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4, 2024
KCNA Tongil Voice

밑불

Date: 31/01/2023 | Source: Tongil Voice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이 시간에는 함경남도 흥남시에서 살고있는 김철룡의 수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밑불》

불이 붙고있었다.

2. 8비날론련합기업소구내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갑자기 온몸에 불이 확 당기는것 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카바이드전기로들이며 하조장, 저탄장들에 이르기까지 화학제품생산을 위한 전공정에서 불이 일고있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전원회의 결정관철에 떨쳐나선 기업소의 벅찬 숨결을 가슴벅차게 안아보던 나는 좀 있어 내가 만나야 할 우리 아빠트 웃집세대주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세대주가 당부했던 구럭인데 글쎄 아침엔 첫차를 놓친다고 하면서 까맣게 잊고 뛰여나갔지요뭐. …》

이른 새벽부터 걱정을 안고 나를 찾아왔던 웃집아주머니의 안타까움이 어린 목소리가 귀전에 메아리쳤다.

《아마 기사장동지는 사무실에 안계실겁니다.》

구내에서 만난 기업소처녀의 이 말앞에 나는 조바심을 감추지 못하고 한자리에서 서성거렸다.

《허, 이러다간 전해주어야 할 이 음식구럭때문에 출근시간이 늦어지겠는데…》

난감해하고있던 그 시각 방금 만났던 그 처녀가 뒤에서 갑자기 《아!》하면서 손벽을 치는것이였다.

《이제야 생각나는구만요. 우리 기업소 4호전기로쪽으로 가보십시오. 아까 과학원에서 온 연구사동지들과 함께 카바이드류출시간이 되였다고 하면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그렇소?! 이렇게 고마울데라구야.》 나는 그제서야 웃집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쪽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이제는 됐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며칠전 뻐스줄에서 잠간 마주쳤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기에게 딱한 고민거리가 생겼다며 허물없이 속생각을 터쳐놓던 그였다.

《카바이드류출시간을 지금보다는 더 훨씬 앞당겨야겠는데 내 재간에는 정말 힘들군요.》

안타까움에 젖어있던 그날의 목소리를 다시금 떠올려보며 4호전기로가 있는 곳에 다달은 나는 돌물이 이글거리는 카바이드로앞에서 로안을 들여다보는 그 직장 전로공들을 보게 되였다.

그런데 그 전로공들속에서 웃집세대주가 뛰여나올줄이야.

나와 구럭을 번갈아보던 그는 정말 수고했다며 거듭 인사를 하는것이였다.

좀 있어 그는 구럭을 안고 전로공들이 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자, 연구사동무, 동무들! 어서들 오오. 밑불이 좋아야 불이 잘 붙는다는데 우리 잠간 요기나 좀 하구 마저 한차지를 합시다. 어떻소?!》

뒤따라 터져오르는 호함진 웃음소리들…

《오늘 아침부터 밑불이 좋으니 이제 남은 한차지는 두말할것도 없겠습니다. 하하.》

나는 망두석이 되였다. 가슴은 그대로 돌물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밑불!

연재무지를 깔고앉아 유쾌히 구럭을 펴놓으며 눈이 마주붙도록 껄껄 웃고있는 그를 나는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불쑥 눈시울이 뜨거워났다.

전로공들과 꼭같은 방열복차림에 돌물을 끓이느라 숯불처럼 벌겋게 익은 저 얼굴…

《어제밤엔 몇시에 돌아왔는지… 글쎄 내가 깨여나보니 보던 기술서적도 덮지 못한채 책상머리에서 쉬고있지 않겠어요. 아침도 못드시고 갔는데 난 정말…》

그의 안해가 나의 손에 구럭을 들려주며 곱씹어 외우던 말이였다.

나에겐 전로공들과 허물없이 마주앉아 싱글벙글 웃고있는 그의 모습이 마치 대중의 심장속에서 이글거리는 시뻘건 밑불처럼 마쳐왔다.

밑불이 없이야 어떻게 불이 붙을수 있고 저 돌물이 저토록 붉은 화광을 뿜을수 있으랴.

밑불은 결코 자기를 위해 불타지 않는다.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우리 혁명의 준엄한 년대기들마다 당정책옹위전의 앞장에서 한몸그대로 밑불이 되여온 일군들의 뒤를 이어 량심과 의리를 바쳐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나는 그 밑불에서 보고있다.

자주, 자립, 자위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자력부강, 자력번영하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발전을 위한 장엄한 진군길을 밑불이 되여 힘차게 떠밀어가고있는 이런 일군들이 많을 때 그만큼 내 조국은 당 제8차대회가 가리킨 휘황한 길을 따라 전진의 보폭을 보다 활력있게 내짚게 될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팔을 잡아 끌어서야 상념에서 깨여났다.

떠들썩 류출을 부르는 웨침소리들이 나를 부르고있었다. 돌물을 끓이는 사람들속에서 그 일군, 나의 심금을 울려준 주인공인 우리 웃집세대주가 나를 보며 웃고있었다.

그 웃음은 실로 불덩이같은 웃음이였다.

지금까지 함경남도 흥남시에서 살고있는 김철룡의 수필을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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