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2, 2022
KCNA Tongil Voice

《포기펜데믹》의 함의

Date: 17/01/2022 | Source: Tongil Voice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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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는 남조선인터네트홈페지에 실린 필명 《아이러니》의 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포기펜데믹의 함의》

누구나 크고 작은 소망 하나쯤 마음에 품어보는 새해, 그러나 서둘러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함은 우리 사회의 모순적실상이다.

정월초하루 정오무렵 인터네트를 통해 2022년의 계획이 뭐냐고 SNS친구들에게 간단히 문의했더니 거퍼 날아드는 문자들, 그 개중에는 《포기》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다들 자신들이야기같다며 동병상련의 대글들을 달고 추천해주는 이들이 꽤 많았다. 어느 한 친구는 전세계에 만연하는 코로나19 펜데믹만큼이나 이 사회에 성행하는 말이 《포기》여서 《포기펜데믹》이라 정의함이 걸맞겠다고 하는것이였다. 정월도 반쯤 지나간 지금도 그와 류사한 의견들이 잇따르고있다.

새해가 밝았다는것 자체가 또 청년이라는것 그 자체가 희망인데도 포기란 말로 답답한 가슴을 열어야 하는 엄연한 현실앞에서 나 역시 포기를 곱씹어보기는 매한가지다.

너무도 지겨워 묻어버렸던 지난 일들이 한꺼번에 상기되며 기분이 울적해진다.

추억하기도 괴로운 지난해 12월 조선소에서 일하던 나는 채용 일곱달만에 실직을 체험해야 했다. 관련업체가 경기악화를 명분삼아 일자리 줄인다는것을 발표했던것이다.

사실 내가 험한 조선소일을 시작한건 묵돈마련을 위해서였다. 어느날 온라인 구직싸이트에 들어가 취업정보를 조사하던 중 조선소모집공고가 눈에 쏙 들어왔다. 일당 10만원(남조선돈), 한달에 최대 300만원을 지급해준다는게 아닌가. 그동안 여러 대기업들에서 문전거절을 많이 당해 구직의욕이 거의 바닥나 허탈상태에 빠져있던지라 순간에 격앙되였다.

부푼 마음안고 조선소에 들어가 막상 일을 해보니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위험했다. 종종 가로 3m, 세로 40㎝의 발판 하나에 의지한 채 건물 10층높이의 선체에 붙어 용접작업을 하군 했는데 밑을 내다보면 당장에 떨어질것만 같아 가슴 철렁하고 두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따금 웃쪽에서 철재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한시도 안심할수 없었다. 그쯤한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더 곤혹스러운것은 용접가스로 가득차있는 밀페구역안에서 작업할 때이다.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들어가도 두세시간 머물다보면 온통 땀범벅이 되기 십상이다. 그 몸으로 퇴근길에 오르면 찬바람에 금세 얼어들고 숙소에 들어와 거울을 들여다보면 새까매진 얼굴을 일별할수 있다.

너무도 힘들어 하루만에 조선소일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그래도 나는 참기로 결심했다. 살아가느라면 누구에게선가 인정받을수 있고 고생한것만큼 이 손에 돈을 쥘수 있기때문이였다.

하루중 제일 기다리는 시간은 샤와하는 시간인데 이때는 욕실 수채구멍으로 흘러들어가는 목욕물에 일의 고단함이 씻겨내려가는듯 싶어 위안을 찾기도 한다.

그런 뻐근한 직업도 구조조정을 당해 상처받고보니 서러움이 북받쳤다.

그래도 죽어라 열심히 일하면 달라질수 있다는 어르신들의 훈언을 곧이곧대로 믿고 골목식당 주방장의 심부름과 카페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들보다 덜 자고 덜 먹고 더 일하고 더 애썼건만 내게 돌아오는것은 월세방 유지와 먹거리구매에 한참 못미치는 푼돈이였다. 그마저도 더이상 받지 못하게 되였다. 코로나19 펜데믹영향으로 손님 줄고 영업 안되자 골목식당과 카페에서는 나와 맺었던 채용계약을 중지했던것이다.

돈 벌어가지고 집에 오마 하고 태안의 부모님들과 약속했던것이 후회막심했다. 분김에 화술까지 마셨지만 우울장애로 통 잠들수 없었다.

지난해 마지막날 밤엔 류달리도 어둠속 시계의 찰칵찰칵 초침소리가 《넌 노력해도 안돼. 그만 포기해.》하는 훈계처럼 마음속에 파고들었다.

다음순간 이 땅에서 꿈 접고 이민 갈 각오를 품게 되였다. 동문친구 하나가 같이 이민 갈 친구들을 모집한다고 하니 살길 막힌 나로서야 이상 마땅한 대안이 없는것이다.

《N포세대》가 리용하는 한 포털싸이트의 《탈조선》 항목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젊은이들이 이곳을 떠나는것은 외국이 예보다 나아서 그러는것이 아니다. 더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더이상 비참해지고싶지 않아 《탈조선》하고싶었지만 또 부모님들생각에 발목이 묶이웠다.

무기력증이 들고 재도전도 짜증만 났다. 다 단념하고싶었다.

그러자 유서 쓰고싶고 한밤중 한강다리에 달려가 차거운 강물에 몸을 던지고싶은 충동이 일고, 그러기를 그 몇번인줄 모른다.

눈이 빠지게 기다릴 부모님들의 얼굴이 금세 떠올라 마음을 다잡지만 선택의 불꽃이 자꾸만 튀는데 어쩌나…

극단적선택을 결심한다는게 바로 이런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하니 어디선가 뗑뗑 들려오는 제야의 종소리가 장송곡같이 들려왔다.

어쩌면 나자신이 《N포세대》의 시대적초상일지도 모른다.

나만 아니다. 대글이 말해주듯 새해를 맞았지만 《포기펜데믹》으로 몸부림치며 애초에 한해의 꿈을 접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이야말로 이 사회의 어두운 초상인것이다.

《포기》라는 대류행병을 대하는 기성정치권의 행태는 실로 혐오스럽다.

현 펜데믹국면의 위기가 코로나비루스가 몰아온것이라면 《포기펜데믹》의 위기는 기득권세력이 몰아온것이다.

사적소유에 기초한 불평등과 특권을 합법화하고 부와 권력을 독차지하고있는 이 세력은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한 주범임에도 천연스레 《더 나은 미래》, 《삶의 질개선》을 읊조리고있다.

한마디로 권력잡기를 위한 무한경쟁에서 절대로 포기를 모르는 그들은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회유기만해 저들의 정략적목적을 이루어보려고 열공하고있는것이다.

이 부조리한 상황을 그냥 두고서는 민중의 생존권도, 사회대전환의 과제도 실현할수 없다. 남녀와 세대, 지역을 넘어 《포기펜데믹》에 시달리는 99%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분노를 표출하는것이 포기해서는 안될 시대적과제인줄 안다.

지금까지 남조선인터네트홈페지에 실린 필명 《아이러니》의 글 《〈포기펜데믹〉의 함의》를 소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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