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봉건왕조시기의 이름난 풍자시인 김삿갓(1807년-1863년)이 어느 한 마을을 지나가고있는데 고래등같은 기와집에서 요란한 풍악소리가 울려나왔다.

김삿갓이 대문가에 이르러 종들에게 물으니 주인의 예순번째 생일잔치라고 했다．

그는 한 어린 종에게 《얘야, 지나가던 손님이 생일을 맞는 주인에게 축수하고싶어하더라고 여쭈어라.》라고 말하였다.

주인에게 전하러 들어갔던 종이 나와서 김삿갓을 안내하였다． 김삿갓은 말석에서 주안상을 받았다． 그는 푸대접해도 나무랄바가 못되여 주는대로 한동안 마시고 먹었다．

이럴즈음에 손님들이 술이 거나해서 하는 말이 주인의 생일을 축하하여 시 한수씩 짓자고 하는것이였다.

김삿갓도 한마디 제 심사를 표해야 하리라 생각하고 선뜻 일어섰다．

《이 좋은 날에 객도 푸짐한 대접을 받았으니 어찌 시 한수 없이 앉아있을수 있겠나이까. 소인도 시 한수 지어 바치려 하나이다.》

김삿갓은 이런 말로 손님들의 이목을 자기에게 쏠리게 하고는 큰상에 앉은 주인을 보며 이렇게 첫 시구를 읊었다．

《저기 앉은 저 로인 사람같지 않아라.》

장내를 울리는 시구를 들은 손님들은 놀라 눈이 휘둥그래지며 수군거렸다．

《주인이 사람같지 않다면 귀신이란 말인가?》

《허허， 이거 너무 지나친 시구다.》

손님들은 이렇게 서로 웅성거리면서 얼굴빛까지 검붉어졌다．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이어질 시구를 고르려는듯 동안을 두었던 김삿갓은 다음시구를 읊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같아라.》

《신선이라구?!》

그제서야 긴장되였던 분위기가 풀리였다．

《명시구로다. 생일상을 받은 주인의 풍채가 과시 신선같다는 시어는 천냥이로다.》

좌중이 감탄으로 설렁거리는데 김삿갓은 이번에는 주인곁에 무릎꿇고 앉아있는 일곱아들을 가리키며 또 다음시구를 읊었다．

《그곁에 일곱아들 도적놈이 되였구나.》

《도적놈이라구.》

손님들과 그 아들들이 눈알이 꼿꼿해지자 분위기는 다시 얼어들었다.

아들들은 불이 이는 눈으로 서로 바라보았다. 이제 어느 한 아들이 불쑥 일어나면 모두 김삿갓에게 달려들판이였다.

김삿갓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시구를 읊었다.

《하늘의 복숭아 훔쳐다 생일상에 올렸구나.》

《하늘의 복숭아라?!》

《하늘의 복숭아까지 상에 올렸다고 하니 이 시구는 일곱아들의 효성에 대한 만냥짜리 시구로다.》

약삭바른자의 이 찬사에 분위기는 어느 정도 풀리였으나 의혹은 가셔지지 않았다.

그때로부터 몇해후 한사람이 어느 한 마을동구밖을 지나고있었다. 동네아이들이 정자나무아래에 모여앉아 서로 패를 갈라 시를 주고받으며 읊고있었다.

그 사람이 보니 한패가 《저기 앉은 저 늙은이 사람같지 않아라.》 하면 마주앉은 패가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 같아라.》 하고 한패가 《그의 일곱자식 도적놈이 되였구나.》 하면 다른 패가 《하늘의 복숭아 훔쳐다가 생일상에 올리였네.》라고 하는것이였다. 아이들의 말은 분명 몇해전에 어떤 나그네가 자기네 아버지생일잔치에서 읊었던 시였다. 그 사람은 그냥 지날수 없어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 시를 누가 배워주더냐?》

《우린 누구한테 배우지 않았어요. 다른 동네아이들도 다 아는데요.》

《그럼 그 시를 누가 지었는지 아느냐?》

《알아요.》

《누구냐?》

《김삿갓이라는 사람, 어느 생일집에 가서 골려주느라고 읊은 시라고 해요.》

《김삿갓이? 골려주려구?》

그 사람은 멍청하니 하늘만 올려다보며 허구프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