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02, 2023
KCNA Tongil Voice

소수점아래 두자리수

Date: 05/06/2023 | Source: Tongil Voice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이 시간에는 동흥산은하피복공장 책임기사 김미향의 수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소수점아래 두자리수》

내가 남편을 만나 새 가정을 꾸린지도 벌써 7년세월이 흘렀지만 그동안 우리 가정에는 언제나 의견일치만이 있었을뿐 불협화음이란 없었다. 그러나 공감과 긍정, 리해가 늘 자리잡고있는 우리 부부생활에 한번은 내가 남편에 대해 곡해의 마음을 가졌던적이 있었다. 그 곡해의 마음은 내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소수점아래 두자리수에서 시작되였다.

며칠전 저녁늦게 퇴근한 남편은 식사후 책상에 가앉더니 우리 나라 만화영화 《령리한 너구리》에서 나오는 인상적인 세 친구들을 형상한 민들레학습장들을 가방에서 꺼내는것이였다. 얼핏 보아 10여권쯤은 될상싶었다. 나의 남편은 함흥시 성천강구역 하신흥초급중학교 분과장으로 사업하고있는데 미처 채점하지 못한 학생들의 숙제장들을 가지고 집에 들어오군 했다.

《시간이 퍼그나 지났는데 좀 쉬지요?》

내가 건강을 두고 걱정하자 남편은 《아직 학생들의 숙제를 다 점수매기지 못했거든. 먼저 자오.》하고 오히려 날 생각해주었다.

굳이 더 말을 붙이고싶지 않아 나는 남편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릴겸 래일 공장협의회에서 론의하게 되여있는 교복천절단기의 갱신도안을 펴들었다.

좀 있어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남편은 학습장을 번지고있었다.

아직 멀었는지 보고싶어 책상옆에 다가간 나는 이미 점수를 매긴 학습장 한권을 들어 앞표지를 보았다.

《한영진? 당신이 늘 말하던 수재머리, 아버지가 함흥약학대학 연구사로 있다던 그 선생네 아들이구만요.》

남편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학습장을 번지니 필기체로 쓴 점수가 나를 올려다보는것이였다.

9. 72? 소수점아래 한자리도 아니고 두자리수까지 매기다니 참?

나는 시험도 아니고 숙제인데 이렇게까지 매길 필요가 있겠는가, 9. 6을 넘어서면 10점인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연구사선생이 구체적으로 뜯어보고 직접 수표한 우에다가 야박한 점수를 써넣으면 그 애 아버지의 처지가 어떻게 되겠는가고 고까운 감정을 터놓았다.

나의 의견에 동안 머리를 끄덕이던 남편은 한참만에 나직한 어조로 말하는것이였다.

《당신말도 일리는 있소.》

그날밤은 이것으로 끝났다.

이튿날 아침 책상을 닦던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영진이의 숙제장을 다시금 펼쳐들었다.

9. 72. 어제 보았던 점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만큼 말해주었는데도 야박하게? 너그러운 점수를 주면 안되는가?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남편에 대해 언짢은 감정이 들었으나 바쁜 아침시간이라 언제 갑론을박할 사이가 없었다.

직장에 출근하여 드바쁜 하루를 보내는 사이 그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나는 퇴근하여 식사준비를 하던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야 9. 72라는 점수가 다시금 상기되였다.

《안녕하십니까. 담임선생님을 찾습니다. 제 영진이 아버지입니다.》

깍듯이 자기 소개를 하는 연구사선생의 전화에 나는 옹색해졌다.

남편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가고 미안한 투로 물었다.

《예, 제 선생님에게 사죄도 하고 감사하다고 인사도 하려고 그랬습니다.》

《사죄? … 인사라니요?》

나는 영문을 알수가 없어 되물었다.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을 시작해서 안됐습니다. 실은 이틀전 우리 영진이의 숙제를 검열하고 수표를 해주었는데 제가 허점이 있는것을 놓쳐버려 아들애가 그만 9. 72를 맞았습니다. 선생님이 구체적이고도 세밀하게 평가해주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번 했습니다. 선생님이 절 얼마나 욕많이 했겠습니까. 그래 사과도 할겸 선생님에게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싶어 전화를 들었댔습니다.》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것같아 조마조마해하던 나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이어 교원이 응당 해야 할 일을 한건데 하며 말끝을 끌었다.

《아닙니다. 응당 해야 할 일도 그처럼 세심하고 깐깐하게 봐준다는게 쉽지 않지요. 종이장차이같은 실력의 차이가 그런 세부에서 나타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제때에 일깨워주어 감사하다고 선생님에게 제 인사를 좀 전해주십시오. 그럼 이만하겠습니다.》

세심하고 깐깐하게!

학부형은 송수화기를 놓았으나 그의 목소리가 그냥 귀가에서 맴돌았다.

흔히 말하듯이 수자는 랭철하다. 여기에는 그 어떤 리해나 양보가 있을수 없기에 수자를 다루는 사람들앞에서는 도리머리를 젓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나의 남편을 비롯한 교원들은 그 랭철한 수자에 조국의 양양한 앞날을 떠메고나갈 인재들을 키워내는 교육자라는 높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담아가고있는것이 아닌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전원회의는 우리의 교육을 발전하는 세계적추세와 시대적요구에 따라세워 높은 지적, 실천능력을 지닌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키워낼수 있게 교육부문이 핵심적역할을 다해나갈데 대하여 다시금 중요하게 강조했다.

그 정신을 가슴깊이 새긴 교육자들모두가 지금 조국과 혁명앞에 지닌 성스러운 임무를 깊이 자각하고 실리있고 우월한 교육방법들을 끊임없이 창조, 일반화하면서 학생들이 다방면적인 산 지식을 더 많이 습득할수 있도록 요구성을 부단히 높여나가고있다.

소수점아래 두자리수, 그것은 진정 그쯤하면 괜찮다는 식의 두리뭉실한 평가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정확한 평가로써 학생들을 분발시키고 그들이 세계앞에 당당히 나설수 있도록 발전의 디딤돌을 고여주고있는 우리 교육자들의 참모습이 비껴있는 점수였다.

푸석돌이 아니라 튼튼한 디딤돌을 박차고 올라야 더 높이 오를수 있는 법이다.

사색의 가지를 펴나갈수록 흥분으로 달아오르는 나의 가슴은 훌륭한 인재들을 억세게 키워가는 남편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후대들을 위해 내가 맡은 교복생산에서 깨끗한 량심을 다 바쳐가야 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충만되였다.

지금까지 동흥산은하피복공장 책임기사 김미향의 수필 《소수점아래 두자리수》를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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