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4월 20일 《우리 민족끼리》

대지우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온갖 꽃 다투어 피여나 그윽한 향기 풍기고 청고운 새들의 지저귐소리가 유정하게 들려오는 아름다운 수도의 거리를 걷느라면 마음은 절로 흥그러워진다.

봄의 정취를 한껏 느끼며 일터로 향한 나의 귀전에 처녀들의 웃음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마치도 온 거리가 꽃바다속에 묻힌것 같애.》

《그래. 저기 모란봉기슭에 피여난 진달래를 좀 봐. 정말 곱지? 역시 진달래는 내 마음을 사로잡거든.》

《진달래도 곱지만 그래도 난 살구꽃이 더 곱더라.》…

바람결에 가랑잎구는 모양을 보아도 웃음을 참지 못한다는 꽃시절의 처녀들이 황홀한 꽃세계에 심취되여 걸음을 옮기는것마저 잊은듯 했다.

곁을 지나는 나이찬 총각이 엿듣는줄 아는지 모르는지 저마끔 자기가 좋아하는 꽃이 으뜸이라며 들까불면서.

(그래. 진달래도 살구꽃도 아름답지. )

마치도 내자신이 이름난 원예사나 되는듯 싶어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어여쁜 처녀들의 즐거운 《다툼》을 웃음속에 그려보며 걸음을 옮기느라니 얼마전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건설장을 찾았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기자동지. 난 지금처럼 용접불꽃이 아름다워보이기는 처음입니다. 그래서인지 막 힘이 용솟음치고 성수가 납니다.》

야간작업의 휴식참에 우리와 만난 수도건설위원회려단의 혁신자이며 랑만가인 위훈동무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서툰 솜씨로 즉흥시를 냅다 읊었었다.

세상에 아름다운 꽃들 많아도

내가 피우는 꽃이 제일 곱더라

어둠속에서 더욱 빛나는 불꽃이

눈부시게 피여나는 그 용접불꽃속에

이밤도 살림집은 키를 솟구고

이 땅우엔 행복의 웃음꽃 더욱 만발하려니

꽃의 아름다움 향기에 있다 하거늘

인민의 마음속에 생활의 향기 더해주는

너보다 고운 꽃 나는 몰라라

이 세상 천만꽃의 아름다움에도 비길데 없는

기적과 위훈의 불보라

내가 피우는 용접불꽃 제일로 사랑하네

이름그대로 위훈속에 사는 제대군인총각, 엉뚱한 생각으로 종종 주변사람들을 놀래운다는 이 《신입생》은 즉흥시를 읊고나서 멋적은듯 뒤머리를 슬슬 긁어댔다.

얼마간 떨어져 휴식하고있던 소대원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며 로동자시인이 태여났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무들, 우리가 날리는 용접불꽃 한점한점이 그대로 실적이고 량심의 결과물이 아니겠소. 그것이 당에 드리는 혁신의 불꽃, 충성의 불꽃이기에 제일 아름답다고 보오.》

혁신의 불꽃, 충성의 불꽃이기에 제일 아름답다!

웃음속에 울린 소대장의 목소리는 나의 귀전에 이윽토록 공명되여 울리였다.

세상에는 독특하고 우아한 모양과 색갈, 그윽하고 청신한 향기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더해주고 활력을 부어주는 꽃들이 적지 않다.

겨울을 이겨내고 산과 들에 피여나는 연분홍진달래, 춘삼월 꽃샘을 이기고 서둘러 피여나 희망을 안겨주는 개나리, 백날동안이나 아름답게 피는 백일홍, 사랑과 열정, 아름다움과 고상함을 상징하는 꽃으로, 《꽃중의 황후》로 불리우는 장미…

자연계의 그 모든 꽃들은 빛과 계절을 따른다.

하지만 우리 건설자들이 피우는 꽃은 어둠을 가셔내고 계절도 머리숙이게 한다. 오직 인민들에게 안겨줄 행복의 보금자리를 하루빨리 일떠세워 당에 기쁨드릴 그들의 마음을 다 안고있는듯.

하거늘 대지우에 피여난 꽃은 많아도 어머니당에 대한 충성으로 불타는 심장들이 피우는 혁신의 《꽃》, 애국의 《꽃》처럼 황홀하고 눈부신 꽃이 어디에 있으며 그 《향기》의 그윽함을 어찌 자연계의 꽃에 비기랴.

건설장에 피는 《꽃》!

나에게는 그것이 이 세상 가장 아름답고 진귀한 꽃처럼 안겨왔다.

이 땅우에 새겨지는 충성과 위훈이 어찌 살림집건설장의 용접불꽃에만 어려있겠는가.

생산정상화의 동음높은 공장들과 만풍년을 그리며 들끓는 협동전야들, 탐구의 열정으로 뜨거운 과학연구기지들, 새로운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내달리는 이 땅 그 어디서나 기적과 혁신이 끝없이 창조되고있거니.

그것으로 하여 이 강산의 봄계절, 꽃계절은 더더욱 아름답고 날에 날마다 이 땅우엔 환희가 물결친다.

머리우에서 아침해살이 눈부시게 쏟아져내렸다. 약동하는 조국의 모습을 안고 아름다운 강산을 더 밝게 비치며.

김 지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