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6, 2024
KCNA Uriminzokkiri (Kr)

재부

Date: 10/12/2019 | Source: Uriminzokkiri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실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누구나 보석과 같은 애국의 마음을 간직하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유익한 일을 스스로 찾아하여야 합니다.》

동녘하늘이 희붐히 밝아지더니 불덩이같은 태양이 산등성이우로 빠금히 얼굴을 내밀었다. 온통 흰 이불을 들쓴듯 눈속에 묻혀있던 후치령의 산발들로 눈부신 해빛이 발볌발볌 기여갔다.

해빛이 반사되는 눈판으로 눈살을 쪼프리고 걸어가던 량강도산림관리국 아래단위의 초소장 신홍철은 걸음을 멈추고 청신한 아침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앉아 손으로 두텁게 쌓인 눈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눈밑에 수북이 쌓인 가랑잎들이 나타났다. 가랑잎들을 조심히 헤치니 뾰족한 잣나무잎새들이 나타났다.

《이 눈천지에서 어떻게 잣나무가 있는 곳들을 정확히 찾아냅니까?》

뒤따르던 초소원이 잣나무를 들여다보며 신기한듯 물었다.

《초소장동지야 매일과 같이 산을 돌아보지 않나. 이젠 눈을 감고서도 척척 찾아낼거야.》

다른 초소원이 단김을 내뿜으며 퉁을 주었다.

헤쳐놓았던 가랑잎들을 다시 잣나무에 씌워주는 신홍철의 얼굴에 느슨한 미소가 피여올랐다.

《가랑잎들을 덮어주었더니 잣나무들이 아무 탈없이 지내고있구만. 정말 기특하단 말이야…》

이렇게 혼자소리로 뇌이며 신홍철은 자기들의 땀이 스며있는 산발을 감회깊이 바라보았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초소장으로 임명되여온 신홍철의 눈앞에 처음으로 비껴든것은 후치령으로 뻗은 길옆에 볼품없이 자리잡고있는 자그마한 초소건물이였다. 게다가 초소주변의 산들에는 이깔나무들이 듬성듬성 서있어 허전하기 그지없었다.

초소건물을 일신시켜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즉시에 일판을 벌리였다. 낡은 건물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새 건물이 하루가 다르게 자태를 드러냈다. 제대군인출신에 청년영웅도로건설자인 초소장이 처음부터 잡도리가 다르다고 초소원들은 물론 주변마을사람들도 혀를 내둘렀다. 짧은 기간에 초소건물을 손색없이 일떠세웠지만 그의 마음은 왜서인지 가볍지 않았다.

무엇때문인가. 생각을 거듭하던 그의 눈길은 초소주변의 산들에로 쏠리였다. 저 산들도 우리 초소와 함께 이 가슴에 품어안아야 할 소중한 재부가 아닌가.

그가 밤새워 그린 산림조성계획도를 펼쳐놓았을 때 초소원들은 물론 주변마을사람들도 도리머리를 저었다. 그 많은 면적에 그것도 몇명의 인원으로 초소근무를 수행하면서 게다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 지대에서 잣나무가 자라는것을 보지 못했는데 100여정보의 면적에 전부 잣나무를 심겠다니 과연 타당한 일인가. …

그때 신홍철은 절절히 말하였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산림복구를 자연과의 전쟁으로 선포하시였는데 조건과 환경을 생각하면서 주춤거린다면 그게 무슨 전사의 도리이겠습니까. 나무를 심어도 우리 후대들이 덕을 볼수 있는 황금산, 보물산이 될수 있게 잣나무를 심읍시다.》

이렇게 자기 심정을 토로하였지만 실천하는 길에는 애로와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잣나무모를 구하기 위해 걸은 길이 그 얼마였던가. 온 한해 후치령을 넘나들며 힘들게 구해온 잣나무모들을 산에 심었지만 겨우 10정보밖에 자리를 내지 못하였다. 신홍철은 생각이 많았다.

(이런 식으로 나무를 심다가는 10년이 걸려도 목표를 실현할수 없다.)

마침내 그는 힘에 부쳐도 자체로 양묘장과 나무모온실을 꾸리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우려를 앞세우던 초소원들과 가족들이 그와 마음을 합치였다.

신홍철에게 제일 요구되는것은 시간이였다. 낮에는 손바닥에 장알이 배기고 피가 터지도록 돌과 나무뿌리를 들어내며 양묘장을 꾸리였고 밤이면 산림학과 관련한 도서들을 열심히 탐독했다. 질좋은 거름을 마련하여 양묘장의 지력을 높이였고 나무모온실을 꾸릴 자재를 확보하느라 가정에 저축하였던 자금까지 전부 들고나왔다. 이렇게 아글타글 노력한 끝에 드디여 한정보의 양묘장과 100여㎡의 나무모온실이 꾸려졌다.

나무모온실과 양묘장에 씨붙임을 하고 나무모들이 뾰족뾰족 잎새를 내미는것을 보는 때의 환희를 어디에 비길것인가.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여서 기쁨보다 안타까움과 괴로움을 더 많이 맛보아야 했다. 산에 심은 어린 잣나무들이 영문모르게 죽어갈 때면 그의 가슴은 송곳으로 헤집어놓는것처럼 쓰리고 아팠다.

어느날 죽은 잣나무들을 뽑아들고 눈물을 흘리며 허청허청 산길을 내리는 그의 앞을 낯모를 사람이 막아섰다.

《여기에 잣나무를 심겠다고 나선 배짱가가 있다기에 기대를 안고 찾아왔더니 내가 걸음을 잘못 했는가.…》

그제서야 동이 닿지 않는 말을 내뱉는 사람의 뿌연 형체를 인식한 신홍철은 팔소매로 눈굽을 훔치였다. 일순 약이 올랐다. 속에 재가 앉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든장질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

자세히 보니 벌씬벌씬 웃음을 짓는 그 사람의 몸가짐이 어딘가 다르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그는 찾아온 사람이 김형권군당위원회 책임일군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당에서 왜 동무들에게 푸른 제복을 입혀주었겠소. 나라의 재부인 산림을 지키는 초병이 되라는 믿음일거요. 우리 조국의 재부를 지키는 초병이 되여 이 땅에 기어이 푸른 숲을 펼쳐놓읍시다.》

군당책임일군의 말이 신홍철의 가슴속에 바위처럼 들어앉았다.

당의 믿음을 새겨안은 조국의 초병이 어찌 돌격로를 모르랴.

토양분석을 구체적으로 진행한 신홍철은 꾸준한 노력끝에 잣나무모들을 그 지대의 기후풍토에 적응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냈고 해마다 수만그루의 잣나무모를 생산하여 산에 심었다.

100여정보의 면적에 잣나무를 심고 가꾸던 나날에 그는 어버이수령님의 탄생 105돐을 경축하는 행사에 참가하였다. 순간이라도 나약해질세라 주저앉을세라 힘과 용기를 안겨주며 애국의 한길을 억척같이 가도록 떠밀어준 어머니당의 다심한 손길이 없었다면 내 어찌 이런 영광과 행복의 자리에 설수 있었으랴.

경애하는 원수님을 백옥같이 깨끗한 량심과 순결한 도덕의리로 받들어갈 불같은 맹세를 안고 평양을 떠나온 신홍철은 도착하는 길로 산으로 올랐다.

봄물이 오른 잣나무아지들과 푸른 잎새를 정답게 쓸어보는 그의 귀전에 아름드리거목들이 솨-솨- 설레이는 소리가 들려오는듯싶었다.

푸른 숲의 메아리가 울려퍼질 그날을 그리며 신홍철은 잣나무들을 피더운 가슴에 품어안고 열과 정을 다해 정성껏 가꾸었다.

*         *

신홍철의 가정에는 《충성의 기록장》이라는 글이 씌여있는 애국의 일지가 있다.

그 첫장에 《나는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무엇을 바쳤는가?》라는 글을 새겨넣은 때로부터 오늘까지 신홍철은 애국의 한길로 쉬임없이 달려왔다.

그가 받은 수많은 지원증서들에 그의 고결한 인생관, 행복관이 아름답게 비껴있다.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해 자기의 모든것을 아낌없이 바쳐오는 길에서 신홍철은 여러차례 경애하는 원수님의 은정어린 감사를 받아안았으며 사회주의애국공로자의 값높은 영예도 지니였다.

초소주변의 산들에는 잣나무면적이 해마다 늘어나고있다. 《충성의 기록장》의 부피도 계속 두터워지고있다.

오늘을 위한 오늘이 아니라 래일을 위한 오늘에 살며 자신만을 위한 생이 아니라 당과 조국, 사회와 집단을 위해 바치는 생을 가장 보람있는것으로 간주하는 바로 이런 참된 애국자들이 우리 조국의 제일 큰 재부가 아니랴.

본사기자 조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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