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 2024
KCNA Tongil Voice

이사하는 날

Date: 26/01/2023 | Source: Tongil Voice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북녘의 오늘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는 먼저 보통강구역 락원고급중학교 학생 홍장미의 수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사하는 날》

나는 오늘 이사를 했다.

정작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였지만 졸업을 앞두고 정든 학급동무들과 헤여지는것이 여간 섭섭하지 않았다.

정든 곳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알아서인지 이사짐을 실은 자동차도 힘겹게 움직이는것만 같았다.

나의 손에 쥐여진 기타, 그것은 나와 한책상에서 공부하는 수향이가 기념으로 준 기타였다.

수향이에게서 기타를 갓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헤여지게 됐으니 섭섭한 마음을 달랠길 없어 수향이는 자기가 애용하던 기타를 서슴없이 나에게 주었던것이다.

고마운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낯익은 거리와 마을을 지나 자동차는 어느덧 큰길로 꺾어들었다.

그런데 이때 먼곳에서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누굴가?

차를 세우라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눈여겨 살펴보니 우리 담임선생님이였다.

자동차는 발동을 멈추었다.

차있는 곳으로 힘겹게 걸어오는 선생님은 어찌나 숨이 찼던지 한동안 섰다가 다시 걸음을 옮기는것이였다.

어디서부터 달려왔는지 온통 땀투성이였다.

(작별인사를 했는데 무슨 일일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영문을 알수 없었다.

운전칸에 있던 어머니가 선생님을 먼저 반겨맞았다.

《아니, 선생님이…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선생님은 한참만에야 말을 떼였다.

《받으세요. 장미의 예방주사접종표예요.》

《예방주사접종표라니?!》

어머니도 운전사아저씨도 다 놀랐다.

《장미어머니, 오늘 학교들에서 예방주사접종을 하는데 장미가 이사를 가니… 그래서 이 접종표를 가지고가서 꼭 주사를 맞히세요.》

선생님의 말씀에 어머니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럼 이것때문에…》

어머니가 더 말을 잇지 못하자 선생님은 어머니의 손을 뜨겁게 잡으며 절절히 이야기하였다.

《사실 저도 생각못했었는데 의사선생님들이 예방주사를 맞는것은 고마운 우리 나라 보건제도의 혜택이라고 하면서 누구도 어길 권리가 없다며 이 접종표를 주는게 아니겠나요.》

선생님도 어머니도 두눈만 슴벅일뿐 아무 말도 못하였다.

우리 나라 보건제도의 혜택! 아직 나는 그것을 잘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똑똑히 알고있다.

나와 우리 가족, 우리모두를 지켜주고 보살펴주는것이 우리 나라 사회주의보건제도라는것을.

고마운 사회주의제도에서 태여나 오늘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랑의 층층계단을 오르며 성장해왔는가.

내가 소학교 2학년때인가 놀음에 빠져 슬그머니 학교에 가지 않은적이 있었다.

그날 저녁 선생님은 그날 배운 내용을 나에게 배워주려 우리집으로 왔던것이다.

사실 그때 나는 선생님이 고깝게만 생각되였다.

하루 수업에 빠진것을 놓고 큰일난것처럼 집에까지 찾아오는 선생님을 리해하지 못하는 철없던 나였다.

하지만 그것을 고마운 우리 나라 사회주의제도가 아니고서야 어찌 생각할수 있을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격정에 젖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렸다.

《장미야, 공부를 잘해서 나라의 이 은혜에 꼭 보답해야 한다.》

《어머니.》

나는 자그마한 예방주사접종표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안았다.

우리는 선생님의 바래움을 받으며 다시 길을 떠났다.

지금까지 보통강구역 락원고급중학교 학생 홍장미의 수필을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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