사이에 생겨난 자재들을 놓고 출근하는 종업원마다 영문을 몰라했다.그러나 그들을 더 놀라게 한것은 자재를 가져오게 된 사연이였다.

종업원들이 한창 퇴근길에 오르고있을 때 정란은 건설자재때문에 몇탕째 빈 걸음을 했던 어느 한 단위의 일군이 일하는 사무실에 있었다.

《나라에 저같은 일군이 열이면 뭘하고 백이면 뭘합니까.종업원들이 일할 건물 하나도 꾸리지 못하는 제가 과연 일군의 자격이 있습니까.…》

《질군》같은 녀성소장의 진정이 담겨진 말은 끝끝내 《돌덩이》같은 일군의 심장을 울리였고 그날 밤중으로 자재들이 들어왔던것이다.

이 일은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소장이 밤낮이 따로 없이 발이 닳도록 뛰여다니며 아글타글한것이 종업원모두를 위해서였다는것을 늦게나마 느꼈다.

일군의 불같은 헌신앞에 무엇을 주저하랴.어떤 종업원은 자재를 훨씬 절약하면서도 공사기일을 앞당길수 있는 기발한 착상을 내놓았고 또 누구는 자진하여 보이라제작을 맡아나섰다.밤을 새워가며 사무실문과 책상같은 가구들을 품들여 제작하는 종업원들도 있었다.별의별 재간들이 다 나왔다.

종업원들의 땀과 지혜로 한가지한가지씩 열매맺는 창조물들을 보면서 정란은 온 세상을 얻은것처럼 기뻐하였다.

《따르릉-》 하고 귀따갑게 울리는 전화종소리가 리경운과 우리의 이야기를 잠시 중단시켰다.관리소에서 자체로 운영하는 축사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세마리의 재빛토끼가 한날에 새끼를 낳았다구.거 흥할 징조요.좋구만!》

희색이 만면하여 송수화기를 놓은 리경운은 화제를 축사이야기에로 돌리였다.

어느날 경운의 사무실로 들어온 정란은 몇장의 사진들을 내밀며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잘 아는 단위에서 지난해에 자체의 힘으로 건설한 축사인데 벌써 그 덕을 단단히 보고있군요.》

《부지만 있다면 본때있게 해보는건데…》

부러운듯 사진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경운에게 《우리가 결심만 하면 땅이 문제이겠나요.저기 순천시에 가면…》 하며 정란은 열정적으로 말하였다.

２층짜리 건물도 우리 힘으로 일떠세웠는데 그까짓 축사쯤이야 하고 모두들 주저없이 그를 따라나섰다.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돌박산을 깎아내고 기초를 팠으며 양수장을 건설하고 주변에는 뽕나무와 과일나무들을 심었다.그 벅찬 나날에 모두들 두몫, 세몫씩 일했다.그들의 앞장에는 마치도 큰 가정의 어머니처럼 관리소의 크고작은 일을 다 걷어안고 남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바치며 더 많은 일을 하는 정란이 있었다.

나이도 적지 않은 그가 무거운 질통을 지고 달릴 때면 종업원들은 힘들지 않은가고 묻군 하였다.

《왜 힘들지 않겠어요.어떤 때는 쉬고픈 생각도 있지요.하지만 이 모든것이 우리모두를 위한것이고 일군인 나에게 당에서 준 과업이라고 생각하면 가만히 앉아있을수가 없구만요.》

관리소는 이렇게 해마다 전변되여갔다.모두가 자기들의 일터를 사랑했고 어머니처럼 소장을 따랐다.…

《우리 동무들이 왜 정란소장을 존경하는지 압니까.그건 동면하던 우리 관리소를 단 몇해동안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터로 전변시킨 능력있는 일군이기때문만이 아닙니다.》

첫인상에는 말주변이 없어보이던 사람이였지만 소장에 대한 리경운의 이야기는 무척 정열적이였다.…

그날은 약품공급때문에 긴장한 하루를 보낸 뒤끝이여서 모두가 퇴근을 서두르고있었다.그런데 왜서인지 소장만은 작업복을 갈아입을념을 하지 않았다.경운은 넌지시 귀띔했다.

《소장동무, 퇴근합시다.》

한동안 머뭇거리던 정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좀전에 성에 가서 보니 많은 정무원들이 퇴근후에는 주요건설장에 나간다고들 하더군요.우리도 야간돌격대를 뭇는게 어떨가요？》

당장 퇴근길에 나서려던 종업원들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무거운 침묵을 깨치며 누군가가 한마디 했다.

《제일도 힘든데…》

순간 소장의 얼굴에 섭섭한 기색이 어리였다.

《남의 일이란 말이지요？ 동무들, 생각해보세요.누구나 제 집일 하나만을 생각한다면 나라일은 어떻게 되고 밤을 잊으시고 일하고계시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어깨우에 실린 무거운 짐은 언제 덜어지게 되겠습니까.》

소장은 더 긴말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남긴 말의 여운은 깊었다.

모든 종업원들이 야간돌격대에 탄원하였다.

이를 계기로 관리소에서는 당에서 중시하는 주요대상건설장들에 의례히 야간돌격대나 지원대로 나가 량심껏 일하고 소박한 공연무대도 펼치면서 건설자들을 고무하는 퇴근시간후의 일과가 생기게 되였다.

독창과 대화시, 중창, 하모니카합주 등 공연종목 하나하나에 온갖 심혈을 쏟아부으며 모두가 사회주의대건설장마다에서 경제선동의 북소리를 높이 울리였다.

이 나날 자연박물관건설에 자원해나섰던 박남수를 비롯한 １０여명의 종업원들이 높은 국가수훈의 영예를 지니였으며 관리소는 혁명과업수행에서나 당정책관철에서 언제나 앞장서나가는 전형단위의 영예를 지니게 되였다.

＊ ＊

완력가, 실력가, 정열가!

이것은 취재과정에 우리가 그려보았던 김정란소장의 모습이였다.그러나 우리의 생각을 훌 뒤집어놓은것은 정란과 ３０여년을 함께 일해오고있다는 박남수지도원의 말이였다.

《소장동무는 눈물이 많고 정이 무른 녀성이지요.아마 의사가 되였더라면 자기의 피와 살을 바쳐 환자를 소생시키는 헌신적인 의료일군의 전형으로 신문에 벌써 크게 났을겁니다.》

정란은 종업원들만이 아니라 그들가족모두의 어머니로 살았다.안해문제로 근심에 싸여있는 한 종업원을 위해 수많은 걸음을 한것도 그였다.종업원들과 꼭같이 후방물자를 나누었다가도 자기 몫을 종업원들을 위해 수고하는 취사원처녀와 나이많은 열관리공아바이에게 들려준 일도 있었다.

출장길에서 잠간 만났던 처녀강사가 그를 잊지 못해 집으로 찾아온적도 있었고 명절이면 어머니라고 부르며 안부를 묻군 하는 순안구역에서 살고있는 《자매》도 있었으며 결혼상을 차려주어 어머니처럼 따르는 영예군인도 있었다.

덕성탄광에 지원사업을 갔다가 한 탄부의 안해가 몇년째 자식이 없어 근심하는것을 보고 해당 기관과 련계를 취해 끝끝내 떡돌같은 자식을 낳도록 도와주고 친정어머니처럼 기뻐한 일도 종업원들의 추억속에 간직되여있었다.

구역안의 전쟁로병들과 영예군인들, 공로자들, 사회주의건설장마다에서 인연맺은 건설자들, 출장길에서 만난 사람들모두가 정란과 혈육의 정을 나누었으며 자신을 깡그리 바치는데서 기쁨과 보람을 찾는 소장의 그 열렬한 헌신성에 머리를 숙이였다.

언제인가 약품공급때문에 출장을 떠났던 정란은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종업원의 아들이 군사복무를 하고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그 종업원은 몇해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였다.아들의 안부라도 가족들에게 전해주고싶어 부대지휘관을 만난 그는 그 병사가 어릴 때 앓았던 병때문에 자주 고생한다는 말을 듣게 되였다.

정란은 병사의 치료를 맡아나섰다.병사가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에도, 수술을 받을 때에도 그는 환자의 곁에 있었다.매일과 같이 면회를 오며 따뜻한 정을 부어주는 그를 담당의사는 물론 의료일군들모두가 친어머니로 알고있었다.병사는 정란소장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맹세했다.

《어머니, 꼭 훌륭한 병사가 되겠습니다.》

이미전에 세상을 떠난 한 종업원의 아들의 결혼식을 종업원들모두가 부모가 된 심정에서 축하해주었던 그날 정란은 얼마나 기뻐했던가.

신랑은 첫 잔을 소중히 들고 신부와 함께 정란앞에 섰다.

《웃어른들께 먼저 올려라.난 어머니가 다니던 관리소를 대표해서 온 손님이란다.》

《소장동진 손님이 아닙니다.아들의 축배잔을 받아주십시오.어머니!》

신랑의 눈물젖은 목소리와 함께 장내에 박수가 터졌다.그 시각 행복의 눈물이 반짝이는 정란의 얼굴은 사람들의 눈에 끝없이 돋보였다.

어느날 정란은 성에서 찾는다는 련락을 받았다.성일군의 방에 들어서니 낯익은 모습들이 그를 맞아주었다.성일군이 말했다.

《소장동무의 병치료때문에 불렀소.자신을 돌볼줄 통 모르는 사람이니 우리가 나서야지.》

이미전부터 정란은 자기가 위험한 병에 걸렸다는것을 알고있었다.일감때문에 수술치료를 차일피일 미루어왔다.

《일밖에 모르는 소장동무인데 우리가 그의 건강을 책임집시다.》

입원치료문제를 놓고 구체적으로 토론하는 일군들의 모습을 보며 정란은 뜨거운것을 삼키였다.

지금껏 당조직에서 마지막자리에서 헤매이던 관리소를 당의 뜻대로 전변시켜보자고 아글타글 애쓰는 자기를 얼마나 웅심깊게 도와주고 이끌어주었던가.

성의 능력있는 일군에게 관리소를 잘 도와줄데 대한 고정분공도 주었고 제기하는 문제는 어떤것이든 적극 지지하고 떠밀어주었다.

관리소종업원들이 어느 한 건설장에 경제선동을 떠날 때에는 손풍금수와 뻐스도 보내주면서 자그마한 성과도 크게 내세워주었다.

승용차에 몸을 싣고 병원으로 가면서 정란은 어머니 유은주의 마지막말을 생각하였다.

《너의 외할아버지는 나라의 해방을 위해 싸웠지만 언제 한번 공적을 알아달라고 찾아다닌적이 없었다.천리마시대때 너의 아버지와 나도 그렇게 살았고 수령님과 장군님께 기쁨을 드린 너의 형제들도 누구 하나 제 낯을 내려고 일한적이 없지 않니.우리 집의 가풍으로 명심하길 바란다.》

(내 생명 다할 때까지 힘껏 일하리라.)

＊ ＊

저녁늦게야 정란소장을 만난 우리는 함께 퇴근길에 올랐다.소박하고 정이 넘치는 녀성일군은 우리에게 또 다른 모습을 안겨주었다.

늘 이렇게 늦게 퇴근하면 가정일은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물음에 그는 《가정에는 가정대로 나를 기다리는 일과 내 손이 꼭 닿아야 할 일감들이 있지요.》 하고 즐겁게 웃는것이였다.천만시름을 락으로 여기는 행복한 안해, 대가를 모르는 어머니의 모습이였다.

《난 언제나 이렇게 생각합니다.〈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이 구호에서 첫번째 〈하나〉라는건 바로 나같이 당앞에 한개 단위를 책임진 일군이라고 말입니다.일군이 먼저 자신을 다 바쳐야 집단이 한가정이 되고 집단이 한가정이 되여 일터가 우리 집이 되면 못해낼 일이 없다고 봅니다.》

헤여질 때 그는 말하였다.

《５년후에 다시 와주십시오.당 제８차대회 결정을 받들고 우리 관리소에서도 ５개년계획수행을 위한 목표를 높이 세웠답니다.우린 꼭 해낼겁니다.》

그의 모습은 멀어져갔지만 우리의 귀전에는 한 녀성일군에 대한 종업원들의 이야기들이 남긴 여운이 오래도록 메아리쳤다.

사람들이 모여 집단이 되고 매 집단 하나하나가 합쳐 국가를 이룬다.모든 일군들이 우리의 주인공처럼 한초한초를 열정과 헌신으로 불태워갈 때 사회주의 우리 집의 창가마다에는 얼마나 많은 행복의 이야기들이 꽃펴나게 되겠는가.

본사기자 김옥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