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나는 대동강반의 한 공원에서 퇴근길에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친구를 기다리며 앉아있느라니 뒤에 있는 걸상에 나란히 앉아 소곤소곤 속삭이는 젊은 부부의 목소리가 나의 귀가로 들려왔습니다.

《오늘 개성에 출장갔다온 우리 처장동지가 당신에게 인삼정과를 맛보이라며 이렇게 보냈소.》

《어마나, 개성고려인삼은 귀물인데 저에게까지⋯》

《처장동지는 우리 결혼식때 보니 당신 몸이 좀 약해보인다고 하면서 이 인삼정과를 먹고 꼭 사내애를 낳으라고 하더군.》

이렇게 말하며 남편은 자기 가방에서 인삼정과를 꺼내여 안해의 손에 들려주는것이였습니다.

안해는 한참동안이나 인삼정과를 살펴보더니 《아니, 여보. 거무스레한 색갈이랑 달싸한 냄새랑 이게 어디 인삼인가요? 난 통 모르겠어요.》라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녀인은 인삼정과를 처음 본것같았습니다.

뒤에 앉아있는 그들에게로 몸을 돌린 나는 《저에게도 그 인삼정과를 보여줄수 있습니까?》라고 말하였습니다.

마침 시간이 있었던 나는 젊은 부부에게 우리 민족의 고유한 당과의 하나인 정과에 대해 설명해주고싶었습니다.

그럼 여러분에게도 정과에 대하여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먼 옛날에는 산과 들에 철따라 열리는 갖가지 과일과 식용식물을 지금처럼 생신하게 보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선조들은 과일, 약용 및 식용식물의 열매, 씨, 뿌리 등을 당분에 재워 졸여놓았다가 오래동안 건사하고 즐겨 먹었는데 바로 이것을 정과라고 하였습니다.

우선 정과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보기로 합시다.

옛 기록에는 정과를 전과 또는 밀전이라고도 불렀는데 여기에는 과일을 꿀에 졸였다는 의미가 담겨져있다고 합니다. 즉 《전과》가 《정과》로 음이 달라졌을뿐 전체적인 의미는 같습니다.

정약용(1762년-1836년)이 쓴 《아언각비》에 의하면 정과는 꿀에 졸인다고 하였습니다.

정과의 기본적인 가공방법은 《고사신서》, 《증보산림경제》, 《림원십륙지》, 《규합총서》 등 여러 력사문헌들에도 구체적으로 서술되여있습니다.

정과의 가공방법에서 특징적인것은 주재료의 특성에 맞게 초벌가공을 다양하게 한것입니다.

《고사신서》, 《림원십륙지》, 《증보산림경제》에 의하면 신맛이 나는 과일인 경우에는 박초를 탄 물에 넣어두거나 꿀에 달여 찬물에 담그어놓는 방법으로 신맛을 없애여 정과를 만들고 매운맛이 있는 생강의 경우에는 물과 함께 약한 불에서 달이는 방법으로 매운맛을 80~90%정도 없애고 만들며 쌉쌀한 맛이 있는 도라지인 경우에는 쌀씻은 물에 담그어놓는 방법으로 쓴맛을 없앤 후 정과를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우리 인민이 매 주재료들의 특성을 잘 알고 그에 맞는 가공방법으로 다양한 정과를 만들어 식생활에 리용하여왔다는것을 보여주고있습니다.

정과에서 대표적인것은 여러가지 재료를 그대로 또는 썰어서 꿀이나 혹은 물엿에 재워 졸여낸 찔광이정과, 생강정과, 유자정과, 도라지정과, 련뿌리정과, 인삼정과, 배정과, 살구정과, 매화나무열매정과, 들쭉정과, 동과정과 등입니다.

이러한 정과를 당분을 탄 물에 띄우면 향기롭고 달면서도 시원하며 독특한 맛을 가진 수정과가 쉽게 만들어집니다.

정과에는 과편(혹은 편), 숙실과로 불리우는것들도 있습니다.

과편은 말그대로 과일떡이라는 뜻인데 다 만든 후 묵형태로 굳어진것이 마치 떡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과편의 주재료로는 앵두나 딸기, 들쭉, 살구와 같이 상대적으로 물기함량이 많은 과일들이 리용되는데 이것들을 먼저 익힌 다음 채에 밭아내여 꿀에 졸이는 방법으로 만들수 있습니다.

과편에 대하여 처음으로 서술한 《고사신서》에서는 채에 밭아낸 주재료를 꿀과 함께 졸여 굳히는 방법으로 만드는것으로 기록되여있으나 그 이후시기의 《규합총서》나 《시의전서》에서는 주재료를 꿀과 함께 졸이면서 여기에 경화제로 록두가루를 넣어 굳히는것으로 기록되여있습니다.

숙실과에는 밤과 대추, 생강으로 만든 률란, 조란, 강란 등이 있습니다.

숙실과의 가공방법을 보면 크게 2가지로서 하나는 주재료를 익혀서 짓이긴 다음 꿀을 섞어 본래모양대로 빚어 만드는것이며 다른 하나는 주재료를 먼저 짓이긴것을 꿀과 함께 졸인 다음 본래모양대로 빚는것입니다.

이렇게 만든 정과는 만드는 과정에 매 주재료의 고유한 맛과 꿀의 단맛이 조화되여 독특한 맛을 낼뿐 아니라 당분이 65%이상 보장되는것으로 하여 보관성이 좋아 오래동안 두고 식생활에 리용할수 있습니다.

정과는 설명절날 특색있는 단음식의 하나였으며 혼례식과 같은 여러가지 의례상을 장식하였으며 일상시 어린이들의 새참으로도 널리 리용되였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지방에 따라 자기 고장의 특산재료를 가지고 만든 정과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지방별로 보면 평안도지방의 밤정과, 둥글레정과, 함경도지방의 백살구정과, 황해도지방의 배정과, 대추정과, 강원도지방의 도라지정과 등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정과로는 개성인삼정과를 첫손가락에 꼽았습니다.

동서고금 그 어느 나라에서나 장수약재로 일러오는 개성고려인삼으로 만든 인삼정과는 영양가와 약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허약한 몸을 추세우거나 앓고난 뒤의 영양보충에 매우 특효가 있습니다. 그리고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되며 설사하는데, 당뇨병, 가슴두근거림, 잠장애, 저혈압, 성기능장애, 빈혈, 간염, 허탈 등에도 효과가 좋은 보약으로 됩니다.

여러분, 오늘도 맛과 향기가 독특하고 건강에 좋은것으로 하여 사람들의 건강과 장수를 도모하고있는 정과를 즐겨 맛보시기 바랍니다.

사회과학원 민속학연구소 연구사 안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