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4, 2024
KCNA Arirang Meari

《동방살해지국》, 어쩌다 여기까지

Date: 27/09/2021 | Source: Arirang Meari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며칠전 한 언론에서 섬찍한 글귀에 접했다.

《동방살해지국》

혹시 잘못 보지 않았나 하여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분명 《동방례의지국》이 아닌 《동방살해지국》이였다. 순간 알지 못할 공포가 전신을 감싸며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동방살해지국》, 섬찍한 환각속에 거듭 곱씹어보느라니 결코 틀린 말이 아니며 지나친 표현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지 아침저녁으로 뉴스를 보면 련일 보도되는 존속살해, 비속살해, 유괴살인, 련쇄살인, 구타살인, 음독살인소식들에 뉴스보기가 막 끔찍할 정도가 아닌가. 뉴스만 두려운게 아니다. 내가 몸담고 사는 이 땅, 이 사회자체가 그대로 무지무지 몸서리쳐진다.

이제는 범죄의 바다우에 유일한 구명줄이 되고 마지막 구조선이 되여야 할 가정마저 살인범죄의 온상으로 화하여 함께 사는 식구들까지 잠재적살인자로 경계해야 하는 우리들이 아니던가.

언제인가 책에서 보니 사람에게 있어서 가정은 바람과 비와 추위를 막아주는 따스한 포구와 같다고 했고 외국의 어떤 이는 천국을 찾아 헤매이다 돌아와보니 집이 천국이였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이 땅에서는 어떠한가.

돈에 눈이 멀어 피붙이를 죽이고 질투에 리성을 잃어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들이 매일과 같이 터지고있다. 그런가하면 바람난 남편이 안해를 목졸라 죽이고 갈등끝에 안해가 남편을 독극물로 살해하는것과 같은 끔찍한 일들도 비일비재로 나타나고있다.

효성과 효도라는 말은 사전의 올림말로만 남아있다. 중학생이 학업성적을 탓하는 엄마를 흉기로 찔러 죽이고 대학생이 어른들의 질책이 듣기 싫다고 아버지와 할머니를 살해하고는 주검우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고 심지어 부모를 죽이고도 부족하여 시신을 토막친 명문대생도 있다. 그뿐이랴. 남매가 함께 모의하여 다른 날도 아닌 《어버이날》에 아버지를 죽여버리고 아들이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모친을 목눌러 죽이고 친형마저 유괴살인하는가 하면 며느리는 사망보험금을 노려 남편과 시어머니를 잇달아 살해한다.

더욱 공포스러운것은 사랑중의 참사랑이라던 모성애와 부성애마저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다. 엄마가 어린 아들을 려행용가방속에 가두어놓아 숨지게 만들고 딸을 혹독하게 때려 뼈들을 부러뜨리고 내장까지 파손시켜 죽이는가 하면 아버지가 안해와 자식들을 한날한시에 모두 죽여버리고 시어머니가 만삭의 며느리를 목눌러 죽이는 등 짐승도 차마 못할짓이 다름아닌 부모들에 의해 행해지고있다.

한 처마, 한 지붕아래서 벌어지는 이러한 존속살인, 비속살인건수는 갈수록 늘어나 그 비중은 이미 다른 나라들과는 대비도 할수 없을 정도이며 살인범죄가 많기로 악명높은 미국과 서유럽에 비해볼 때 무려 3~4배에 달하고있다.

서로 의지가 되고 보호막이 되여야 할 가정마저 이렇게 무시무시한 지옥이 되여 아버지가 아들을 주의하고 딸이 엄마를 조심하고 남편이 안해를 두려워하며 온 가족이 서로를 경계해야 하는 정도이니 남남간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동방례의지국의 후손들이 지금은 《동방살해지국》에서 살게 된것이다.

아니, 정말 이 땅이 한때 동방례의지국으로 불리웠던 그 땅이 옳긴 옳은것일가. 그럼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와버렸단 말인가.

아마도 《성장》과 《번영》의 화려함에 가리워진 가난과 빈궁의 참혹한 증대, 그로 인한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절망, 지구촌의 그 어느곳보다 복잡하고 첨예한 가지가지 갈등과 모순의 집적과 팽배, 그 모든 부조리의 악순환에서 비롯된것이리라.

좀 더 성찰해본다면 《한국》사회가 이 행성의 온갖 위험한 가치관들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인 탓이기도 하다. 결과 화목과 리해, 상부상조와 같은 전통의 미덕은 깡그리 사멸되고 그 페허우에 염세와 타락, 방종과 무절제,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와 타인에 대한 적의, 돈에 대한 극단적인 욕망과 같이 인간의 덕성을 파괴하는 독버섯들이 구름처럼 자라 이 사회를 뒤덮게 된것이다.

동물이 야생성을 잃으면 사람에게 유익한 가축이 되지만 인간이 덕성을 잃으면 사람들에게 위험한 야수가 되고만다.

벌써 오래전에 이 땅은 서로가 서로에게 야수가 되여버린 살인왕국으로 전락하였다. 가장 가까운 혈육에 의해서도 언제 내 목숨이 끊길지 알수 없다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속에 살아가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간성사멸지대, 인성페허지대가 바로 내 사는 《한국》인것이다.

정녕 이런 《동방살해지국》에서 가슴조이며 살아갈바에는 짐승을 벗삼아 쟝글에 가 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가.

gfh -서울 관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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