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7, 2020
KCNA Rodong Sinmun (Kr)

본분

Date: 06/08/2020 | Source: Rodong Sinmun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실화

본분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애국주의는 조국땅의 나무 한그루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키우는데 자기의 땀과 지성을 바치는 숭고한 정신이며 애국의 마음은 나무 한그루라도 제손으로 심고 정성껏 가꿀 때 자라나게 됩니다.》

《딱- 딱- 딱-》

천연수림을 방불케 하는 울창한 숲의 고요를 깨뜨리며 마치소리가 간간이 울려퍼졌다.

높이 솟은 창성이깔나무에 곱게 색칠한 새둥지를 달아주는 정영석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어려있다.

문득 나무밑에서 그를 올려다보던 제대군인청년이 탄성을 올렸다.

《분조장동지, 저길 좀 보십시오.새들이 날아듭니다.》

《그래?!》

정영석은 한손을 이마에 가져다대고 두눈을 쪼프리며 청년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정말 한무리의 새들이 날아들고있었다.

나무에서 내려 감회깊은 눈길로 새들이 우짖는 숲을 이윽토록 바라보는 그에게 청년이 물었다.

《분조장동지, 20여년전까지만 해도 여기엔 변변한 나무 한대 없었다지요?》

정영석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였다.불현듯 지나간 일을 떠올리니 가슴속에 깊이 묻어두었던 격정이 되살아났던것이다.

《전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나무 한대 없던 벌거숭이산이 이렇게 울창한 수림으로 변했다는것이.》

그의 말을 듣느라니 정영석의 생각은 깊어졌다.

60나이를 넘긴 그는 20여년을 회령시 궁심협동농장 조림분조장으로 일해오고있다.

이제는 분조에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새 세대들이 중추를 이루게 되였다.그들도 이 숲을 어떻게 가꾸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지켜가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고 정영석은 생각하였다.

《우리 좀 앉았다 갈가.》

그는 맞춤해보이는 자리를 찾아 저 먼저 앉으며 옆자리를 권했다.

《그때는 온 나라가 고난의 행군을 겪던 참 어려운 때였지.》

정영석은 이렇게 이야기의 첫머리를 떼며 조용히 추억의 실꾸리를 풀어나갔다.

* *

하늘은 높고 말은 살진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였다.

사람들의 마음을 절로 즐겁게 해주는 가을의 정취를 전혀 느끼지 못한듯 고뇌에 싸여 농장길을 걷는 한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농장에서 과수작업반 당세포비서(당시)로 사업하고있던 정영석이였다.

방금전에 있은 일을 머리속에 떠올리는 그의 생각은 참으로 착잡하였다.

볼일이 있어 관리위원회를 찾아가던 그는 길가에서 소달구지를 끌고오는 한사람과 마주치게 되였다.

한마을에서 살고있어 정영석도 잘 아는 사람이였다.

그런데 그가 끄는 달구지에는 울바자감으로 쓸 잡관목과 함께 한 10년쯤 자랐을것 같은 이깔나무 한대가 실려있었다.아직 도끼자리가 생생한것을 봐선 금방 산에서 찍은것이 분명했다.

달구지에 실려있는 나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정영석의 마음을 제나름대로 넘겨짚은 그 사람은 말했다.

《산에서 서까래감 하나 찾기도 얼마나 헐치 않은지.온 산판을 뒤져서 겨우 찾았소.》

그의 목소리가 정영석의 부아를 돋구어주었다.

《그래 당신은 서까래감 하나 찾기 힘든 저 산을 두고 가슴아프지 않소!》

《…》

《나무 한대 심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마구 찍어서야 되겠는가 말이요.》

뜻밖의 질책에 말문이 막혀 한참이나 씨근거리기만 하던 그 사람은 자기도 할 소리가 있다는듯 변명투로 말했다.

《글쎄 나도 잘못했다는건 아오.하지만 나 혼자 저 산에 나무 몇대 심는다고 벌거숭이산이 푸르러지겠소.》

《바로 그 사상이 나쁘단 말이요.그래도 자꾸만 심느라면 왜 안되겠소.》

사실 그것은 자기에게 한 말이기도 하였다.

자기자신도 벌거숭이가 돼가는 산을 두고 가슴아파하면서도 산에 나무 몇대를 심어놓았던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말로 하는 애국이 무엇에 필요하단 말인가.자기 한몸을 내대고 실천으로 하는것이 애국이 아닌가.

그는 그길로 당조직에 찾아가 조림분조로 보내줄것을 제기했다.

* *

조림분조의 실태는 그가 생각했던것보다 더 한심하였다.

양묘장은 형체조차 없었고 분조원들이란 년로보장나이가 지난 몇 안되는 로인들이 전부였다.

그는 아무말 없이 과수작업반에서 함께 온 동생과 양묘장을 건설하기 위한 일에 달라붙었다.

그가 새로 온 분조장이라는것을 사람들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였다.

산은 온통 돌투성이였다.어찌나 돌이 많았던지 분조건물도 돌로 지었고 양묘장도 돌로 다락을 만들어 조성했다.

그렇게 애써 양묘장을 꾸렸으나 당장 산에 심을 나무모가 없었다.양묘장에서 나무모를 내자면 빨라도 3년은 기다려야 하였다.

그는 그 3년을 그냥 흘려보낼수가 없었다.수백리밖의 다른 군에 창성이깔나무모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즉시 동생과 함께 길을 떠났다.

가지고 떠난 식량이란 닦은 강냉이 몇줌이 전부였다.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던 때이니 어디 가서 도움을 청할데도 없었다.

몇끼를 굶으며 나무모를 주겠다는 군에 이르렀을 때 그들의 행색은 말이 아니였다.그러나 나무모들을 보는 순간 더없는 기쁨이 온몸을 휩싸안았다.

얼마나 가져가겠는가고 묻는 해당 단위 일군의 물음에 정영석은 주는만큼 다 가져가겠다고 대답했다.그만큼 그에게는 나무모가 귀했다.

동생과 함께 수많은 나무모를 등에 갈라지고 돌아오는 길은 몇갑절 더 힘들었다.오는 길에 나무모가 마를가봐 자주 물을 뿌려주어야 했으므로 짐은 더 무거워졌다.

그러나 마음만은 가벼웠다.자기들의 고향산천에도 푸른 숲이 우거지게 된다는 그 한가지 생각이 그들에게 커다란 힘을 안겨주었던것이다.

어느 외진 산골에서 밤을 보내게 된 정영석은 아버지를 생각했다.

어린 자식들과 함께 산에 나무를 심으며 이 나무 한대한대가 다 조국의 재부라고 이야기하던 목소리가 쟁쟁히 들려왔다.

그들은 이렇게 3년세월 매해 다른 군에서 나무모를 날라다 산에 심었다.

3년이 지나 분조양묘장에서도 창성이깔나무모들이 키를 솟구게 되였을 때 정영석은 그 애어린 나무모들을 붙안고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낮과 밤이 따로 없이 더 억척스럽게 일해나갔다.

분조원들과 산리용반원들 그리고 온 가족이 등짐으로 퇴비며 부식토를 져올려다가 양묘장의 지력을 높이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어려운것은 사람들의 몰리해를 받으면서 나무를 심어야 하는것이였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인간성이 없다고 뒤소리를 하였다.지어 피를 나눈 형제들까지도 그를 섭섭하게 여기며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 나날 그가 겪은 마음속고충은 이루 헤아릴수 없었다.

그러나 누가 하든지간에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강심을 먹었다.

오늘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 래일은 후대들에게 벌거숭이산밖에 넘겨줄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저녁늦게 집으로 들어서는데 안해가 홀로 눈물을 흘리고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소?》

안해는 재빨리 눈물을 훔치며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재삼 물어서야 그의 입에서 이런 대답이 새여나왔다.

《방금 맏이네 담임선생님이 왔다갔어요.》

정영석은 안해가 더 말을 안해도 사연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날 맏아들 담임선생의 가정에서 식량보탬을 위해 알곡을 심은 곳에까지 나무를 심었던것이였다.

(내가 너무했는가? 아니다.그렇게 한두사람을 봐주다가는 언제 가도 산을 푸르게 할수 없다.)

그가 이렇게 홀로 묻고 대답하는데 안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이 자기는 절대로 달리 생각지 않는다고 당신에게 전해달라더군요.그러면서 학생들과 함께 고향의 산을 가꾸는데 앞장서겠다고 했어요.》

(아, 고마운 사람들…)

이렇게 한해두해 세월이 흘렀다.농장림의 면모도 차츰 달라지기 시작했다.

흙먼지만 날리던 산에 비록 어리기는 하나 창성이깔나무들이 키를 솟구어 제법 숲의 모양을 갖추어나갔다.

그럴수록 더 많이 요구되는것이 나무모였다.

그런데 산에는 물이 나오는 곳이 없었다.산밑에서부터 물을 길어다가 양묘장에 주자니 참으로 힘겨웠다.

정영석은 어떻게 하나 물을 찾아야 하겠다고 결심하고 분조원들과 몇해째 물이 나올만 한 곳은 다 파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깊이가 3m 되는 곳까지 땅을 파고들어가는데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오더니 두줄기의 물이 뿜어져나왔다.

마침내 샘줄기를 찾은것이였다.

《찾았다!》

정영석은 환성을 올리며 뿜어나오는 물줄기에 온몸을 적셨다.

그렇게 찾은 물로 해마다 나무모생산을 늘여나갔고 몇해후에는 양묘장을 적시고 쓸모없이 흘려보내던 물로 양어장을 꾸려 물고기가 꼬리를 치게 하였다.

정영석은 창성이깔나무만이 아니라 땔나무림을 조성하기 위해 아카시아나무도 많이 심었다.

이렇게 숲이 우거지니 해마다 영농자재를 마련하는데 필요한 목재를 충분히 보장하고 마을사람들의 땔나무문제도 해결할수 있었다.

산에는 산열매들과 산나물이며 약초들도 생겨났고 새들이 날아들었으며 노루, 산토끼와 같은 산짐승들도 찾아들었다.

당에서는 정영석에게 크나큰 사랑과 영광을 안겨주었으며 지난해 농장은 사회주의애국림칭호를 수여받게 되였다.

* *

정영석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그러나 제대군인청년은 선뜻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애국의 짐을 걸머지고 조국을 위해 깨끗한 량심을 바쳐가는 사람만이 공화국공민이라고 떳떳이 말할수 있지 않겠는가.

그처럼 공민의 본분을 다하여 조국의 재부를 지켜갈 맹세를 가다듬는 새 세대의 결심을 반기는듯 푸른 숲은 세차게 설레이였다.

본사기자 유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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