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의 지명들에는 외적의 침입을 물리치고 나라의 안전과 민족의 존엄을 수호한 이 고장사람들의 투쟁의 력사, 애국주의정신이 반영되여있다.

평안북도의 구성시와 녕변군, 의주군 등의 지명이 그러하다.

구성시는 고려시기에 《구주》로 불러왔는데 나라의 안전을 오래동안 담보해주는 고을이라는 뜻에서 지어진것이다.

녕변은 이 지역에 자주 침입하는 외적을 평정함으로써 고을이 편안하고 안정된 북쪽변방이라 하여 부른 이름이다.

그런가 하면 의주군의 《의주》라는 말은 《의로운 고장》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 의하면 원래 이 고장은 고조선이래로 여러 세력이 엇갈아 다투면서 안정되지 못한 지역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고장에 있던 우두머리가 군수물자와 량곡을 바치며 고려정부에 투항해오자 고려 16대왕이였던 예종왕이 기뻐하며 《의로운 고장》이라는 뜻에서 《의주》라고 하였다고 전하고있다.

《고려사》지리지에 의하면 1216년과 1231년 정주지방에 외적들이 쳐들어왔을 때 이곳 사람들은 우세한 적들을 용감하게 물리치고 고을을 지켜냈다고 한다. 그때로부터 이곳을 수도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안정된 고장이라는 의미에서 《정원대도호부》라고 부르게 되였다. 정원대도호부는 후에 정주목으로 되였다.

평안북도의 지명에는 외적을 쳐물리치는 싸움에서 용감하게 싸운 인민들의 투쟁이야기도 깃들어있다.

묘향산에는 마치도 펄럭이는 기발모양의 산봉우리가 있는데 이 산을 탁기봉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고려의 장군 김취려와 관련한 전설이 전해지고있다.

1216년 고려를 침략한 외적들은 의주, 삭주, 창주(창성) 등의 이르는 곳마다에서 인민들을 학살하고 재물을 략탈하였다. 그러나 김취려장군의 부대에 의해 적들은 완전히 격파당하였다.

싸움에서 이긴 그의 부대는 승전고를 울리며 묘향산골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승리의 함성에 화답하여 산발들도 우줄우줄 춤추는듯 하였다.

성대한 축하연이 있은 날 밤 김취려장군은 흡족한 기분으로 꿈나라에 잠기였다.

꿈에 백발의 로인이 나타나더니 자기는 묘향산의 신선인데 고려군의 승리를 이 산발에 영원히 새겨놓을터이니 아침에 일어나서 보라는것이였다.

과연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칼날처럼 일직선으로 뻗어있던 산줄기가 마치도 장군기를 앞세운듯 한 기발대렬을 이룬 봉우리로 변한것이였다.

탁기봉은 이때부터 생겨났으며 그 모양이 장군기를 앞세운 기발대렬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구성시에는 향로봉이라는 산이 있는데 여기에는 고려의 애국명장 강감찬과 고려의 의로운 딸 설죽화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있다.

설죽화는 일찌기 전장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의 슬하에서 고향과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과 함께 무술을 익히며 성장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외적들이 침입하였다.

그때 설죽화는 승전하고 돌아오라는 어머니의 당부를 가슴에 새기고 강감찬장군을 찾아갔다. 강감찬장군은 처음에 어린 그를 돌려보내려고 하였으나 그의 애국심에 감동되여 마침내 부대에 받아들이였다.

나라를 지키는 싸움에 나선 설죽화는 선봉에서 싸우다가 그만 최후를 마치였다.

꽃다운 청춘을 바친 설죽화의 최후를 애석해하며 강감찬장군은 말하였다고 한다.

《나라를 목숨으로 지켰거니… 이같은 후손이 있는 한 우리 고려는 어떤 외적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리니. 장하다. 너는 진정 고려의 꽃이요, 이 나라의 딸이노라.》

후세에 향로를 놓고 향을 피워 설죽화의 령혼을 위로하였다 하여 그 산을 《향로봉》이라고 불렀다.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연구사 김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