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6, 2026Mar 26, 2026
KCNA Naenara (Kr)

쑥떡에 깃든 사연

Date: 26/03/2026 | Source: Naenara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전호에서 계속)

어느날 솔메는 새벽이슬을 맞은 10년묵은 산삼을 꿀에 푹 재워먹으면 속병에 직효라는 말을 듣고는 새벽이슬을 헤치며 마을뒤에 솟은 달맞이산으로 올랐다.

험한 벼랑길과 가시덤불숲을 헤치며 산판을 오르내리던 솔메는 산삼을 한뿌리도 캐지 못한채 산을 내리였다.

솔메가 산속을 벗어나 펑퍼짐한 둔덕에 이르니 거기에는 파란 잔디가 비단필처럼 펼쳐졌는데 그속에 다문다문 민들레와 쑥대들이 돋아있었다.

풀판에 아침해빛이 눈부시게 비쳐서인지 잔디들은 기묘한 무늬를 수놓으며 두눈을 자극하였다.

(몸이 왜 이렇게 나른해질가.)

솔메는 온몸의 맥이 풀리는것을 느끼며 잔디우에 스르르 주저앉았다.

솔솔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이 솔메의 귀밑머리칼을 스치며 얼굴을 간지럽히였다.

아침이슬을 맞아 푹 젖었던 옷자락에 따스한 해빛이 비치자 그의 몸은 점차 훈훈해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포근한 이불속에 든것같은 안정감을 느끼며 솔메는 저도 모르게 살며시 눈을 내리감았다.



아지랑이 아물거리며 피여오르는 넓은 들판은 마치 푸른 비단을 펼쳐놓은듯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 들판으로 솔메가 다래끼를 옆에 끼고 치마자락을 날리며 춤추듯이 달려가는데 갑자기 그의 앞에 파르스름한 풀대들이 불쑥불쑥 솟구쳐올라 길을 막았다.

(무슨 풀대들이 나를 둘러싸는걸가.)

솔메는 무릎을 꺾고앉아 풀대를 하나 당겨잡고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풀대는 두어자가 넘게 자랐는데 어긋치며 뻗어나간 가지에는 뾰족뾰족한 파란 잎들이 다문다문 돋아있었다.

파란 잎새들은 바람결을 따라 보르르한 흰털이 덮인 뒤면을 살짝 드러냈다감추었다 하며 제 모습을 자랑하는듯하였다.

《아유, 무슨 풀인가 했더니 우리 마을 들판과 밭두둑에 많은 쑥이로구나.》

솔메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순간 솔메의 앞에는 난데없이 흰수염을 드리운 할아버지 한분이 오른손에 파란 쑥대를 들고 나타났다.

《솔메야, 놀라지 말거라. 나로 말하면 이 땅을 지키는 단군신선이로다. 네가 남편을 위해 애쓰는 마음이 기특하여 내 약처방을 내려주려 하니 잘 듣거라.

너는 이제부터 마을에 흔한 쑥을 뜯어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석달 열흘동안 매끼 삶아 우려낸 쑥을 한웅큼씩 번지지 말고 남편에게 먹이거라. 그러면 너의 소원대로 남편의 병을 꼭 고칠수 있을게다.》

《정말로 고칠수 있소이까?》

《암, 고치구 말구. 병을 털고 장수가 될수 있으니 내 말대로 해보아라.》

《신선할아버님! 정말 고맙소이다. 꼭 명심하겠소이다.》

솔메는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여 절을 올리고 일어섰다.

그러자 금방 앞에 서있던 그 신선할아버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다만 동쪽하늘가 멀리에 신선의 옷자락인듯 흰구름 한송이가 흘러가고있었다.

그 구름송이가 마치 사라져버린 신선처럼 느껴져 그것을 잡아보려고 허둥지둥 쫓아가던 솔메는 그만 발을 헛디뎌 아찔한 벼랑에서 떨어졌다. ⋯

《앗!》소리를 치며 솔메가 눈을 뜨니 그것은 꿈이였다. 솔메는 아쉬운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아직 내가 꿈속에 있는것이 아닌가? 분명히 꿈속에서 보았던 그 쑥대들인데.》

솔메는 이상스럽고 놀라운 눈으로 주위에 돋아있는 쑥대들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지난번 쑥이 속병에 좋다는 이웃집녀인의 말을 왜 소홀히 여기고 줴버렸던가. 생각해보노라니 어렸을 때 여름밤 쑥을 태워 모기를 쫓으며 쑥이 예로부터 병치료에 좋은 약재라고 이야기하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장 고개너머 의원을 찾아가자.

솔메는 곧장 의원을 찾아가 쑥으로 속병을 치료하는데는 쑥을 달여먹는 방법밖에 없다는것을 알아가지고 돌아왔다.

그러나 남편에게 쑥을 많이 먹여야 한다는 조급성이 앞선 솔메는 쑥을 뜯어다 삶아 물에 헹구어 성의껏 료리하여 그날 저녁상에 올렸다.

그 쑥찬을 먹던 남편은 얼굴을 찡그리며 이렇게 물었다.

《이게 무슨 나물이요? 너무 쓰거워 넘길수가 없구만.》

《쑥으로 만든 찬인데 쓰긴 하지만 속병에 좋다기에⋯》

솔메는 미안한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쑥찬을 만들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였다.

남편은 그 말에 감동하여 억지로라도 찬을 다 먹으려 애썼지만 속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찬그릇을 내지 못하였다.

그때부터 솔메는 어떻게 하면 쑥의 쓴맛을 없애고 맛나는 식찬으로 만들수 있을가 하고 생각하였다.

그는 거듭 궁리하던 끝에 삶아낸 쑥을 물에 여러 시간 담그어 쓴맛을 우려내였다. 다시 쑥찬을 만들어 맛을 보니 쓴맛은 없어졌으나 솜덩이를 씹는듯 질기여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길수가 없었다.

솔메는 삶아우려낸 쑥으로 쑥밥도 지어보고 국도 끓여보았으나 어느것 하나 신통한것이 못되였다.

어느날 질긴 쑥잎을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절구에 넣고 찧던 솔메는 문득 낟알과 함께 찧어서 떡을 만들면 어떻겠는가고 생각하였다.

낟알과 섞으면 매끈해지기때문에 넘기기도 쉬울것같았다. 그래서 그는 삶아우린 쑥을 절구에 넣고 보드랍게 찧은 다음 조찹쌀가루를 내여 섞어서 반죽하여 시루에 넣고 김을 올렸다.

김이 오르기 시작하자 향긋한 쑥내와 구수한 낟알냄새가 부엌에 가득 어리였다. 솔메는 떡김이 적당히 오르자 쑥물이 퍼져 파르스름하게 익은 떡덩이를 꺼내여 보기 좋게 떡을 빚어서 남편에게 대접하였다.

솔메는 흐르는 땀을 씻으며 이번엔 또 뭐라고 할가 하는 기대와 안타까운 마음을 조이며 남편의 식사하는 모습을 눈여겨 보았다.

남편은 상우에 놓인 파르스름한 쑥떡을 하나 들어 입에 넣고 씹더니 인츰 꿀꺽소리를 내며 목구멍으로 넘기는것이였다.

《아주 맛이 좋구만. 눈맛도 있고 입맛은 더욱 별맛이요. 맨 조찰떡보다 더 맛이 있소. 자, 어서 하나 들어보우. 정말 목구멍으로 혀가 따라넘어갈 지경이요.》

순간 솔메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어리였다.

그는 남편이 집어주는 떡을 소중히 받아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하며 씹어넘겼다. 쫄깃쫄깃한 떡에서 향긋한 쑥냄새가 페부로 흘러들며 상쾌한 맛을 주었다.

《정말 별미구만요. 이젠 됐소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하늘을 감동시킨 당신의 정성이 이렇게 맛있는 쑥떡을 만들어냈구려. 앞으로 이런 쑥떡을 자주 만들어먹기요.》

《그렇게 하겠사와요. 그러면 식량보탬도 되고 몸에도 좋으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격이 되겠소이다.》

이튿날부터 솔메는 즐거운 기분으로 부지런히 쑥을 뜯어다가 삶아서 우려내여 여러가지 낟알가루와 섞어 떡을 빚어 상우에 올렸다.

이 쑥떡으로 하여 가정에는 화기가 넘쳐났다.

향긋한 쑥떡에 맛을 들인 후부터 남편의 오랜 속병은 점차 나아져갔고 건강도 회복되여갔다.

솔메는 매끼 쑥떡을 만드는것이 품이 많이 들었으나 힘든줄 몰랐고 떡도 쑥절편, 쑥찰떡, 쑥송편 등 여러가지로 만들어 남편에게 드렸다.

쑥떡으로 때식을 하여 한달이 되자 남편은 얼굴에 희색이 돌아 불깃불깃해졌으며 두달이 되면서부터는 몸이 부해지고 힘과 기운도 솟아났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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