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2, 2025Nov 12, 2025
KCNA Voice of Korea (KR)

동화 《소원을 이룬 살구나무》

Date: 13/05/2021 | Source: Voice of Korea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봄  철이네 마을 동구밖에는 살구나무가 한그루 자라고있었습니다.  봄이면 가지가 묻히게 꽃이 만발하여 사람들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황홀하게 바라보군 하는 나무였지요.  《야, 저 살구나무를 좀 보우. 꽃이 기가 막히구만.》  《정말 그림처럼 아름답군요!》  그럴 때면 살구나무는 행복하였습니다.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어 그들의 칭찬을 받는것보다 즐거운 일이 없었으니까요.  철이도 살구나무곁을 지날 때면 걸음을 멈추고 오래오래 바라보군 하였지요.  《내 고향의 살구나무는 참 아름답구나.》하면서 말이예요.여름  하지만 여름이 오면 살구나무는 시름에 잠기군 하였습니다. 아니, 여름이 두렵기까지 하였습니다.  그것은 열매때문이였습니다.  자기의 열매가 도토리알처럼 작은데다 여지없이 쓰고 떫었기때문이였지요. 세상에 내놓기 정말 부끄러운 열매였습니다.  (나에겐 왜 이런 열매가 달릴가.… 올해는 마음먹고 잘 익혀봐야겠어.)  단단히 결심한 살구나무는 정성을 다해 해빛을 받아 열매를 익히고 힘자라는껏 영양분을 빨아올렸습니다.  해님도 살구나무의 마음을 알았는지 따스한 빛을 아낌없이 뿌려주었습니다.  열매는 노랗다못해 빨갛게 익어갔습니다.  열매가 익어가자 살구나무는 가슴을 울렁이며 기다렸습니다. 열매를 맛보일 날을 말이예요.  (누구든지 와서 내 열매를 맛보렴.)  이때 마침 철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고있었습니다.  《야, 철이구나!》  살구나무는 반가왔습니다. 벌레먹은 잎도 따주고 가물철엔 물도 주군 하던 철이였지요.  철이가 다가오자 살구나무는 그애앞에 제일 잘 익은 열매가지를 척 늘어뜨려주었습니다.  《고맙다, 살구나무야.》  철이는 벙싯 웃으며 그 가지에서 살구 한알을 따서 입에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인차 얼굴을 찡그리고 뱉아버리는것이였어요.  (아, 이번에도 아니구나.)  조마조마해서 바라보던 살구나무는 맥이 탁 풀렸습니다. 울고싶었습니다.  날아가던 알락까치가 그 모양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살구나무가지에 내려앉아 살구 한알을 톡톡 쪼았습니다.  그러나 그도 인차 진저리를 치며 뱉아버렸지요.  《살구나무야, 넌 보기와는 영 딴판이구나. 열매가 이게 뭐니? 들었던 정이 싹 떨어진다 얘.》 하고 핀잔까지 하면서 말이예요.  살구나무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가슴이 탔습니다.  (내 힘으로는 안되누나. 난 해볼대로 다 해보았는데…)  살구나무는 풀이 죽었습니다.  (난 왜 이런 살구나무로 태여났을가.)  차라리 열매가 없는게 더 낫지 않을가요.  꽃만 피고 열매가 없는 진달래나 철쭉꽃이 부러웠습니다.  《보기 싫어, 죄다 떨어져버려라. 내 정성도 몰라주고 망신만 시키는 쓸모없는 열매들아.》  살구나무가 울먹이며 마구 가지를 흔들어댔지만 열매들은 더 꼭 달라붙는것만 같았습니다.  철이는 그러는 살구나무를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며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철이의 고운 눈가에도 맑은것이 고여올랐습니다.  (살구나무의 소원을 풀어줄수는 없을가?… 저 나무도 내 고향의 나무인데…)  철이는 작은 손으로 살구나무의 껄껄한 밑둥을 어루쓸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산비둘기와 청제비  (나처럼 불행한 살구나무가 세상에 또 있을가?)  살구나무가 한숨만 풀풀 내쉬는데 산비둘기오누이가 맞은켠 소나무가지에 다정히 앉아있다가 물었습니다.  《살구나무야, 넌 왜 그렇게 한숨을 쉬니?》  살구나무는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들 날 좀 도와줄수 없니?》  《무슨 일때문에 그러니?》  누나산비둘기가 물었습니다.  살구나무는 시름겨이 말했습니다. 열매가 너무 한심해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한다는걸 말입니다.  그런 살구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동생비둘기가 말했습니다.  《우린 널 도울수 없구나. 우리가 도울수 있는건 너에게 한마리의 나쁜 벌레도 얼씬 못하게 하는것뿐이란다. 그런데 넌 벌레도 없는것 같구나.》  《벌레조차도 날 싫어하는것 같애.》  살구나무는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방울방울 눈물이 흘렀습니다.  《참, 청제비한테 부탁해보렴. 청제비는 멀고먼 강남까지 오가군 하니까 듣고 본 일이 많을거야. 혹시 네 소원을 들어줄지 알겠니?》  마침 청제비가 씽 날아왔습니다.  살구나무는 말했습니다.  《청제비야, 청제비야. 내 부탁을 들어주겠니?》  《무슨 일때문에 그러니?》  청제비는 두눈을 올롱하게 뜨고 살구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내게 달리는 열매들이 크고 달콤했으면해서 그래.》  그러자 청제비는 말했습니다.  《난 그전부터 네 소원을 풀어주고싶었댔어. 생긴 모양은 미츨한데 열매는 영 아니더라니까. 그래서 전번에 강남에 갔을 때 여러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해보았지만 모두가 도리머리를 젓더라.》  《그럼 난 어떻게 하면 좋니?》  청제비도 한숨을 쉬였습니다.  《그렇게 태여난걸 어쩌겠니, 운명인걸. 너의 꿈은 이룰수 없는 공상같애…》  청제비는 이렇게 위로하며 어디론가로 날아갔습니다.  (아, 그러니 방도가 없단 말이구나.… 누구도 나를 도와줄수 없다니.…)  살구나무는 실망해서 잎새를 축 늘어뜨리였습니다. 하지만 살구나무는 자기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남모르게 애쓰는 소년이 있는줄 알지 못했습니다.꽃 한송이  며칠후였습니다.  살구나무앞으로 한 소년이 다가왔습니다. 철이였어요.  철이는 살구나무를 어루만지며 말했습니다.  《내가 네 소원을 풀어주마.》  철이는 살구나무의 괴로운 마음을 다 알고도 남는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책가방에서 꽃 한송이를 꺼냈습니다.  빨간 장미꽃인가 했는데 그보다도 더 크고 타는듯 붉은 빛갈에 향기는 더 진했습니다. 꽃잎마다에 《10점》이 금빛으로 도드라지게 새겨져있는 희귀한 꽃송이였습니다.  철이는 꽃송이를 높이 쳐들고 말했습니다.  《나의 꽃송이야, 내 고향 살구나무가 훌륭한 열매를 맺게 해주자꾸나.》  꽃송이는 살구나무에게로 날아갔습니다.  《?…》  살구나무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청제비나 비둘기도 자기의 소원을 풀어주지 못했는데 이 꽃송이가 무슨 수로 자기를 도와준단 말입니까.  살구나무의 마음을 들여다본듯 꽃송이는 살구나무주위를 감돌았습니다.      살구나무의 소원      풀어주자요      달디단 큰 열매      주렁지게 해주자요  꽃송이는 뽀얀 안개를 피워올리며 다닥다닥 달린 열매들을 알알이 감돌았습니다.  살구나무는 짙은 안개속에 고요히 잠기였습니다.  조금후에 안개가 서서히 사라졌는데 참 놀라운 일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도토리알만 하던 살구열매들이 모두 사과알만큼씩 커졌던것입니다.  향기도 짙어졌습니다.소원을 이룬 살구나무  (이게 정말 꿈이 아닐가?)  살구나무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분명 꿈은 아니였어요.  살구나무는 너무 기뻐 소리쳤습니다.  《내 살구를 맛보아라! 나도 훌륭한 열매를 맺었다.》  제일선참 날아온 알락까치가 그의 열매를 맛보고 너무 맛있어 어쩔줄 몰라했으니까요.  《정말이구나, 정말이야. 꿀처럼 달고 향기롭구나. 크긴 또 얼마나 크구.… 소원을 이룬 살구나무야, 축하해!》  비둘기오누이도 날아왔습니다. 청제비도 날아오구요.  그들은 열매를 맛보고 너무도 놀라와 입을 딱 벌린채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황홀한 눈길로 몰라보게 달라진 살구나무를 바라보기만 할뿐이였습니다.  행복에 넘친 살구나무는 꽃송이를 품에 꼭 안았습니다.  《꽃송이야, 넌 내 은인이다. 대체 넌 누구니?》  꽃송이는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습니다.  《난 철이의 10점꽃이란다. 고맙다는 인사는 철이에게 해.》  청제비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습니다.  《철이의 10점꽃? 정말 대단한데…》  《대단하기까지야 뭘. 철이뿐아니라 철이의 동무들도 10점꽃을 피우고있단다.》  철이의 10점꽃은 뻐기듯 말했습니다.  《그 10점꽃들도 너처럼 그렇게 세니?》  비둘기누나가 호기심어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렇지 않구. 우리 10점꽃들은 못하는 일이 없단다.》  10점꽃의 자랑스러운 말에 새들도 살구나무도 기뻐 어쩔줄 몰라했습니다.달님의 말  그때였어요. 하늘에서 다정한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그 10점꽃들이 결코 쉽게 태여나는것은 아니란다.》  달님의 목소리였어요.  달님도 소원을 이룬 살구나무를 축하해주고싶어 벙글벙글 웃으며 내려다보고있었습니다.  《10점들이 어떻게 태여났나요?》  살구나무의 말에 달님은 대답했습니다.  《철이가 그 10점꽃을 피우기 위해 본 책들을 쌓으면 아마 그의 키를 넘을게다. 단지 10점최우등을 하기 위해 그런게 아니였단다. 살구나무의 소원을 풀어주어 고향땅을 더 풍만하게 가꾸는게 그애의 소원이였지.  그 소원을 풀기 위해 철이는 콤퓨터를 마주하고 밤을 새우기도 하고 학교생물실험실에서 수많은 실험도 했단다.  끝내는 살구나무의 소원을 풀어줄수 있는 기발한 착상도 하게 되였단다. 그 착상이 학교에서 열리는 발명경연에서 1등을 하여 이렇게 10점꽃을 상으로 타게 되였지.》  모두 깊은 감동에 젖어 달님의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애로구나!》  청제비와 비둘기오누이 그리고 소원을 이룬 살구나무는 입을 모아 철이를 칭찬했습니다.  《난 내 소원을 풀어준 철이와 같은 훌륭한 아이들을 위해 열매들을 더 충실히 키울테야요.》  살구나무는 미풍에 잎새를 살랑이며 말했습니다.  《그래그래, 고향땅의 아름다운 래일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철이와 같은 훌륭한 아이들이 있어 이 땅은 나날이 더 풍성해질게다.》  하늘중천 밝은 달님도 부드러운 빛을 아낌없이 뿌려 축복을 보내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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