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를 이어 도시경영부문에서 일하고있는 신의주물정화사업소 로동자
최정순동무와 그의 네 자식에 대한 이야기
우리 인민들은 흔히 생활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라는 표현을 붙여 친근하게 부르군 한다.
《공산주의아바이》,《공산주의어머니》… 그 부름에는 직업이나 직무가 아니라 량심과 미덕을 놓고 인간됨을 평가하는 이 나라 인민의 진정넘친 존경이 담겨져있다.신의주물정화사업소 위생시설수리공 최정순녀성은 시의 주민들로부터 《공산주의어머니》라고 불리우며 사랑을 받고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주체형의 공산주의적인간의 량심에서 핵을 이루는것은 수령을 받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을 느끼는 혁명적량심이다.》
해방직후부터 오늘까지 최정순녀성의 가정은 도시경영부문의 한 직업에서 3대를 이어 일해오고있다.
누구나 선뜻 선택하기 헐치 않은 그런 직업에서 한생 험하고 궂은일을 하며 할아버지와 할머니,아버지와 어머니,자식들까지도 대대로 성실하게 가문의 첫 직업을 지켜가고있는 이런 인간들앞에서 누군들 공산주의인간,공산주의가정이라는 부름이 저절로 나오지 않을수 있을것인가.
천리마시대의 당원
전국천리마작업반운동선구자대회소식으로 온 나라가 끓던 1960년 8월,최정순녀성은 부푸는 희망에 넘쳐 중학교졸업을 앞두고있었다.
그날도 그는 저녁늦게 다시 직장으로 나가는 아버지를 따라 낯익은 길에 나섰다.신의주시 어느 한 수원지의 뽐프운전공이였던 그의 아버지는 6남매의 둘째인 최정순을 각별히 애지중지하였는데 그는 자주 딸애를 데리고 일터로 가군 하였다.그리고는 수원지의 설비들에 대하여,그 원리와 운전조작법에 대하여 하나하나 품들여 설명해주군 하였다.
설비들을 깐깐히 점검하고난 아버지는 문득 정순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네가 한번 기계를 운전해봐라.》
맑은 물은 예전처럼 수도관을 따라 거리와 마을,집집으로 줄기차게 흘러갔다.손때묻은 설비들의 관 하나,발브 하나를 정깊은 눈길로 이윽토록 더듬어가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난 네가 여기서 함께 일했으면 한다.》
공부도 체육도 잘해 포부도 많던 그였다.더우기 처녀천리마기수의 모습으로 자기의 래일을 꿈꾸던 그에게는 상하수도를 관리하는 일이 시대의 용용한 흐름과는 인연이 없는 하찮은 직업으로 여겨졌다.
아버지는 이야기했다.
《여긴 네가 태를 묻은 곳이다.우리 가정은 이 수원지에서 해방을 맞이했지.》
해방전 최정순녀성의 아버지는 직업이 없는 막벌이군이였다.가정을 먹여살릴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몸을 내댔다.일본놈들의 가혹한 채찍아래 조선사람의 피땀으로 한치한치 쌓아지는 수원지공사장에서 최정순녀성은 막벌이군부부의 자식으로 태여났다.조국이 해방되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향 벽동으로 가지 않고 수원지에 그냥 눌러앉았다.
《해방전에 우리 나라에는 하수도가 잘 정비된 도시가 없었다.일제놈들은 그런것조차 자기들이 사는 곳에만 만들었지.》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건국의 초행길에서 큰 일감도 많으셨지만 도시들의 상하수도망을 형성하는데 커다란 관심을 돌리시였다.그이께서 보통강개수공사의 첫삽을 뜨신 소식을 듣고 온밤 잠들지 못했던 최정순녀성의 아버지,어머니였다.
《우리의 도시와 거리들마다에는 땅우에만이 아니라 땅밑에도 인민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기울여오신 어버이수령님의 사랑이 대하처럼 흐르고있다.나와 네 어머니가 하는 일은 가문의 은인이신 어버이수령님께서 주신 우리 가정의 첫 직업이다.》
최정순녀성은 가정의 삶의 뿌리가 내린 사연깊은 수원지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토록 정을 다해 지켜가고있는 일터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둘러보았다.《사람들에게 맑은 물을 보내주는 일이 얼마나 좋으냐!》하고 몇번이고 곱씹던 아버지의 목소리에 담겨져있는 열렬한 애정이 가슴에 뜨겁게 파고들었다.
최정순녀성은 아버지,어머니의 뒤를 이어 도시경영부문에서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떼게 되였다.
한창 맵시를 볼 꽃나이처녀시절에 목긴 고무장화를 신고 한여름 뙤약볕아래서 궂은일을 하다 동창생들의 눈길과 마주칠 때면 얼마나 부끄러웠던가.그는 끝내 작업반장에게 참고참았던 말을 쏟고야말았다.다른 일은 얼마든지 하겠지만 이 일만은 못하겠다고 울먹이는 그의 등을 다독이며 오랜 당원인 작업반장은 조용히 말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오물을 쳐내고 도시를 깨끗이 하는 일은 인민들에게 복무하는 영예로운 일이라고 가르쳐주셨단다.공산주의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더 존경할것이라고 하시였지.》
그날 밤 최정순녀성은 오래도록 생각했다.
(수령님께서 바라시는 공산주의사상을 가진 사람이 되자.)
최정순녀성은 아버지와 어머니,작업반장아바이를 거울로 삼고 그들처럼 인민이 존경하는 로동자가 되기 위해 직심스레 일했다.
함께 일하던 기능공아바이가 심한 고열로 출근하지 못한 어느날이였다.아침일찍 사업소로 찾아온 한 녀인으로부터 부엌물이 잘 빠지지 않아 며칠째 고생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정순은 즉시 그의 집으로 갔다.
그런 큰 수리는 한번도 해본적 없지만 처녀는 대담하게 팔을 걷어붙이고 부엌바닥을 까기 시작하였다.그런데 눈엔 익고 손에는 설다고 정작 판을 벌려놓고보니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난감하였다.뒤에서 기대를 안고 바라보는 녀인과 아이들의 눈빛에 더욱 당황해난 정순은 이것저것 헛손질만 하다 끝내 도망치듯 그 집을 나서고말았다.
《물은 넘쳐나는데 부엌바닥까지 다 까놓았으니 영예군인네 집에서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동네녀인들의 이런 뒤소리를 들으며 정순은 기능공아바이의 집으로 달려갔다.아바이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런데 사연을 들은 기능공아바이는 오히려 처녀를 대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원,네가 부엌바닥을 다 깠단 말이냐? 제힘으로 해내겠다는 그 마음이 귀중한거다.나와 같이 가자.》
땅밑의 모든것이 한눈에 다 보이는듯 단번에 고장난 부위를 찾아 고쳐나가는 아바이의 숙련된 일솜씨를 처녀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수리를 끝내고 영예군인의 집을 나섰을 때는 밤이 퍽 깊어서였다.고열에 온몸이 확확 달아오르는 아바이를 부축하여 밤길을 걷는 처녀의 눈시울은 절로 달아올랐다.자기 아픔은 다 잊은듯 부엌바닥미장까지 말끔히 해주고는 집주인보다 더 좋아하던 아바이의 밝은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밟혀왔다.확실히 당원들은 보통사람과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였다.
《아바이처럼 일하면 나도 당원이 될수 있을가요?》
장알이 박힌 아바이의 껄껄한 손이 그의 손을 꼭 감싸쥐였다.
《제 맡은 일을 책임적으로 잘해서 사람들이 진심으로 존경하면 당원이 되지.》
이튿날부터 정순은 짬이 나는대로 동사무소들을 찾아다니며 동,인민반별략도를 그려나갔다.생소한 일을 시작하다보니 늘 인민반을 제때에 찾지 못해 시간을 랑비하군 하였는데 그만큼 인민들이 불편을 받는 시간이 길어졌던것이다.
다음날 작업을 위해 정대까지 제손으로 다 벼려놓고 집에 들어서면 자정이 넘군 하였는데 그때부터 그는 매 살림집들의 관구조를 날이 밝도록 연구하군 하였다.얼마후부터는 어려운 수리도 척척 해낼수 있게 되였다.주민들에게서 고맙다는 진정넘친 인사를 받을 때마다 단발머리처녀 정순은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날은 그가 일생에 처음으로 회의장주석단에 앉은 날이였다.주석단아래 수백쌍의 눈동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입당청원서를 읽는 최정순녀성의 젖은 눈에 못 잊을 사람들의 얼굴이 한명한명 비껴들었다.아버지,작업반장,기능공아바이…
수많은 손들이 일제히,엄숙히 높이 들렸다.아버지처럼 자기 직업을 열렬히 사랑하며 인민의 불편을 친혈육의 아픔으로 여기고 몸바쳐 그 고충을 덜어주는 21살 위생시설수리공의 인간됨을 당원들은 당적량심으로 보증하였다.
불뿜는 적의 화구를 몸으로 막은 공훈도 아니였다.길확실,리신자처럼 온 나라에 소문난 천리마작업반운동선구자도 아니였다.생산물도 없고 눈에 띄는 위훈도 없는 그의 일은 도시의 제일 밑바닥에서 1년 365일 조용히 흘러갔다.그러나 어머니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민을 위하여 묵묵히 바친 그의 땀을 알알이 진주보석처럼 모아 빛내여주며 그 자그마한 일을 영웅적위훈으로 내세워 평화로운 나날에 화선입당의 영예를 안겨준것이다.
공산주의인간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것이 아니다.비록 평범한 생활속의 평범한 직업이라 해도 어버이수령님의 은덕에 자신이 하는 일을 늘 비추어보며 수령님께서 바라시고 수령님께서 영예로운 일이라고 하시면 그것이 곧 자기의 본분이고 한생을 바쳐야 할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천리마시대의 참된 당원들과 같은 그런 사람들이 바로 공산주의사상을 가진 인간들이다.
한작업반,한당세포에서
최정순녀성의 집 벽면은 기념사진들로 가득차있다.그중에는 전국영웅대회에 참가하여 찍은 기념사진도 있다.
그는 영웅은 아니다.그러나 그는 영웅들과 나란히 어버이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그 영광의 기념사진들을 집안의 가보로 여기며 아이들이 자랐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탄생 70돐 중앙경축행사에 영광스럽게도 대표로 참가하였던 최정순녀성은 그해 가을 전국도시경영일군대회에서 토론을 하게 되였다.
당시 그는 아버지,어머니의 뒤를 이어 두 동생과 함께 상하수도를 관리하고있었다.온 가정이 도시경영부문에서 쉽지 않은 길을 걷고있다는 놀라운 가풍과 미덕은 참가자들을 감동시켰다.그보다 더 참가자들을 격동시킨것은 자기 초소에 자식들까지도 모두 세우겠다는 그의 결의였다.최정순녀성이 이런 결심을 다지게 된데는 사연이 있었다.
2~3년쯤 기술을 배워주어 이제는 제발로 걸어나갈만 하면 철새처럼 다른 일터로 떠나가군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는 손맥이 풀려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모대기며 잠 못 드는 안해를 바라보던 남편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당원구실을 못했소.그 초소에 우리 자식들을 세웁시다.》
남편의 말은 정순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나의 한생을 다 바치면 당앞에 나의 책임감이 끝나는가? 나는 가도 초소는 남아있지 않는가?!)
불현듯 그에게는 어제날 신입당원이였던 자신을 아프게 채찍질하였던 남편의 목소리가 새삼스럽게 되새겨졌다.
부엌이나 세면장의 하수관을 까고 수리하는 일은 가정의 세대주들도 큰 마음을 먹고 통시간을 내여 하는 일인데 하물며 가정부인이 그런 일에 한생을 바친다는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둘째애까지 생기자 위생시설수리공일이 너무 힘에 부쳐 한때 최정순녀성도 동요한적이 있었다.어린 자식들을 키우는 동안만 다른 일을 하면 어떻겠는가 하는 그의 말에 남편은 이렇게 한마디 했다.
《당원이야 량심을 지켜야지.》
그 말은 최정순녀성의 귀전에 당에서 한번 맡겨준 초소는 마음에 따라 바꿀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량심에 의해서 영원히 지켜야 할 당적분공이라는 천리마시대 당원의 준절한 목소리로 메아리쳐왔었다.
(남보고 그 직업을 사랑하고 지키라고 하기 전에 그 초소에 우리 자식들을 먼저 세울 생각은 왜 못했단 말인가.)
이렇게 스스로 량심의 채찍을 얹는 그의 가슴 한켠구석에서는 과연 나에게 자식들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또 마음을 괴롭혔다.공부를 잘해 늘 칭찬받는 자식들의 학부형총회에도,아이들이 들놀이를 가는 날에도 어머니의 정성을 별로 기울여보지 못한 그였다.
그러나 그 시각 최정순녀성은 어머니의 모성애로가 아니라 로동당원의 당적량심으로,어제날 아버지와 남편이 자기를 깨우쳐주던 그 모습으로 자식들앞에 나서야 함을 깨달았다.위생시설수리공,그것은 재능이나 열정에 앞서 량심으로 해야 할 일이였다.하기에 그것은 오직 량심으로만 물려줄수 있는 일이였다.
현재 어머니와 한작업반,한당세포에서 함께 일하고있는 둘째딸 림옥희동무는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린시절 그가 제일 싫어한것은 《너의 어머니는 무슨 일을 하니?》라는 물음이였다.그때마다 그는 《그저 일하지 뭐.》 하고 얼버무리군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일터에 부모는 자식들까지 세우고싶어하는것이였다.
《내가 왜 대학추천을 받고도 꼭 상하수도관리공이 되여야 하나요?》
어머니는 늘 그러했던것처럼 부뚜막우의 빨래줄에 널어놓았던 아직도 축축한 작업복을 툭툭 털어 입고는 조용히 일터로 나갔다.옥희는 가랑가랑 눈물이 맺혀 아버지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다른 어머니들은 이런 일을 안하고도 편안하게 잘사는데 왜 우리 엄만 이런 일을 꼭 해야 하나요? 아버지도 이젠 도에 소환되였는데…》
아버지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울렸다.
《너의 엄마같은 사람이 있기에 주민들이 맘놓고 살지 않니.너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외삼촌도 그리고 나와 어머니도 지금까지 그 일을 해왔다.다시는 그런 말을 엄마앞에서 꺼내지 말아.》
《그렇다고 나까지 그 일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나요?!》
묵묵히 아무 말없이 딸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너의 외할머니가 살아있었다면!…》하고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문밖을 나섰다.
목갈린 아버지의 그 말은 림옥희동무를 자기도 모르게 외할머니의 사회주의애국희생증앞에 세워주었다.
최정순녀성의 어머니인 김병전녀성은 남편과 함께 수원지 취수탑의 배관을 수리하던 현장에서 63살에 희생되였다.한생을 함께 일해온 자기만큼 남편의 일손을 잘 돕는 기능공이 어디 있겠느냐며 스스로 수리작업에 참가하였던것이다.
영웅적희생은 아니였다.하지만 그 고결한 희생은 사람들의 눈에 띄우지 않는 평범한 이 직업에도 주저없이 목숨을 바쳐야 할 그런 때도 있음을 심각히 깨우쳐주는 위생시설수리공가문의 본보기였고 그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애국의 넋이였다.
외할머니의 희생이 헛된것인가?!
림옥희동무는 스스로 갈길을 선택하였다.
그때로부터 몇해후에는 림옥희동무의 뒤를 이어 동생 림철이 어머니와 한초소에 섰다.림철동무가 어느 한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상하수도사업소(당시) 로동자로 자진하여 돌아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풀지 못했다.
그에게도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그러나 그는 그때 어머니에게서 처음으로 일을 배우던 그날을 생각했다.여러 사람들이 와서도 끝끝내 고치지 못한것을 어머니를 데리고 와서야 수리했을 때 주민들은 이제 어머니가 없으면 어떻게 하겠는가고 약속이나 한듯이 걱정했었다.
우리 어머닌 정말 없어선 안될 사람이구나 하는 흐뭇함과 함께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제 어머니가 없으면 대가 끊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쑥 갈마들었다.그는 바로 그 대가 되고싶어 어머니의 초소에 스스로 자진하여 왔던것이다.
림철동무에게는 지금도 아버지의 보풀이 인 수첩이 소중히 간직되여있다.상수도공법에 관한 문제로부터 크고작은 경험이 꼼꼼히 적혀있는 그 수첩을 그는 작업반장이 되던 날 어머니에게서 인계받았다.
당시 그의 작업반에는 어머니와 형제들이 다 있었다.작업반의 당세포비서는 제대군인인 막내딸 림옥실동무였다.제대되면 어머니와 꼭 한일터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편지를 품고 상하수도사업소에 제대배낭을 풀었을 때 최정순녀성은 그에게 말했다.
《수리해주러 갔다고 생각하지 말고 네가 그 집에서 산다고 생각해라.그러면 그 어떤 어려운것도 고칠 방도가 나진다.이제 주민들이 너를 찾게 되는 그날이 오면 너도 네 일에 대해 긍지가 생길거다.》
최정순녀성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중의 하루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는 맏딸 림옥화동무가 입당하던 날을 떠올릴것이다.
오래동안 보건일군으로 일해온 림옥화동무가 선생님이라는 부름을 떠나 위생복을 작업복으로 바꿔입기까지는 사실 쉽지 않았다.그러나 마침내는 그도 어머니의 인생길에 자기 삶의 자욱을 이어나갔다.그 길에서 최정순녀성의 자식들은 천리마시대의 당원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선군시대 당원으로 성장하였다.
맏딸 림옥화동무가 뜨거운 눈물로 입당청원서를 적시던 그날 같은 세포당원인 최정순녀성의 가슴은 얼마나 격정으로 끓어넘쳤던가.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로당원으로서 딸의 입당을 지지하여 손을 높이 들던 그 순간 그는 자기의 어깨가 더 무거워짐을 느꼈다.이제 그는 한가족이기 전에 조선로동당의 한세포를 이룬 자식들모두의 거울이 되고 키가 되고 기발이 되여야 하였다.그날 그는 전국영웅대회기념사진앞에 오래도록 서있었다.
(위대한 수령님,장군님! 오늘 우리 가정은 당원가정이 되였습니다!)
최정순녀성과 그의 자식들에게 보내주신 위대한 장군님의 분에 넘친 감사를 받아안은 그 이듬해 최정순녀성은 온 사업소와 마을사람들의 따뜻한 축복속에 뜻깊은 생일을 맞이하였다.
어머니의 눈가에 맑은것이 이슬져 맺힐 때 자식들의 얼굴도 뜨거운 눈물로 화락 젖고있었다.막내딸 림옥실동무의 격정에 젖은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어린시절에 저는 험한 일을 하는 어머니와 함께 가기가 창피스러워 늘 먼발치에서 어머니를 따라걷군 하였습니다.그러나 오늘은 어머니를 제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어머니와 우린 한작업반,한당세포에서 일합니다.세상에 우리처럼 행복한 가정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최정순녀성의 추억깊은 눈길이 사랑하는 자식들을 한명한명 품어안았다.매일 아침 함께 출근길에 오르고 일년을 하루와 같이 함께 땀흘리고 눈비를 맞으며 괴로움과 고난도 손잡고 이겨낸 한작업반,한당세포의 미더운 당원들,가장 친근한 혁명동지들이 그를 바라보고있었다.
《한작업반,한당세포에서 공산주의어머니와 그의 아들딸들이 일하고있으니 이 가정이야말로 공산주의가정이지!》
존경과 감탄의 목소리와 박수갈채가 합쳐지는 가운데 사람들의 열렬한 요청으로 최정순녀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뜻밖에도 과묵한 그의 입가에서는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오늘의 이 행복을 그 누가 주었나 로동당이 주었네 수령님이 주셨네 하고는 목이 메여 더 잇지 못하는 그와 함께 모두가 노래를 합창하였다.
김일성원수님이 이끄시는 길을 따라 목숨도 바쳐가리 오직 한마음!…
우리는 그의 가정에 모셔진 전국영웅대회기념사진을 다시 바라보았다.
한생을 바치고 대를 이어 바친다는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량심을 바친다는것이다.인간에게는 누구나 나의 운명,나의 리익,나의 가정의 행복에 대한 생각이 있다.그것을 혁명앞에 놓으면 사심이 되고 그것을 뒤전에 밀어놓으면 당적량심이 되는것이다.
최정순녀성은 당과 조국,인민을 위해서 량심은 물론 그 사심까지도 깡그리 바쳤다.그래서 우리 당은 그를 영웅대회에 불러준것이다.
인민의 대의원으로 40년
최정순녀성을 만나기 전까지만 하여도 우리는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하였다.그런데 가는 곳 어디서나 이 평범한 위생시설수리공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주민들은 의례히 일이 생기면 물정화사업소의 《공훈할머니》부터 찾는데 습관되여있었다.
아직도 젊은 시절의 강단이 느껴지는 73살의 로인인 그가 공훈도시관리공의 칭호를 수여받은것은 지금으로부터 24년전이였다.그 세월의 흐름속에 인민들이 즐겨 부르는 그의 이름은 《공훈어머니》로부터 어느덧 《공훈할머니》가 되였다.
《공훈할머니》,지금은 무심히 들리는 부름이지만 온 나라가 허리띠를 조이던 고난의 그 나날에 인민이 준 그 부름을 지키기는 사실 헐치 않았다.
사람의 진가가 평가되던 고난의 행군시기 량심이 흔들린 사람들은 생활의 어려움앞에서 자기들의 직업과 초소를 저울질하였다.
하지만 영웅적사회주의수호전의 그 나날에 인민생활의 보이지 않는 초소들에는 위생시설수리공,도로관리원,우편통신원과 같이 가장 참답고 아름다우며 가장 영웅적인 사람들이 믿음직하게 서있었다.
매일같이 빨아입어야 하는 작업복마저 나무재를 밭은 물에 겨우 헹구어입어야 하였던 그때 멀건 풀죽마저 마음을 바재이며 밥죽이 아니라 국자에 담아 퍼야 할 때 대식구의 주부인 최정순녀성의 마음은 얼마나 쓰리고 아팠던가.끼니를 건늘 때는 드문했지만 일터를 비우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그날도 앓는 남편을 두고 멀리 주민지구에 작업나갔던 그가 허겁지겁 집으로 달음쳐왔을 때에는 남편이 운명을 눈앞에 두고있었다.귀한 보물인듯 고이 안고 온 몇줌 안되는 쌀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과 땀에 범벅이 되여 서둘러 남비에 안쳐졌다.
최정순녀성의 남편 림영수동무는 안해와 한초소에서 배관공으로 청춘시절을 보냈다.지주집에서 지게를 짊어진채 숨진 아버지의 얼굴을 한번도 본적 없었지만 아버지없는 설음을 모르고 자라도록 품어안아 키워준 당의 사랑에 보답하고저 바치고 또 바친 그의 땀은 시의 상하수도망 어디에나 슴배여있었다.밤깊도록 그림까지 그려가며 함께 수리방법을 토론해주군 하던 남편은 위생시설수리공으로서의 안해의 수고를 제일 깊이 리해해주고 주부로서의 안해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애쓴 사려깊고 웅심깊은 혁명동지였다.
최정순녀성은 황급히 채 익지 않은 미음을 한술한술 입으로 불어 눈물과 함께 남편의 입가에 떠넣었다.물에 푹 젖은 옷차림으로 자기앞에 꿇어앉은 안해의 손을 꼭 잡고 한평생 정이 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린듯이 바라보던 남편의 눈길이 천천히 벽쪽으로 향해졌다.벽면에 가득찬 영광의 기념사진들을 천천히 더듬어나가던 남편은 안해에게 이런 마지막말을 남겼다.
《당신처럼 참되게 자식들을 키워주오.》
남편의 유언,그것은 최정순녀성이 한생에 가장 존경하였던 천리마시대 당원인 혁명동지가 남긴 부탁이였다.
며칠후부터 그는 자그마한 천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하였다.그다음은 쪼박쪼박 천을 이어 하나의 큰 마대를 만들어나갔다.
얼마후부터 그 마대에는 크고작은 파비닐쪼박들이 담겨졌다.그 파비닐은 곡관이 되여 작업반실에 차곡차곡 쌓여졌다.
그때 위생시설수리공인 최정순동무에게 있어서 가정에 떨어진 쌀보다 더 목마르게 그리운것은 비닐관이였다.
(관이 있어야 물이 흐를것이 아닌가.내 피줄이 관이 될수만 있다면!…)
비닐관이 없어 불편을 겪는 주민들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 안타까움에 그는 자신이 몇끼를 굶었고 당장 끓일것이 없다는 생각조차 할수 없었다.그래서 어떤 녀인들이 장사짐을 지고 자기만을 위한 길을 걸을 때 그는 파비닐주머니를 메고 마을과 거리들을 오고갔다.얼마후부터는 온 가정이 파비닐을 가득 실은 손달구지를 끌고 수지일용품공장을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었다.그렇게 손끝에 피가 나게 마련한 비닐관들을 메고 한 로병의 집을 찾아가던 어느날이였다.
최정순녀성은 자기도 모르게 인적드문 길가에서 폭삭 주저앉았다.몇해전 심하게 다쳤던 다리에 또다시 아픔이 엄습해왔다.빠질빠질 식은땀이 나고 가물가물 의식이 흐려지는 속에 문득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오.자식들이 당원어머니를 지켜보고있소.우리 장군님께서는 사생결단의 길을 걸으시는데 당신 일이야 땀만 바치면 되지 않소!
이를 악물고 일어나 한걸음한걸음 힘겹게 내짚는 그의 마음속에서는 어버이수령님과 장군님을 모시였던 영광의 순간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그날 그는 날이 저물도록 집주인의 뒤손질이 가지 않게 타일까지 붙여주고서야 일을 끝냈다.그러나 집주인은 60살을 바라보는 그 녀인이 땀흘리며 메고 온 비닐관의 사연도 알수 없었고 흔연한 웃음을 얼굴에 떠올리며 남몰래 씹어삼키던 신음도 들을수 없었다.하지만 엄혹한 시련의 시기에도 인민을 위한 복무의 길을 사심없이,가식없이,변함없이 이어가는 그 불굴의 녀당원의 진심은 인민의 마음속에 맑은 샘물처럼 소리없이 깊이 스며들고있었다.
《고맙네.자네같은 애국자들이 많아 우리 제도가 끄떡없는거지.》
로병의 그 한마디에 그는 아픔도 힘겨움도 씻은듯이 다 잊어버렸다.
(이것이 사는 멋이로구나.생활의 보람이구나!)
퇴근길에 오른 그의 머리우에서는 불밝은 창가들이 웃고있었다.그 낯익은 집집의 주인들의 얼굴을 그는 다 기억하지 못한다.그러나 한번 손을 적셔 수리했던 집들은 빠짐없이 기억하고 늘 관심하는 그의 얼굴을 인민의 참된 눈빛은 언제나 퇴색됨이 없이 기억하고있었다.물은 흔적을 지우며 흘러가지만 위생시설수리공이 그 물속에 흘린 땀방울은 인민의 마음속에 보석같은 량심의 흔적으로 영원히 남는 법이다.
고난의 행군시기 직업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있다가 작업반 당세포비서였던 최정순녀성의 진정에 감복되여 다시 일터에 선 청년이 그에게 이렇게 물은적이 있다.
《무슨 재미로 수십년동안 이 일을 합니까?》
《주민들이 속상해하던것을 말끔히 고쳐주고 손을 씻을 땐 얼마나 마음이 흐뭇한지 몰라요.인민들이 좋아하는것보다 더 좋은것이 있나요?》
물이 안 나오면 바께쯔로 길어먹을수도 있고 리발사가 없으면 다른 리발소에 갈수도 있다.그러나 위생시설수리공이 없으면 도시의 생활의 흐름이 멎는다.
하기에 인민들이 기뻐하는 재미에 한생 기꺼이 궂은일을 해온 로당원인 그에게 있어서 위생시설수리공의 일은 제일 좋고 가장 중요한 일이였으며 인민들의 칭찬을 받으면 그것은 곧 당을 돕는 길이였다.그 길에서 그는 한순간 헛발을 짚었던 말썽꾸러기청년도,고난에 주춤했던 한 가정부인도 다 붉은 당기아래 묶어세워 오직 하나 당의 뜻으로 심장이 맥동치게 하였다.
우리가 만져본 최정순녀성의 손은 농장원이나 건설자의 손보다 더 험했다.그의 손을 쥐여보면서 우리는 손이 닳았다는 표현의 참의미를 알았다.인민을 위해 손발이 닳도록 헌신한 한 녀인의 한생을 읽으며 우리는 《전체 당원동지들에게 호소합니다.우리모두 위대한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해나아갑시다!》라고 절절히 당부하시던 경애하는 원수님의 그 말씀의 참뜻을 다시금 심장으로 되새겼다.
누가 볼가봐 걱정스럽던 그 험한 손에 당에서는 위대한 수령님의 존함이 모셔진 시계를 채워주었다.70살을 맞은 생일날도 그는 그 초침소리를 안고 일터에서 살았다.단발머리처녀시절부터 오늘까지 그는 인민의 부름앞에 한번도 《못하겠수다.》,《이건 내 일이 아닌데…》 하는 말을 해본적이 없다.
40년전 그를 대의원으로 추천하던 그 인민의 세대도 여러번 교체되였다.하지만 모두가 그를 알고있다.40년동안 시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거받고있는 그에게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말은 한가지이다.
《늙지 마세요!》
그 말과 더불어 우리는 최정순녀성의 또 하나의 이름과도 같은 정다운 부름을 떠올린다.
공산주의어머니!
평범한 생활속에서 울리는 이 부름이야말로 참된 인간에게 인민이 주는 가장 신성하고 고귀한 칭호가 아니겠는가.
지난 2월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도시경영부문에서 일해온 부모의 뒤를 이어 수십년간을 위생시설수리공으로 일해오고있는 최정순녀성과 어머니와 함께 한초소를 지켜가고있는 그의 자식들에게 은정어린 감사를 보내주시고 온 나라가 다 알도록 내세워주시였다.누가 보건말건 스스로 당앞에 다진 맹세를 한생토록 지키고 대를 이어 지켜가는 일편단심의 량심,바로 그것이 인민이 사랑하는 공산주의자의 첫째가는 징표이며 공산주의가정의 가풍이 아니랴.
* *
우리와 만났을 때 최정순녀성과 그의 자식들은 70일전투로 바빴다.그들이 하는 일은 우리 당력사에 큰 페지를 남길만 한 그런 기적이나 위훈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70일전투기록장에는 인민을 위한 멸사복무의 길에 남모르게 바친 백옥같은 충정,대쪽같은 신념,진주보석과도 같은 애국의 땀이 진하게 새겨져있다.참된 로동당원가정이 쓴 일기장과도 같은 그것이야말로 로동당시대의 공산주의가정이 어머니당 제7차대회에 드리는 가장 귀중한 선물이 아니겠는가.
가사보다 국사를 앞에 놓고 혈연의 관계로가 아니라 당중앙위원회 뜨락에 이은 피줄로 맺어지고 당을 따르는 일편단심의 량심으로 뭉쳐진 가정,그것을 가풍으로 이어가는 이런 공산주의가정들이 천으로,만으로 늘어날 때 우리의 사회주의대가정은 공산주의대가정으로 더욱 아름답게 꽃펴날것이며 공산주의 새날은 더욱 찬란하게 밝아올것이다.
본사기자 조향선
최정순동무(가운데)와 그의 네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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