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처녀가 어떠냐, 얼굴이 곱살한게 마음씨도 고울것 같구나.》

요즘 나의 어머니는 매일 저녁마다 처녀들의 사진을 펼쳐놓고 선을 보라고 성화이다.

《어머니, 지금 80일전투에 온 나라가 떨쳐나섰는데 언제 한가하게 처녀 선이나 보러 다닐새가 있어요?》

《원, 무슨 소리냐. 전쟁때에도 사랑은 하는거란다. 작년에도 연구사업이 바쁘다면서 이 에미 속을 태우더니 올해도 또 그냥 넘길 셈이냐.》

한시바삐 친손주를 안아보고싶어하시는 어머니의 심정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선보는 문제가 화제에 오를 때마다 내가 계속 밀막아 버리는것은 사실 나의 마음속에 이미 봐둔 처녀가 있기때문이다. 다만 그 처녀와 아직 말한마디 나누어보지 못했기에 부모님들께는 정식으로 말씀드리지 못하고있는것이다.

아직 통성명은 고사하고 눈인사조차 나누어본적 없는 처녀, 허나 아침출근길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그 처녀를 대할 때면 늘 이 가슴이 부풀어오르는것은 왜서일가.

내가 그 처녀를 눈여겨보기 시작한것은 지난 1월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늘쌍 리용하는 산업동-우의탑로선뻐스를 타고 출근길에 올랐는데 문득 뒤에서 《할아버지, 여기 앉으십시오.》하는 유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흔히 있는 일이라 무심히 서있는데 로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게 되였다. 《괜찮네. 어서 앉아서 편하게 책을 읽으라구.》

그러나 처녀는 끝내 로인을 자리에 앉히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처녀는 홍당무우처럼 빨개진 얼굴을 다소곳이 숙인채 창문쪽으로 돌아서며 책장을 번지였다. 좋은 일을 하고도 오히려 부끄러워 머리를 숙이는 처녀, 얼마나 례절바르고 돋보이는 처녀인가.

그때부터 나는 출근길에서 뻐스에 오를 때마다 저도 모르게 그 처녀를 주시해보게 되였다. 언제나와 같이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것은 물론 애기어머니, 늙은이들을 먼저 뻐스에 태우고 자리도 양보해주는 처녀의 모습을 볼 때면 마치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칭찬을 받기라도 한듯이 기분이 흐뭇해지는것이였다.

그러던것이 지난 9.9절을 전후하여서부터 뻐스줄에서 그 처녀의 모습을 찾아볼수 없었다. 시계처럼 정확하던 처녀의 출근시간이 달라졌을가, 혹시 집이 다른데로 이사를 갔을가? 아니면 직장을 옮겼는가? 이런저런 착잡한 생각과 함께 그 처녀의 모습을 다시 못보지 않을가 하는 이름못할 불안감까지 갈마드는것이였다. 내가 왜 이럴가.

그런데 며칠전 뻐스줄에 나와 무심결에 앞쪽을 내다보던 나의 눈에 바로 그토록 기다려지던 그 처녀의 모습이 다시 띄울줄이야. 너무 기쁘고 반가워 저도 모르게 가벼운 탄성까지 나오는것이였다. 이때 뒤쪽을 돌아보던 그 처녀가 문득 나를 향해 방긋 웃으며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것이 아닌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며 (아니 그럼 저 처녀도 나를?) 하는 생각과 함께 (아니야, 고상한 처녀가 생면부지 총각을 반가워할수는 없어.) 하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라 어쩔가 하고 망설이고있는데 글쎄 내 뒤에 서있던 처녀가 달려나가며 그 처녀와 반갑게 상봉하는것이였다. (허유, 하마트면 망신할번 했군.) 하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뒤이어 도착한 뻐스에 올라 처녀들의 곁에 다가섰다. 그 처녀가 그동안 어디에 갔다가 다시 나타났는지 몹시 알고싶었던것이다. 남의 말을 엿듣는것이 좀 멋적은 일이기는 하지만 처녀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있는 나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자신을 변명하면서…

그날 아침 나는 그 처녀의 이름은 금별이며 아직 보아둔 총각이 없다는것 등 많은것을 알게 되였다. 수도당원사단에 탄원했다가 이틀전에야 돌아와 모란봉구역인민위원회에 출근하는 길이라는것, 피해복구기간 함경남도 리원군 학사대리에 나가 군사복무때 배운 솜씨로 착공 18일만에 수십여동의 현대적인 살림집들을 건설했다는것 등 그 처녀의 정신세계를 알수 있는 많은것들을…

나는 금별동무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저 단순히 향학열이 높고 례절바른 평범한 처녀로만 생각했던 그가 아득한 높이에서 나를 내려다보는것만 같았다.

아, !

수도의 당원들을 자연재해복구전투에로 부른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의 위대한 애국의 호소에 남먼저 심장을 내댄 제대군인처녀, 당이 준 명령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벽하게 관철하고 경애하는 원수님께 기쁨을 드린 수도의 핵심당원처녀…

내가 어디에 가서 이런 훌륭한 처녀를 다시 만날수 있을가, 이처럼 를 놓친다면 그것은 나에게 일생 남을 후회로, 영원한 괴로움으로 될것이다.

모란봉구역인민위원회에서 일한다고 했지, 래일 저녁에는 꽃다발을 사가지고 찾아가 금별동무를 꼭 만나서 경애하는 원수님께 기쁨을 드린 그를 축하해주고 나의 마음속 진정도 터놓으리라 결심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 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