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은 1776년에 조선봉건왕조 22대왕이였던 정조의 즉위와 함께 설치된 관청이다.

규장각은 초기에 관청의 외피를 쓰고 영조왕의 글과 글씨, 화상 등을 보관하고 관리하기 위한 관청으로 설치되였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학문을 중시하는 기풍을 세워 외척과 결탁되지 않은 《새로운》 관료진을 키워내고 그들에게 의거하여 국정을 실시하려는 정조의 의도에 따라 설치된것이였다.

정조가 집권한 18세기 후반기는 당쟁이 극도로 격화되던 시기였다. 16세기 중엽 심의겸과 김효원의 쟁론에 의하여 시작된 동서분당은 그후 수많은 파들로 갈라졌으며 지배권과 더 많은 재물을 차지하기 위한 통치배들사이의 당쟁은 이 시기에 이르러 더욱 격렬해졌다.

1728년에는 《리린좌의 란》이 일어나고 1762년에는 국왕 영조가 자기의 친아들인 장헌세자를 뒤주속에 넣어 죽이기까지 하는 등 당쟁은 국왕의 전제권자체를 위협하는 정권쟁탈전으로 번져졌다.

이러한 속에서 왕위에 오른 정조는 당시 정권을 차지하고있던 외척들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에 물젖지 않은 새로운 관료진을 키워내고 그들에게 의거하여 정권을 운영하려고 하였으며 그로부터 규장각을 설치하였다.

규장각은 정조집권시기에는 학문연구기관으로서 국왕의 정무처리를 보좌하는 정치자문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으나 1800년 순조집권이후시기부터는 외척들의 세도정치로 하여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였고 도서출판 및 보관기관으로서의 기능만 수행하면서 1894년까지 존재하였다.

《규장각지》는 바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 규장각의 관제와 직능들을 수록한 규장각의 관청지이다. 《규장각지》는 국왕 정조의 지시에 따라 규장각의 현임 및 전임의 제학을 지낸 리복원, 리휘지, 황경헌, 서명응, 김종수 등에 의하여 1784년 6월에 편찬완성되였고 그해에 규장각의 부속관청인 교서관에서 간행되였다.

《규장각지》는 1책 2권으로 되여있다. 1권에는 《건치》, 《직관》, 《봉안》, 《편차》, 《서적 》항목이, 2권에는 《교습》, 《원규》, 《사실》항목이 설정되여있다.

《건치》항목에는 규장각의 설치연혁과 기구체계가, 《직관》항목에는 규장각의 관제와 그에 따르는 관리들의 임명방식, 례겸직이, 《봉안》항목에는 국왕의 글과 글씨, 화상들을 안치하는 규례가, 《편차》항목에는 규장각에서 책을 편찬하고 간행하는데 관한 절차가, 《서적》항목에는 규장각의 장서와 도서보관 및 열람취급질서가, 《교습》항목에는 규장각 관리들에 대한 각종 글짓기과제와 시험절차가, 《원규》항목에는 규장각의 내부규정이, 《사실》항목에는 규장각 관리들이 규장각의 설치와 관련하여 지은 글들이 수록되여있다.

《규장각지》에는 우선 규장각의 기구체계에 대한 귀중한 사료들이 집중적으로 수록되여있다. 이 기구체계에 대하여서는 당시 봉건국가의 기본법전인《대전통편》에도 일부 수록되여있지만 《규장각지》에는 규장각의 기구체계를 내각과 외각으로 나누어 매우 상세하게 수록하였다.

《규장각지》에는 또한 규장각에서의 도서보관과 열람준칙, 도서출판과 관련한 사료들이 구체적으로 수록되여있다.

이처럼 《규장각지》는 조선봉건왕조시기 도서출판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 규장각과 조선봉건왕조 후반기 도서보관 및 출판에 대한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귀중한 민족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