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이였다. 평양종합병원건설장에 취재를 나갔던 나는 굳어지지 않을수 없었다. 기중기소리, 혼합기소리, 여기서 번쩍, 저기서 쾅쾅 …

순간도 정적을 모르는 건설장에서 취재수첩을 손에 든채 나는 한참동안 서있었다. 모두가 바쁘게 뛰여다니며 불꽃튀는 전투를 벌리고있으니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 할지 통 갈피를 잡을수 없었던것이다.

내가 근위영웅려단 군인건설자들을 취재하려고 할 때였다. 20살쯤 돼보이는 애된 병사가 어떻게나 불이 번쩍나게 미장을 하는지 구대원들도 미처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눈깜짝할 사이에 벽을 미끈하게 만드는것이였다.

《어마나, 군대동문 정말 손이 기계같군요. 취재 좀 합시다.》

그러나 그 병사는 실쭉 한번 웃더니 내가 원주필마개를 뽑기도 전에 《전 취재대상이 못됩니다.》하며 황급히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것이였다.

어찌나 맹랑하고 속이 상하던지. 그러나 다음 순간 그 병사의 뒤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저도 몰래 혀를 깨물고말았다. 어찌나 땀에 젖었는지 보위색군복이 푹 젖어있었다. 내가 감동에 젖어 그 병사가 지나간 쪽을 바라보고있는데 뒤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머리가 희끗희끗한 로인이 커다란 샘물통을 땅에 내려놓는것이였다. 《아니, 아버님, 년세도 많으신것 같은데 어쩌면 이렇게 큰 물통을 지고 다니십니까?》

알고보니 보통강구역에서 사는 백현비로인이였다. 년로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만경대샘물과 옥류약수를 길어가지고 건설장을 찾아 건설자들을 고무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버님도 내가 취재수첩에 무엇인가 적으려 하자 《이 나라 공민이라면 누구나 응당 해야 할 일인데 적긴 뭘 적나?》하며 한가하게 앉아있을새가 없다며 건설자들을 찾아가는것이였다.

할아버지가 가는 길을 따라가니 8건설국의 건설자들이 맹렬한 돌격전을 벌리고있었다. 한쪽에서는 기술자들이 도면을 펼쳐들고 건물을 가리키며 기술토론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다른쪽에서는 건설자들이 용접불꽃을 날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백현비로인에게 저들속에 소문난 혁신자가 누군가고 물었다. 마음좋은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여기서야 모두가 혁신자지. 누구를 소개해준다? 그렇지, 저기서 용접하는 체구가 장대한 사람이 보이지? 그 사람이 용접을 제일 잘하는 소대장인데 한번 만나보라구.》라고 하는것이였다.

마치 가물에 단비를 만난것처럼 고마웠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얼른 인사를 드리고 그 소대장앞으로 다가갔다.

《수고들 합니다. 저는 기자입니다. 소대장동지를 좀 취재하고싶어서 그러는데 잠간만 시간을 내실수 있습니까?》

체구가 장대한 소대장은 나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두손을 설레설레 저으며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난 취재할 사람이 못됩니다.》 역시 먼저번에 만나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거절이였다.

나는 정말 안타까웠다. 어쩌면 이들은 하나와 같이 겸손할가. 왜 이토록 취재라면 머리를 젓는것일가. 충성의 돌격전, 치렬한 철야전, 과감한 전격전을 벌려나가는 건설자들의 위훈을 취재도 안하고 어떻게 쓴단 말인가.

너무도 속상해서 울상이 된 내 얼굴을 보기 민망했던지 소대장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것이였다.

《기자선생, 정말 미안합니다. 저기 속보들을 좀 보십시오. <걷는자는 비켜서라>, <만족을 모른다>, <폭풍>… 보입니까? 지금 우리의 심정이 저 속보 그대로입니다. 기자선생은 취재를 못해서 안타까워하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의 손과 발이 좀 더 빨리 움직이지 못하는것이 막 안타깝습니다. 별로 크게 한일도 없이 취재가 다 뭡니까. 우리 인민을 위하시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의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정신에 비하면 우리들이 한일은 너무도 작고 보잘것 없는것입니다.》

순간 나는 뭉클하지 않을수 없었다. 몇마디 말을 주고받지는 못했어도 그 한마디 대답에서 나는 읽을수 있었다.

우리 인민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현대적인 평양종합병원건설을 발기하시고 몸소 착공의 첫삽도 뜨시였으며 나라의 중대사를 토의결정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평양종합병원을 인민들에게 실지 최상급의 선진적인 의료봉사를 할수 있게 세계적수준으로 훌륭히 완공하는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시급히 대책하기 위한 국가적인 강력한 조치도 취해주신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원수님의 인민에 대한 열화같은 사랑을 하루빨리 현실로 꽃피워갈 열의에 넘쳐있는 건설자들의 한없이 고결한 그 충정의 세계를.

나는 새삼스러운 눈길로 건설장을 둘러보았다. 약동하는 건설장의 숨결, 번개처럼 일손을 다그치는 건설자들, 지원물자를 안고 전국의 방방곡곡에서 찾아오는 사람들…

령도자와 인민이 한마음한뜻이 된 우리 사회의 자랑스러운 현실을 평양종합병원건설장, 바로 여기서 페부로 절감하게 되는것이다.

그렇다. 경애하는 원수님의 구상과 의도를 받들어 분분초초를 위훈으로 수놓아가고있는 우리의 이런 미더운 건설자들이 있기에 대동강반에 또 하나의 귀중한 사회주의재부가 솟아날 그날은 멀지 않았다.

리진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