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4, 2024
KCNA Uriminzokkiri (Kr)

그가 찾은 삶의 보람

Date: 30/06/2022 | Source: Uriminzokkiri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주체111(2022)년 6월 30일 《로동신문》

실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나라의 산림자원을 늘이고 온 나라를 숲이 우거진 살기 좋은 인민의 락원으로 꾸리기 위하여 한대의 나무라도 더 심고 아끼고 가꾸는 사람이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듯 창대같은 비가 며칠째 억수로 퍼붓는 산으로 한 녀인이 오르고있었다. 판교군 락송리에 살고있는 황혜영이였다. 마을앞산에 조성한 왕밤나무림과 오랜 세월 깊은 인연을 맺고 살아온 그는 심은지 몇년 안되는 어린 왕밤나무들이 혹 비바람에 넘어지지 않았을가 하는 근심에 싸여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들 무사했구나.》

황혜영은 세찬 비발속에서도 꿋꿋이 서있는 왕밤나무들을 본 순간 너무 기뻐 이렇게 혼자소리로 속삭이였다. 마치 장한 일을 한 자식들을 품에 안듯 왕밤나무들을 끌어안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껏 어리였다.

그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솨솨 설레이는 왕밤나무숲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의 생의 전부와도 같은것이였다.

*     *

20여년전 어느 봄날 저녁해가 뉘엿뉘엿 서산마루에 걸릴무렵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황혜영은 산기슭에서 나무를 심는 한 로인을 띠여보게 되였다. 년로한 몸으로 홀로 나무를 심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 혜영은 그의 일손을 거들어주었다.

그날 황혜영은 로인의 고향이 바로 판교군 락송리라는것과 배천군에서 교육일군으로 일하다가 년로보장을 받은 후 배천군에서 자라는 왕밤나무를 고향땅에도 퍼치고싶어 찾아온 사연을 알게 되였다.

그때는 나라가 시련을 겪던 고난의 행군시기였다. 그처럼 어려운 때에 고향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간직하고 먼길을 찾아온 로인의 마음에 황혜영은 감동을 금할수 없었다.

그때부터 황혜영은 로인을 리영규라는 이름대신 밤나무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그와 왕밤나무와의 인연은 이렇게 맺어졌다.

그후 황혜영은 농장에서 함께 일하던 남편과 짬시간마다 밤나무할아버지를 도와 왕밤나무를 가꾸군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황혜영은 마을녀인들이 밤나무할아버지를 두고 수군수군하는 소리를 듣게 되였다. 알고보니 자기들이 식량보탬을 위해 알곡을 심었던 산기슭에 왕밤나무를 심은 로인에 대한 고까움의 목소리였다.

황혜영은 고향을 위해 바치는 밤나무할아버지의 깨끗한 마음이 욕을 보는것이 분하여 그냥 참을수가 없었다.

《생각 좀 해보세요. 먼 후날 왕밤나무들에 열매가 달리면 그 할아버지가 덕을 보겠나요 아니면 멀리에 있는 할아버지의 자식들이 덕을 보겠나요. 우리들과 우리 자식들이 덕을 보게 하자고 년로한 몸에 외지에서 고생하는 할아버지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게 무슨 소리예요.》

사실 이 말은 자기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자기도 이따금 로인을 찾아가 일손을 거들어준것밖에 더 도와준것이 없지 않은가. 그는 진정으로 밤나무할아버지를 도와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리당조직에서는 황혜영과 그의 남편이 리영규를 도와 농장림에 왕밤나무를 심고 가꾸도록 조치를 취해주었다.

어느날 황혜영은 리영규에게 어떻게 되여 왕밤나무를 고향에 심을 생각을 하게 되였는가고 물었다.

《년로보장을 받고 무엇을 할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지금껏 고향땅에 나무 한그루도 제손으로 심은적이 없다는 자책감이 들더군. 그래서 우리 고향사람들에게도 왕밤을 마음껏 먹여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던걸세.》

리영규의 이런 진정에 감복된 황혜영과 그의 남편은 왕밤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모든 지혜와 열정을 바치였다.

그런데 얼마후 황혜영의 남편이 뜻밖의 병으로 세상을 떠날줄 어떻게 알았으랴.

황혜영은 불시에 눈앞이 새까매지는것을 느꼈다. 멀리 리원군에서 시집온 그에게 있어서 남편은 마음의 기둥이였던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가고 묻는 리영규에게 황혜영은 이렇게 말했다.

《애아버지도 없는데 내가 이제 여기 남아선 무엇하겠나요. …》

황혜영은 어깨가 축 처진 밤나무할아버지의 모습을 가슴아프게 바라보았다. 자기의 뒤를 이어갈 젊은이들이 생겼다고 그리도 기뻐하던 로인이였다. 하지만 남편잃고 녀자 혼자의 몸으로 어떻게 왕밤나무림조성을 맡아한단 말인가.

저도 모르게 도리머리를 젓던 그의 눈앞에 토방돌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왕밤나무모들이 보였다. 남편이 운명하기 전날 밤 다음날 산에 심겠다며 마련해놓았던 나무모들이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편이 채 심지 못한 왕밤나무모들을 심기 위해 산으로 올랐다.

숲의 설레임소리가 그를 맞아주었다. 비록 아직 어린 나무들이였지만 제법 숲의 체모가 갖추어진 왕밤나무림을 보니 또다시 눈물이 샘솟듯하였다. 이제 이곳에서 왕밤을 딸 때면 우리 자식들이랑 마을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고 하면서 힘겨움도 웃음으로 이겨내던 남편의 모습이 못견디게 그리워졌다.

왕밤나무들은 남편의 모습처럼 안겨왔고 숲의 설레임소리는 자기의 몫까지 합쳐 왕밤나무림을 계속 조성해달라는 그의 당부처럼 들려왔다.

그때부터 황혜영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되였다. 말수더구가 적어진 반면에 남정들도 혀를 찰만큼 억척같이 일해나갔다.

그후에는 왕밤나무림조성을 맡아하자면 더 많은것을 배워야 한다는 밤나무할아버지의 권고대로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에 망라되여 산림학을 배웠다.

세월은 살같이 흘러 어느덧 밤나무할아버지가 집을 떠나 락송리에서 밤나무를 가꾼지도 1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왕밤나무림은 자기의 체모를 갖추었고 황혜영도 왕밤나무림의 당당한 주인이 되였다.

나이가 많아 몸도 이전같지 않게 되자 리영규는 왕밤나무림을 혜영에게 맡기고 떠나게 되였다. 자기의 여생을 고향땅의 왕밤나무림조성에 깡그리 바치고 올 때처럼 소문없이, 조용히 떠나가는 로인의 모습에서 황혜영은 참된 애국자란 과연 어떤 사람인가를 가슴저리게 느끼였다.

그로부터 얼마후 황혜영은 밤나무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것과 왕밤나무림을 부탁한다는 마지막말을 남기였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되였다.

황혜영은 밤나무할아버지가 걸은 애국의 길을 끝까지 걸어갈 맹세를 가슴속에 더욱 깊이 새기였다.

그는 온 한해 왕밤나무들의 비배관리를 위해 산에서 살다싶이 하였다.

산속에서 헤매이다가 산짐승들을 만나 등골이 서늘해질 때면 녀성의 몸으로 마지막까지 꽤 이 길을 갈수 있겠는가고 동요한적도 없지 않았다.

숲을 지키는 일은 가꾸는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는 한밤중에도 도끼질소리가 울리면 집을 뛰쳐나가군 하였고 드살이 센 녀자라는 말을 들을 때면 남몰래 눈굽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가까운 이웃이 찾아와 한참이나 바재이더니 딱한 부탁을 하나 들어달라고 하였다. 사연인즉 자기 집에 식솔이 불어나 집을 늘구어야 하겠는데 목재로 쓸 나무 몇대를 줄수 없겠는가고 하는것이였다.

황혜영은 더 생각할 사이없이 명백히 그루를 박아 말했다.

《심기는 내 손으로 심었지만 그건 다 나라의 재부예요. 나자신도 나무 한대를 벨 권한이 없어요.》

그러나 그에게도 나약해지던 순간이 있었다.

몇해전 둘째딸의 결혼식을 앞두었을 때였다. 오직 왕밤나무를 가꾸는데 모든것을 바쳐오느라 집안살림에는 별로 관심을 돌리지 못한 그였던지라 당장 례장감도 마련하기 어려웠다. 안타까와 어쩔바를 몰라하던 그는 방금 수확하여 쌓아놓은 밤마대들에 시선이 갔다. 자신을 위해서는 여적 한알의 밤도 다쳐보지 않은 그였지만 그 시각에만은 견디기 어려웠다. 막 밤마대를 들고나서려는데 누구인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의 딸들이였다.

《어머니, 우린 다 리해해요. 어머닌 늘 이 밤 한알한알에는 나라의 재부를 그토록 귀중히 여겨온 밤나무할아버지와 같은 애국자들의 땀과 넋이 깃들어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어릴적에는 벌레먹은 밤만 먹어본다며 투정질도 많았던 딸들이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엿이 자라 어머니의 마음을 누구보다 리해하고 왕밤나무림을 위해 모든것을 바쳐가는것이였다.

이렇게 애써 가꾼 왕밤나무림에서 딴 열매를 군안의 탁아소, 유치원어린이들에게 안겨주고 군인민들이 덕을 보게 되였을 때 황혜영의 기쁨은 얼마나 컸던가.

그는 해마다 수많은 왕밤나무모를 생산하여 인민군부대들과 군안의 여러 단위에도 보내주었다.

당에서는 이런 그를 사회주의애국공로자로 내세워주었다.

*     *

그가 산을 내릴무렵 비발도 차츰 더디여졌다. 대신 솨솨 설레이는 왕밤나무림의 설레임소리만이 더욱 크게 공명되여 울려왔다.

그 설레임소리는 이렇게 말해주고있었다.

삶의 진정한 행복과 보람은 누가 보건말건, 알아주건말건 후대들을 위해,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해 유익한 일을 스스로 찾아하는데 있다고.

본사기자 유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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