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5, 2024
KCNA Tongil Voice

숲은 설레인다(2)

Date: 10/06/2023 | Source: Tongil Voice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학성 작 《숲은 설레인다》, 오늘은 두번째시간입니다.

><

그제야 인숙은 머리를 끄덕거렸다.

《오, 그 개인영웅주의자… 아니, 그 애야 군대에 나가지 않았나?》

은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휴가를 받고 왔다면서 교재림에 갔다오는걸 만났댔는데… 그럼, 선생님을 찾아뵙지 않았단 말입니까?》

희슥한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인숙은 나직이 말했다.

《아니, 이제 오겠지뭐.》

《인차 배낭을 메고 떠났다고 하던데…》

《어디로?》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

왜 그런지 얼굴이 뜨거워난 인숙은 길가에 낮추 떠도는 고추잠자리를 덤덤히 바라보았다.

그와 헤여져 혼자 남은 인숙은 깊은 숨을 내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자기들의 말을 엿듣지 않았나 하는 위구심에서였다. 다행히도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다 밭에 나가있었고 산기슭에 줄지어 들어앉은 새살림집마당에서는 어린애들이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제기차기를 하고있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인숙의 마음은 개운치 못했다. 길가에 피여있는 코스모스며 날아도는 잠자리, 강냉이밭에 가득 달린 이삭들마저 자기를 비웃는것만 같았다. 어쩐지 마음이 허전해진다.

시내에서 나서자라 사범대학을 졸업한 인숙은 이곳 산골중학교 교원으로 자원진출했었다.

배낭을 메고 단발머리를 달싹거리며 찾아왔던 처녀시절부터 귀밑머리가 희슥해진 수십년세월 산골아이들을 위해 한생을 고스란히 바쳐온 인숙이였다.

60을 넘긴 그는 얼마전 년로보장을 받고 집으로 들어왔으나 마음은 늘 학생들에게 가있었다. 자주 학교에 나가 그들의 수업후 활동이며 교원들의 자질을 높여주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군대에 나간 제자가 고향에 왔다가 담임이였던 자기도 만나지 않고 그저 훌쩍 가버렸다니… 수십년 교단에 서있었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였다.

시간이 없어서 그랬을가? 아니, 제가 심은 나무는 찾아가보면서도… 금성이네 집에서 우리 집은 작은 고개 하나 너머인데… 생각은 등나무줄기처럼 엉켜돌았으나 마음을 안정시킬만한 정당한 리유와 근거를 찾을수가 없었다.

우수수- 나무잎 설레는 소리에 인숙은 언듯 수그렸던 얼굴을 들었다.

저도모르는사이에 학교뒤등성이로 펼쳐간 교재림앞에 와있었다. 수십년간 학생들이 나무를 심다보니 이제는 원래의 교재림범위를 훨씬 벗어났다.

푸르고 울긋불긋한 형형색색의 모양을 자랑하며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발랄한 숲이 설레이고있다. 나무들사이로 눈부신 해빛이 금소나기처럼 쏟아져내린다.

인숙은 숨을 죽이며 숲으로 들어섰다. 한걸음 두걸음… 크고작은 나무들이 경쟁이나 하는듯 키돋움을 하며 다가온다.

솨-솨- 나무들이 가지와 잎을 흔들며 인숙을 반겨주었다.

사랑하는 제자들의 체취와 같은 신선한 숲의 향취가 온몸을 휩싸며 페부로 흘러든다.

홀연 언짢은 일로 답답하던 숨결이 확 열리고 심신이 맑아진다.

><

지금까지 단편소설 《숲은 설레인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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