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2(2023)년 1월 27일 《로동신문》

실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가벼운 걸음을 옮겨놓는 한 녀인의 앞길을 환히 비쳐주었다.

그는 사리원시 신매2동에서 살고있는 리명희였다. 그의 손에는 친척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얻은 여러개의 빈 페니실린병이 쥐여져있었다. 그것은 비록 줌안에 들 정도로 많지 않지만 이제 몇개만 더 모으면 그가 목표했던 10만개가 된다. 한 지함에 1 000개씩 들어가니 10만개면 꼭 100지함이 되는것이다. 그러면 지난번보다 훨씬 더 많은 약병을 수집하여 해당 단위에 보내주게 되는것이 너무 기뻐 그는 먼길의 피로도 다 잊고말았다.

그가 이제 남은 약병들을 빨리 수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 다달았을 때였다.

앞집 로인이 그를 반겨맞았다.

《현영이 엄마 왔나?》

그러며 로인은 크지 않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웬 녀인이 전번에 현영이 엄마의 해설을 들었다면서 일부러 찾아왔더군. 꼭 전해달라고 했어.》

리명희는 서둘러 봉투를 펼치였다. 봉투안에는 그가 들고온 약병들과 꼭같은것들이 들어있었다.

페니실린병 세개, 리명희는 막 환성을 올렸다.

(이젠 됐구나. 10만개!)

작은 약병이 마치 값진 보물이라도 되는듯 어루쓰는 그의 눈앞에 지나온 나날이 물결쳐왔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누구나 보석과 같은 애국의 마음을 간직하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유익한 일을 스스로 찾아하여야 합니다.》

10여년전 봄이였다.

따스한 해빛이 창가로 비쳐들고 아지마다에 파릇파릇 움터나는 새싹들이 재생의 봄계절임을 알리고있었지만 리명희의 마음은 번거로왔다.

소학교에 다니는 딸 현영이가 며칠째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있었던것이다. 고마운 의료일군들의 정성에 의해 병상태는 많이 호전되여갔지만 리명희의 마음은 개운치 못하였다.

금방 소학교에 입학한 딸이 여러날이나 수업을 받지 못하면 공부를 꽤 따라갈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앞섰던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공연한 걱정이였다. 딸애의 담임교원이 매일 병원을 찾아와 그날 수업내용을 가르쳐주군 하였다. 비가 와도, 바람이 세차도 담임교원의 발걸음은 쉬임없이 이어졌다.

입원실에서 단 한명의 학생을 위해 진행되는 수업, 그것을 보며 리명희도 의료일군들도 조용히 눈굽을 찍었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신문과 방송으로 그런 이야기들에 접할 때에는 무심히 듣군 하던,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도 범상한것이라 여기던 일을 직접 당하게 되니 참으로 내 나라, 우리 제도에 대한 고마움이 끊임없이 솟구치는 샘처럼 가슴속에 넘쳐났다. 이 좋은 제도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리명희의 눈가에 집창문턱에 줄을 지어 가지런히 세워놓은 빈 약병들이 안겨들었다.

딸이 입원생활기간에 맞은 약병을 모두 합치면 수십개,

그런 빈 약병들을 다시 재자원화하여 쓸수 있다는 말이 뇌리에 되새겨졌다. 그는 작은 약병을 손에 꼭 감싸쥐였다.

길을 가다가 문득 눈에 띄군 하던 그런 약병들을 모두 수집하면 나라에 적으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가.

이렇게 되여 리명희는 페니실린이나 미찐같은 주사약을 담는 작은 약병과 인연을 맺게 되였다.

그때부터 그는 길을 오가면서도 약병이 보이면 얼른 소중히 건사하였고 친척이나 동무의 집에 갔다가도 약병이 보이면 놓치지 않았다.

병원에서 퇴원하여 학교에 다니는 현영이도 즐겨 그 일을 하였다.

그런데 워낙 약병이 작은지라 아무리 모아도 별로 알리지 않았다. 처음 1년동안 모은것이 불과 2천개정도였다.

그는 한해에 한번씩은 해당 단위에 보내주려던 계획을 미루었다. 약병 두 지함이 제가 보기에도 작아보였던것이다.

눈에 띄우는것만을 모아서는 세월이 없겠다고 생각한 리명희는 그때부터 인민반들을 찾아다니며 해설도 하고 다 쓴 약병이 있을만한 곳이라면 그 어디이건 다 찾아다녔다.

공장, 기업소들의 목장들, 수의방역초소들, 축산을 많이 하는 가정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어느덧 고급중학교학생이 된 현영이가 집으로 돌아와 페니실린병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어머니, 이제는 약병을 모으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좋은 일을 찾아하자요.》

이렇게 말하고나서 우물쭈물하던 현영이는 낮에 어느한 곳에 가서 약병을 찾다가 학급동무들을 만났댔는데 그만 얼굴이 붉어졌다고 하였다.

어느덧 처녀꼴이 잡혀가는 딸이였다.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리명희는 이렇게 말했다.

《현영아, 네가 병을 어떻게 고쳤니? 공부는 어떻게 했고? 돈 한푼 안받고 치료해주고 공부시켜준 나라의 은덕을 그렇게 쉽게 잊는다면 참된 사람이 못된다.

내가 널 잘못 키운가부다.》

현영이는 고개를 다소곳이 숙인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후 시내려객뻐스에 올랐던 리명희는 뻐스안에서 손님들을 대상으로 빈 약병과 관련한 해설을 하고있는 딸의 모습을 보았다. 불시에 대견함이 가슴에 꽉 차올랐다.

이렇게 모은 약병이 1만개가 되자 리명희는 딸애와 함께 그것들을 정성껏 포장하여 해당 단위에 보내주었다.

그후 그들은 약병수집사업을 더 열성적으로 진행하였다.

10만개, 30만개, 50만개…

이렇게 10여년세월이 흘렀다. 그들이 하고있는 일을 알게 된 녀맹조직에서는 그런 좋은 일을 왜 자기들만 하는가고 하면서 적극 도와나섰다.

녀맹조직과 이웃들의 사심없는 방조속에 그들모녀는 지난해 9월 또다시 10만개의 약병을 모아 해당 단위에 보내주었다.

지금까지 이들가정은 73만개에 달하는 약병을 수집하여 보내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룩하였다.

그의 소행은 황해북도안의 수많은 녀맹원들을 애국운동에로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불씨가 되였다.

＊    ＊

작은 약병 73만개, 한 가정에서 10여년세월 모은 약병의 수자도 참으로 놀랍다. 그러나 그보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는것은 작은 약병 그 하나하나에 담겨져있는 소중한 애국심이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을 간직한 사람은 첫걸음은 비록 크지 않아도 놀라운 성과를 이룩하게 된다는것을 73만개의 작은 약병이 말해주고있었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크든작든 한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우며 빛나는것이다. 그런 마음들이 국가를 떠받들고 혁명을 전진시킨다.

본사기자 백광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