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6, 2025Nov 16, 2025
KCNA Naenara (Kr)

《변고양이》로 불리운 변상벽

Date: 29/09/2023 | Source: Naenara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변상벽은 화상과 동물을 잘 그리는것으로 하여 조선봉건왕조시기의 화단에서 이채를 띠였다.

특히 그는 동물중에서도 고양이와 닭을 잘 그렸다. 당시 화단에서는 그를 가리켜 《변고양이》라고 불렀고 화상화도 잘 그렸으므로 나라에서 으뜸가는 명수라는 의미에서 국수라고도 불렀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래마을에서 사는 어떤 젊은이가 이른아침부터 변상벽의 집대문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어찌나 다급하게 두드렸던지 변상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신발도 채 찾아신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변상벽이 대문을 여는것과 동시에 젊은이가 뛰여들어왔다.

변상벽은 깜짝 놀라 하마트면 뒤로 나가넘어질번 하였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요?》

《이 집에 쥐를 잘 잡는 변고양이가 있다는게 사실이요?》

《뭐뭐, 쥐잡는 변고양이?》

변상벽은 아침부터 웬 싱거운 사람이 찾아와 자기의 성까지 붙여가며 고양이를 찾는 바람에 더한층 화가 치밀어올랐다.

《이 집엔 변고양이는커녕 고양이사촌도 없수다. 아침부터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군.》

변상벽은 두눈을 부라리며 혹시 고양이의 그림자라도 찾을가 하여 이 구석, 저 구석을 두루두루 살펴보는 젊은이의 팔을 와락 나꾸어채며 대문밖으로 밀어제꼈다.

《여보시오, 이것 좀 사정봐주시오. 예? 제발 도와주시오.》

그 사람은 변상벽에게 밀리우면서도 밖으로 나갈대신 더 바투 다가서며 사정하였다.

《아, 이 집엔 고양이가 없다질 않소. 나 이런 변이라구야.》

변상벽은 버선목이라고 뒤집어보일수도, 막무가내로 뻗쳐낼수도 없었다.

그러거나말거나 그 사람은 자기의 안타까움을 하소연하였다.

《전 아래마을에서 록두지짐집을 운영하는데 창고에 쌓아놓은 록두마대가 쥐들의 성화에 몽땅 녹아나고있지요. 글쎄 이걸 어쩌면 좋수?》

손이야 발이야 애걸복걸하는 그 사람을 보며 변상벽은 더욱더 난처해하였다.

《아니, 대체 당신을 내게로 보낸 사람이 누구요?》

그때에야 그 사람은 다급히 대답했다.

《정다산이라고 유명한 학자선생이지요. 그가 말했수다. 웃마을에 사는 화가 변상벽선생의 집에는 쥐들이 얼씬도 하지 못한다고. 그 집에 유명한 변고양이가 있다나요? 그러니 제발 좀 도와주시오.》

변상벽은 그 사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끝내 참지 못한채 폭소를 터뜨리고야말았다.

《역시 정선생이였구려. 하하하⋯ 우리 집에 고양이는 없지만 대신 고양이그림이야 많지요.》

변상벽은 그의 손을 이끌고 방으로 안내하였다.

어안이 벙벙하여 영문도 모르고 변상벽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가던 그는 그만에야 깜짝 놀랐다.

방안벽이 온통 고양이천지였던것이다.

파릇파릇 돋아난 잔디밭우에 봄볕을 쪼이며 서로 재미나게 뒹구는 한쌍의 고양이.

고목을 중심으로 한 고양이가 나무우에 기여오른 고양이를 멍청히 올려다보는 모양.

새끼들을 거느리고 버드나무아래에서 해빛을 쪼이는 한쌍의 엄지고양이.

젊은이는 입을 하 벌린채 방안을 빙빙 돌았다.

《이젠 내 말이 옳다는것이 증명되였지요?》

변상벽이 젊은이를 꾹 찌르며 물었으나 그는 그림에 넋을 잃고 미처 대답도 못했다.

한동안 얼이 나간듯이 서있던 젊은이는 문득 한쪽벽에 걸려있던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변선생, 이 그림을 내게 주시오. 이 고양이가 얼마나 생동한지 쥐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겠수다.》

하여 젊은이는 변상벽의 고양이그림을 가져갔는데 그후로는 쥐의 성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알수 없으나 그만큼 그의 그림이 신묘하였다.

이밖에도 변상벽은 《어미닭과 병아리》, 《개》를 비롯한 우리 나라 농촌의 그 어느곳에서나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동물들의 생활을 자연풍치와 유기적인 련관속에서 묘사하였는데 그 동물그림을 자세히 보면 그것들의 동태와 심리, 체구, 꼬리, 날개 등 특징적인 움직임을 소홀히 하지 않고 치밀하게 관찰한 흔적을 엿보게 된다.

또한 변상벽은 도화서 화원으로서의 자기의 특기를 남김없이 발휘한 화상화 《윤급의 화상》도 그렸다.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변상벽은 18세기중엽 이름있는 화상화가, 동물화가로서 우리 나라 회화사에서 뚜렷한 자리를 차지하고있다.

김일성 종합대학 실장 박사 부교수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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