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의 오늘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는 먼저 서성구역 와산고급중학교 학생 김수정의 수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9. 5와 95》

밤은 깊어가건만 9. 5점을 맞은 시험지앞에서 나는 잠들수가 없다.

내가 반올림하면 10점이라고 자기를 위안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였던 그 시험지가 이렇게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안식구들이 TV를 마주하고앉았을 때였다.

재미있는 영화가 방영되고있건만 방직공장 직포공인 언니만은 제 방에서 나오지 않는것이였다.

《얘, 가서 네 언니를 불러오렴. 영화라면 오금을 못쓰는 앤데…》

어머니의 분부에 나는 얼른 웃방으로 올라갔다.

《언니, 뭘 하나요? 영화하는데.》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언니는 책상우에 펴놓은 종이장들에서 눈을 들지도 않고 말하는것이였다.

《응, 난 좀 바빠.》

나는 무슨 연구사처럼 생각에 골몰하고있는 언니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으나 슬그머니 등뒤로 다가가 책상우를 넘겨다보았다.

무슨 회로같기도 하고 도면같기도 한 알수 없는 그림들이 가득 펼쳐져있었다.

《이건 또 뭘 하는거나요?》

호기심어린 나의 물음에 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새로운 순회길을 생각해보느라고 그래. 기대들사이의 배치와 간격을 합리적으로 하면 95초를 더 당길수 있을것 같아서…》

알수 없는 그림들을 들여다보며 언니의 말을 듣던 나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언니두 참, 무슨 국제경기에 나선 체육선수라고 초까지 재면서 그러나요. 2분도 안되는 시간을 가지고…》

나의 시까스름에 언니는 곱게 눈을 흘기였다.

《애두 참, 95초가 뭐 짧은 시간인줄 아니? 25초가 없는 2분이야. 반올림하면 2분이지. 그 시간이면 우리 직기에서 천이 얼마나 나오는지 아니?》

정색해서 하는 언니의 말에 나는 입이 떡 굳어졌다.

반올림하면 2분!

언니의 말이 나의 머리속에 공명을 일으켰다.

480분로동시간을 분분초초로 쪼개가며 조국의 부강번영에 이바지할 재부를 늘여나가는 언니의 피타는 열정이 가슴에 마쳐왔다.

그런데 나는…

9. 5라는 시험점수를 반올림하면 10점이라고 자기를 속이지 않았던가.

반올림하면 2분, 반올림하면 10점.

분명히 반올림산법이건만 언니와 나의 산법의 기초에는 너무도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고있는것이였다.

기대앞에 선 언니는 한초한초의 시간을 사회주의강국건설에 이바지하는 귀중한 순간순간들로 보았지만 나는 시험지의 점수 하나하나를 성적증에 씌여질 단순한 수자들로만 보았던것이다.

나는 시험지를 다시금 들여다보았다.

계산과정에 오차가 생긴 2번 문제와 9. 5라는 점수가 아프게 눈을 찌른다.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인재가 되라고 그토록 정을 다해 키워주는 조국과 선생님들앞에 내가 남긴 오점이고 공백인것이다.

밤은 소리없이 깊어가건만 나는 수학교과서를 펼쳐들었다.

다시는 곯아빠진 점수를 반올림하며 자신을 위안하지 않기 위하여, 분초를 아껴 조국의 부를 창조해가는 언니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또 조국앞에 반올림한 점수가 아닌 10점만점 최우등생이 되기 위하여 피타게 노력하리라.

나의 결심을 지지해주는듯 밤하늘의 뭇별들도 정답게 빛을 뿌리는것만 같다.

지금까지 서성구역 와산고급중학교 학생 김수정의 수필을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