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조국전쟁시기 중출신의 의병장으로, 뛰여난 외교활동가로 이름을 떨친 사명당은 어렸을 때부터 학업에 열중하였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총명하고 지혜로왔다.

그가 7살때 있은 일이다.

《할아버지, 학문에는 천한것도 있고 귀한것도 있나요?》

왕청같은 손자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어안이 벙벙해있다가 대답했다.

《학문에 어찌 천하고 귀한것이 있겠느냐. 학문이란 다 귀한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력사에서 모든 관리들은 다 학문을 배워 과거급제한 사람들인데 어떤 사람은 충신이 되구 어떤 사람은 왜 역적이 되나요?》

《그건 학문에 달려있는것이 아니라 사람에 달려있는것이다.》

《그러면 충신이 될 사람이 따로 있고 역적이 될 사람이 따로 있나요?》

《아니다. 마음을 바로가지고 공부하면 충신이 되구 마음을 바로가지지 못하고 공부하면 역적이 된다.》

《마음을 바로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야 한마디로 말하면 마음을 착하게 가져야 하지.》

《그럼 나는 마음부터 착하게 가진 다음에 공부할래요.》

이렇게 말하면서 사명당은 읽던 책을 덮고 일어났다.

할아버지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순간 할아버지는 그가 공부하기 싫어 꾀를 쓰는줄 알고 붙잡아 앉히였다.

《이 녀석, 나가고싶어 할아버지를 골리려드는구나.》

할아버지는 시렁우에서 회초리를 내려 쥐였다.

《아니예요. 정말 나는 역적이 되고싶지 않아서 그래요. 마음을 착하게 가진 다음 공부를 해서 충신이 되겠어요.》

이 말에 할아버지는 회초리를 거두고 앉았다.

《그게 진정이냐?》

《예!》

《그래, 그러나 착한 마음이란 거저 생기는게 아니다. 많은 책을 읽고 거기에서 착한 마음들을 배운 다음 실천에 옮겨 몸에 배도록 해야 하는거다.》

《그럼 나는 앞으로 더 많은 책을 읽겠어요.》

사명당은 다시 자리에 바로앉으면서 책을 펴들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난 어느날이였다.

이때가 바로 밤송이가 누렇게 익어 떨어지는 철이라 사명당은 한낮에 아이들과 밤을 따먹다가 강가에 나가 모래불에서 싸움놀이를 하였다.

그들이 한창 싸움놀이를 하고있을 때 가까운 강기슭에서는 어부들이 그물을 건지고있었다.

어부들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건져 배우에 던졌다.

그러다 한 어부가 그물에 걸린 어린 자라를 떼내여 배에 던졌다.

그것을 보고있던 사명당은 자라를 구경하려고 배우에 뛰여올랐다.

배밑창에 떨어진 자라는 연방 떨어지는 물고기속에 묻히지 않으려고 헤집고나오더니 배벽으로 기여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떨어져 뒤집혔다가는 한동안 버둥거리며 바로서더니 다시 기여나오려고 애썼다.

그러나 어린 자라는 아무리 애써도 배바닥이 깊고 배벽이 미끄러워 나올수 없었다.

이것을 보고 불쌍한 생각을 금할수 없었던 사명당은 배우에서 그물을 당기는 어부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 자라를 저에게 줄수 없나요?》

《자라? 허허, 그것도 그물로 잡아낸것인데 거저야 줄수 있나. 값을 치르어야지…》

《저에겐 돈이 없어요.》

《없으면 할수 없지.》

실망하여 입을 다시며 안타까와하던 사명당의 손에는 주머니에 불룩한 밤이 잡히였다.

《아저씨, 밤은 안되나요?》

《밤?》

《예, 여문 밤이예요.》

사명당은 두 주머니의 밤을 꺼내여 어부앞에 내놓았다.

한되가 실히 넘었다.

《허허, 먹음직하구나! 그렇게 자라를 가지고싶어하니 할수 없구나. 그 밤이라도 놓고 가져가거라.》

《고마워요. 아저씨!》

사명당은 어린 자라를 가지고 배에서 내렸다.

그러자 아이들이 부러워하며 저마다 보자고 하였다.

동무들에게 자라를 다 보이고난 사명당은 몇번 쓸어주더니 강가에 다가가 푸른 물우에 놔주었다.

그러는 모습을 내려다보던 어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니, 밤과 바꾼 자라를 왜 놓아주는거냐?》

그러자 사명당은 웃으면서 어부에게 대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착한 마음을 키우자고 그래요.》

《뭐라구? 허허.》

곁에 있던 어부들도 사명당의 말을 듣고 모두 기특하게 여겼다.

《얘야, 그럼 이 밤을 도로 가져가거라.》

《아니예요. 값을 치른것을 도로 받아가지는것은 착한 마음이 아니예요.》

그러면서 사명당은 아이들과 함께 마을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