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해전 어느날 기와성형기를 부푼질석판성형기로 개조하는 작업현장으로 들어서는 안주지구탄광련합기업소 청남건재품생산소 소장 유동철의 마음은 납덩이를 매단듯 무거웠다.

몇명 안되는 종업원들가운데서 그중 손재간이 좋다는 서영철과 함께 오래동안 고심했건만 실패를 거듭하다보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에 대한 의존심이 싹트고있는것이 무엇보다 가슴아팠다.

《아무래도 이 부문의 전문가를 초빙해오는것이 훨씬 더 낫지 않겠습니까.…》

공장대학을 나온 서영철이까지도 신심이 없어하니 다른 사람들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누구나 보석과 같은 애국의 마음을 간직하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유익한 일을 스스로 찾아하여야 합니다.》

개조중에 있는 기계가 별안간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기름《샤와》를 흠뻑 맞아서 그런지 사람들은 별로 더 풀이 죽어보였다.그들곁에 자리를 잡은 유동철의 입에서는 문득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내 어릴적에 벽시계때문에 혼난적이 있는데…》

아직도 덤덤히 앉아있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장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 하루는 벽시계를 내 손으로 분해했다가 조립했는데 도무지 시계가 안돌아가더구만.그런데 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벽시계를 다시 조립하여 걸어놨지.그 다음날에 난 또 뜯어놨다가 아예 망그러뜨렸네.그후부터는 다칠 엄두를 못내겠더군.며칠이 지나 아버지가 날 앉혀놓고서는 이렇게 말하더구만.사내녀석이 한번 뜯어놨다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다시 맞추어서 끝장을 보아야지.앞으로 명심해라.일을 하다가 잘 안된다고 지금처럼 중도반단하면 언제 가도 제구실을 못한다는걸.지금껏 살아오면서도 아버지의 그 말을 잊을수가 없구만.

서영철은 소장의 벽시계이야기를 듣고나서 새삼스러운 눈길로 자체로 개조하던 설비를 바라보았다.망가진 벽시계이야기,

어쩐지 그것이 지나간 옛이야기로만 여겨지지 않았다.부지중 그의 입가에서는 이런 말이 튀여나왔다.

《소장동지,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러자 다른 종업원들도 호응해나섰다.

《다시한번 분발하자구.노력해서 안되는 일은 없다질 않소.》

모두가 합심하여 며칠동안 노력한 결과 유압계통의 불비한 점을 퇴치했지만 부푼질석판성형기는 호락호락 성공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시제품생산에 들어가면 두께가 균일하지 않거나 모서리가 깨지는 불합격품만을 내놓았던것이다.

자체로 마감건재를 만들자고 접어들던 때로부터 ２년 남짓한 시일이 흘렀다.하건만 성공의 그날은 아직 그 누구도 기약할수 없었다.

속이 빠질빠질 타들수록 유동철의 눈앞에는 어릴적에 제손으로 망가뜨린 벽시계와 아버지의 진지한 표정과 눈빛이 자꾸만 얼른거렸다.유동철에게는 그것이 단순한 아버지의 모습으로만이 아니라 이 땅에 있는것을 하나라도 더 나라의 재부로 만들라고 타이르는 조국의 근엄한 시선으로 안겨왔다.

이제부터 또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자.어찌 첫술에 배부르랴.가만, 원료를 넣은 밀차가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오도록 추가적인 장치를 덧붙이면 되지 않을가.바로 이렇게, 이렇게…

유동철은 번개불마냥 언뜻언뜻 떠오르는 착상들을 종이우에 쭉쭉 그려나갔다.다음날 그가 아침일찍 나와 내미는 종이장들을 바라보던 서영철은 무릎을 탁 쳤다.

《형타의 네 모서리에 이렇게 조임기를 설치하고 필요한 곳에 수감부를 설치하자는것입니까.그러면 되겠습니다.》

또다시 성형기개조작업이 활기를 띠고 진행되였다.

드디여 최종시험을 하는 날이 왔다.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는 가운데 성형기에서는 그처럼 바라던 멋진 부푼질석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단열 및 보온성능이 높고 음이온을 발생시켜 방안공기도 정화시킬수 있는 록색건재가 끝끝내 태여났던것이다.어찌 보면 누르끼레한 보석들을 촘촘히 박아넣은것처럼 보이는 이 마감건재의 상표이름을 어떻게 달것인가를 두고 론의가 한동안 분분했다.애타게 바라던 옥동자의 출생을 기뻐하며 뜻있는 이름을 지어주자고 모인 가족들처럼 사색을 합쳐가던무렵 누군가의 입에서 귀가 번쩍 트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고장의 유명한 산이름을 답시다.〈내동산〉이라고.》

사연많은 제품에 고향의 정서가 짙게 풍겨오는 산이름을 달자는 그 제의에 모두가 전적으로 찬성했다.

＊ ＊

안주지구탄광련합기업소의 여러 탄광 영양제식당들의 내부를 이 마감건재로 장식하니 건물이 한결 품위있어보이였다.그 소문이 퍼지자 도안의 각곳에서 저마다 《내동산》상표를 단 건재를 요구해왔다.

계속 쌓여지는 건재품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유동철의 뇌리에는 불쑥 이런 생각이 갈마들었다.

우리 건재, 단순히 이 땅의것을 우리 힘, 우리 지혜로 만들었다는 의미만 깃들어있는것이 아니다.인민이 선호하고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게 끝없이 발전시켜야 우리의 재부로 더욱 빛나는것이 아니겠는가.이제부터는 문양도 더 다양하게, 색갈도 더 아름답게 만들리라.

우리가 이번 새 제품개발과정에 얻은 가장 소중한 재부, 그것은 우리 땅에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나 다 만들어낼수 있다는 확고한 신심이다.날이 갈수록 더욱 백배해지는 이런 신심과 용기가 있는데야 당결정관철을 위한 오늘의 총진군길에서 못해낼것이 무엇이랴.

본사기자 백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