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9, 2024
KCNA Voice of Korea (KR)

단편소설 《따뜻한 바다》 (3)

Date: 14/05/2022 | Source: Voice of Korea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주체108(2019)년 출판

원수님께서는 얼른 화면을 켜시였다.

아이들의 웃고 떠들어대는 모습이 나타났다.

거울집앞에서는 이마에 혹을 붙여가지고 나온 애를 둘러싸고 여러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리고있었다. 그런데 당자는 이마의 《복숭아》를 오히려 보물인양 무척 뻐기는듯 한 표정이였다.

원수님께서는 동심이 되살아나시는듯 웃음을 지으시였다.

료리실과 전자오락실에서 료리도 하고 전자총을 휘두르며 《전투》를 벌리고있는 장면을 보시면서는 지금 야영소에 나가있는 아동문학작가들이 쓴 동시초 《세상이여 우리를 부러워하라!》의 시구절들이 떠오르시며 마음이 더욱 즐거워지시였다.

이어 조약수조가 화면에 펼쳐졌다. 애들이 한창 수조에 뛰여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물장구를 치며 가녁으로 나오던 아이들이 웬일인지 우를 쳐다보며 요란한 웃음을 터치는것이였다. 애들의 모습을 한동안 담고있던 화면이 무용수의 몸매마냥 아름다운 곡선을 지은 조약대를 따라 서서히 올라갔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웬 처녀애가 아찔하게 높은 맨 꼭대기조약대에서 몹시 불안해하고있었다.

(저런…)

애가 겁을 먹은것이 한눈에 알렸다.

거울집앞에서 배를 그러안고 웃던 몸매가 균형잡힌 날씬한 처녀애였다. 그런데 어쩌다가 웬만한 남자애들도 올라가기 저어하는 맨 웃단까지 올라갔단 말인가.

다른 장면들이 련이어 펼쳐졌으나 원수님께서는 다시 화면을 뒤로 돌리시였다. 하나같이 밝게 웃는 애들속에서 공포에 질려있는 그 애의 모습은 마치 흰종이에 떨어진 잉크방울처럼 원수님의 마음에 지우지 못할 아쉬움을 남긴것이다.…

원수님께서는 부부장아저씨를 전화로 찾으시였다.

《애가 공포에 질려있구만. 얼핏 봐선 운동을 많이 한 애같은데…》

《그렇습니다. 은주라고 무산군 기암초급중학교 수영선수였습니다. 아마 멋진 동작을 해보이려고 맨우에 올라갔다가 갑자기 당황해난것같습니다.》

부부장아저씨는 조약대에 올라갔다가 혼쭐이 난 아이는 야영소의 웃음화제거리로 되였다고 말씀드리였다.

원수님께서는 자못 놀라신 안색을 지으시였다.

《뭐요? 수영선수?》

원수님께서는 화면을 더 자세히 보시였다.

부부장아저씨는 물놀이가 끝난 뒤 은주를 만났던 일을 말씀드렸다.

…조약대에서 뛰여내리자니 은주의 머리속에는 사품치며 흘러가는 기암천에서 살려달라고 웨치던 때가 환영처럼 떠올랐다.

큰물에 떠내려가던 그는 이틀만에야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다. 보안원아저씨가 자기를 구원해주었다는것도 그때 알았다. 그런데 더 큰 슬픔이 그를 기다릴줄은…

200일전투때문에 림산사업소에 나가있던 아버지가 통나무와 귀중한 설비들을 큰물로부터 구원하고 돌아오지 못하였다. 또 학교에 모셔진 수령님들의 영상작품들을 안전한 곳에 모시던 수영지도원선생님도 은주의 곁을 영영 떠나가버렸다.

바로 열흘전 군적인 초급중학교학생부류 수영경기에서 1등을 하였을때 자기 등을 두드려주며 《은주, 훈련을 더 잘해서 도에서 1등하고 중앙에서 1등하고 국제경기에 나가 1등하여 공화국기를 꼭 날려야 해.》하며 상긋 웃던 선생님이였다.

기암천기슭에 자리잡은 아담한 학교도 무너지고 은주가 항상 바다라고 부르던 수영장도 큰물에 사라져버렸다. 물은 은주의 마음에 이렇게 모진 상처를 남겨놓고 흘러가버리고말았다.…

《그래서 물을 사랑하던 애가 물을 등졌구만.…》

이젠 두달이 가까와오지만 아직도 아이들의 마음속에 흙탕물자욱이 남아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원수님의 마음을 더없이 무겁게 했다. 얼마나 혼들이 났으면 구슬같이 맑디맑은 물앞에서도 뒤걸음치겠는가. 군적인 수영경기에서도 우승하고 앞으로 이름난 수영선수가 되여 공화국기를 하늘높이 날리겠다던 은주의 꿈이 이렇게 사라지고만단 말인가.

《은주와 같은 애들이 많소?》

부부장아저씨는 뽀트에도 오르지 않고 수영활동에도 빠지는 학생들이 매 분단에 한두명정도밖에 안된다고 말씀드렸다.

《한개 분단에 한두명이라… 몇명 안된다는거지.…》

원수님께서는 마음이 아파나시여 잠시 아무 말씀도 없으시였다.

《그래… 어떤 대책을 세웠소?》

《야영소일군들도, 함께 온 분단지도원들도 그 애들을 늘 곁에 끼고 다니며 마음을 쓰고있습니다.》

불면 날아갈가 쥐면 꺼질가 그 애들을 위해 마음쓸 지도교원들의 고마운 마음이 안겨오시였다. 그렇다고 늘 그 애들을 끼고 다닐수야 없지 않는가. 또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들의 마음속 상처를 《치료》할수는 더구나 없었다. 그렇다면…

《원수님, 물만 보면 겁부터 먹는 그 애들에겐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그들의 취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가지씩 다 좋은 재간을 가지고있었는데 은주도 미술에 무척 조예가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야영기간 그 애들의 취미가 더 계발되도록 대책을 세우려고 합니다.》

부부장아저씨와의 전화가 끝나자 원수님께서는 답답해나신듯 닫긴옷의 맨 웃단추를 벗기시였다.

방금 보신 문건에서 《학교자체》라고 쓴 글줄에 다시 시선을 보내시던 원수님께서는 문득 곁에 있는 매 학교들의 총설계안을 당겨 찬찬히 들여다보시였다.

중성필을 잡으신 원수님께서는 기본교사들이 있는 운동장옆 넓은 공지들에 천천히 동그라미를 그리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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