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배우 백고산(1930. 5. 27－1997. 11. 27.)은 조선바이올린예술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재능있는 예술가이다.

*    *    *

연주가의 정신세계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연주곡목을 통해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백고산은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여서부터 《아리랑》을 비롯한 조선민요들을 많이 연주하였다. 특히 조선민요의 얼굴이라고 할수 있는 《아리랑》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곡목의 하나였다.

그는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자기가 작곡한 바이올린무반주독주곡 《아리랑》(제7차 챠이꼽스끼명칭 국제콩클에서 특별상을 받음.)을 자주 연주하였다. 지어 가족들이 모여앉을 때에도, 학생들에게 시범연주를 보여줄 때에도 그는 반드시 이 곡을 켜군 하였다.

어느날 백고산이 학생들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였는데 어찌나 작품의 감정속에 파묻혔던지 고조부분의 연주에서 바이올린의 줄이 끊어지게 되였다. 쩡- 하고 다른 줄들이 진동하다가 조용히 멈출 때까지 그는 그냥 작품의 세계에 머물러있었다.

한참후 그는 악기를 내리면서 《이 곡을 연주하면 고생스럽던 지난날이 생각되여 막 눈물이 난다.》고 말하였다.

바로 이 곡에 조국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깊이 심어주게 한 그의 쓰라린 생활체험이 반영되여있다.

백고산은 평양시 서성리(당시) 바이올린수리공의 가정에서 태여났다.

백고산의 아버지가 바이올린과 인연을 맺게 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백고산의 할아버지는 이 일대에서 손꼽히는 명의였다. 그러다보니 그의 집으로는 늘 얼굴을 찡그린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 병을 보이군 하였다. 백고산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들이 보기 싫어 이렇게 사는것이 아니구나 하고 집을 뛰쳐나왔다. 두루 세상을 구경하면서 맞다든것이 바이올린이였다. 그는 동서양의 이름난 연주가들을 적지 않게 만나보았고 그들이 손끝에서 뽑아내는 그 요묘한 소리가 기가 막히게 마음에 들었다. 화려하고 웅장한것이 피아노소리라면 피아노가 표현하지 못하는 인간의 가슴속에 고인 눈물까지 긁어내는 귀신같이 령험한 악기가 바이올린이라고 생각하였다.

세상에 이런 신선한것을 내놓고 무엇을 하겠는가. 그는 4줄밖에 안되는 작은 바이올린에 자신의 야심적인 운명을 걸고 은사를 찾아 세상을 메주밟듯하였다. 그러나 그는 성공할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것을 자식들이 성취해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들을 낳을 때마다 바이올린을 하나씩 깎아 메워주었던것이다.

8남매의 셋째로 태여난 백고산은 4살때부터 형과 함께 아버지에게서 종아리를 맞아가며 바이올린을 배웠다.

10대에 이르러서는 갓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동생과 함께 조선민요곡들과 세계명곡을 가지고 국내각지는 물론 중국, 일본을 돌아다니며 바이올린을 연주하여 돈을 벌어 고학도 하고 생계를 이어갔다.

어느해인가 일본흥행업자를 따라 일본에 가서 공연하였는데 그때 그자는 조선민요는 한곡도 타지 못하게 하면서 일본노래만 연주하라고 강요하였다. 어린 마음에도 분하고 반발심이 생겨 무대에 나가 자기 뜻대로 민요 《아리랑》을 격정에 넘쳐 연주하였다. 그러자 일본인들은 《조선노래 그만두라.》, 《일본노래 하게 하라.》, 《고놈을 끌어내라.》고 고아대였다.

백고산은 연주도중에 흥행업자에게 끌려나와 죽도록 매를 맞았다.

고향에 돌아와보니 온 가족이 어디론가 가버리고 집마저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는 중국으로 가서 또다시 이국살이를 하였다.

그 나날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사람들의 비참한 생활처지를 뼈저리게 체감하였다.

예술가로서의 그의 진정한 창조활동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찾아주신 조국의 품에 안긴 후부터 시작되였다.

귀국하여 몇달 지나지 않은 1950년 1월 1일 설날아침 위대한 수령님 께서는 그를 친히 저택에 불러 만나주시고 그의 연주도 들어주시였다.

그러시면서 우리 나라의것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나라의것을 하는 의의도 있다고 하시면서 그의 장래에 깊은 관심을 돌려주시였다.

후날 백고산은 이날의 위대한 수령님 의 교시는 자기 생의 등대와도 같았다고 말하였다.

이제는 나에게도 조국이 있구나. 나를 품어주는 내 조국 조선을 빛내이기 위해 마음껏 바이올린을 연주하자!

이러한 감격과 포부를 안고 그는 조선인민군협주단(당시)에서 악장 겸 독주가로 활약하였으며 전쟁시기에는 수많은 전선위문공연에 참가하여 싸우는 인민군용사들을 전쟁승리에로 힘있게 고무하여주었다.

그는 위대한 수령님 의 배려로 외국에 류학가서 바이올린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귀국한 후 그는 국립교향악단 등 중앙예술단체들에서 독주가로 활약하였다.

조선에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만수대예술단 녀성기악중주단이 무어질 때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그를 그곳 기술지도원으로 보내주신것은 백고산에 대한 크나큰 신임이였다.

《그는 많은 바이올린명곡들을 창작하였고 수많은 작품들을 훌륭히 연주하였다. 그의 바이올린연주에서 특징은 활쓰기가 독특하고 소리의 색채가 짙으며 감정표현이 풍부한것이였다. 우리 인민은 누구나 우아하면서도 깊이있고 정열적이면서도 짙은 정서와 사색이 깔려있는 기름진 그의 바이올린연주를 사랑하였다.》고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 연구사 강태언은 말하였다.

그가 바이올린으로는 서양곡을 연주해야만 어울리는것으로 생각하던 기성관례를 깨고 《아리랑》, 《양산도》, 《돈돌라리》와 같은 조선민요들을 가지고 바이올린협주곡, 독주곡들을 창작한것은 높은 애국심의 발현이다.

백고산은 1953년, 1955년에 진행된 세계청년학생축전 개인콩클에서 각각 3등과 1등을 하고 제1차 챠이꼽스끼명칭 국제콩클에서 영예상을 쟁취하였으며 여러 차례 국제바이올린콩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조국의 영예를 떨치였다.

백고산은 생의 마지막 10년간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에서 사업하면서 2.16예술상수상자와 국제콩클 1등수상자를 비롯한 수십명의 유능한 바이올린연주가들을 키워냈다.

백고산은 조선이 낳은 재사로 우리 인민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신미리애국렬사릉에서 그의 생전의 모습을 찾아보며 그의 바이올린에서 울리던 그 신비롭고 아름답던 소리를 추억하고있다.

백고산의 제자들과 자손들이 오늘 조선바이올린예술의 대를 이어가고있다.

양련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