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01, 2024
KCNA DPRK Media

상봉

Date: 25/11/2023 | Source: DPRK Media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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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안되겠소. 그렇게 헤덤비지들 말고… 자, 우리 함께 힘을 합치기요. 하나, 둘, 셋!…》

우렁우렁한 음성이 새벽대기를 쩌렁 흔든다. 삼태성도 잠들어버린 하늘아래 고요히 누워있던 골안이 와뜰 놀라며 힘찬 메아리로 되받는다.

《어영―차!》

새들이 깃을 치며 희붐해지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때마침 불어온 서풍에 나무잎들이 술렁이며 밤새 품었던 이슬을 후두둑 쏟았다.

이슬방울 하나가 차체에 한쪽어깨를 대이고 힘을 합치시는 김정은동지의 손등우에 떨어졌다.

남먼저 맞는 새날의 환희로 마음이 뿌듯해지셨으나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없지 않으셨다. 지난밤에 내린 폭우로 길이 엉망이 되지 않았던들 승용차가 깊은 홈채기로 빠져들지 않았을것이고 지금쯤은 온천군지경을 지나게 되였을것이며 그러면 림혁부부장과 그의 동생인 박성진지배인과의 상봉이 빨리 이루어졌을것이 아닌가.

며칠전 어느한 군부대에 대한 시찰을 결심하실 때부터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상봉을 마련해주려고 왼심을 써오신 그이이시였다. 그런데 예상외로 시간이 지체되니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들을 만나게 하시려던 일이 틀어질가보아 저으기 마음이 씌워지신것이다. 더구나 이번 기회에 박성진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시면서 자신께서도 그를 만나볼 생각을 품으시였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이번에 서해안방어를 맡고있는 그곳 구분대를 시찰하시던 과정에 부대의 부업선으로 리용하고있는 자그마한 고기배를 보시고 병사들을 위하는 지휘관들의 일본새를 크게 치하하시였었다. 그때 구분대지휘관은 그이께 병사들의 식생활에 큰 보탬을 주고있는 부업선이 박성진이 지배인으로 일하고있는 온천바다가양식사업소에서 만들어 보내준것임을 보고드렸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대단히 만족해하시였다.

아직은 어려운 경제형편으로 일부 공장, 기업소들이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있을 때 그의 사업소에서 기본생산과제도 아닌 고기배를 자체의 힘으로 무어냈다는것은 전국에 소리쳐 자랑할만한 일이였다. …

차체가 움씰하는 바람에 생각에서 깨여나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앞쪽에서 승용차를 밀고있는 림혁부부장을 바라보시였다.

사실 그와 박성진지배인은 친형제가 아니였다. 그이께서 림혁부부장이 전쟁로병이였던 박성진의 아버지가 초등학원에서 데려다키운 전우의 자식이였다는것을 아시게 된것은 몇해전 평안북도의 어느한 벌방군을 현지지도하고계실 때였다. 그날 그이께서는 그곳 지경에 들어서자부터 별스럽게 흥분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에게 사연을 물으시였다.

그러자 그는 차창가로 흐르는 전야에서 시선을 떼며 이렇게 말씀올렸다.

《여기는 저의 아버지가 생을 마친 곳입니다.》

그러면서 그가 자기의 가정래력을 이야기하던 때가 어제일처럼 잊혀지지 않으셨다.

…평양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나간 그가 아버지에게서 편지를 받게 된것은 몇해후 어느날이였다. 그때 그는 몹시 놀랐다고 한다. 웬간해서는 편지를 하지 않던 아버지였고 더우기 발신인의 주소가 평양이 아닌 평안북도의 어느한 군이였던것이다.

편지에는 평양에서 체송원을 하던 아버지가 농촌진지를 강화할데 대한 당의 뜻을 받들어 평양을 떠나 평안북도의 어느한 군으로 자원진출하여 농사를 짓고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편지에는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늘 자랑이던 그의 친아들인 성진이에 대한 소식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림혁은 뭔가 일이 생겼다는것을 륙감으로 느꼈다.

그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것은 제대되여 아버지가 있는 농장으로 귀가했을 때였다.

《네 동생이 이 아버지의 뜻을 거역할줄은… 다 내 잘못이다.》

아버지는 지방으로 자원진출할것을 결심하였을 때 자기의 뜻을 따르지 않은 성진이를 원망하고있었다.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운전기술을 배우고있던 성진은 부디 평양을 떠나려는 아버지의 처사를 불만스러워하며 며칠동안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설복도 꾸중도 그의 마음을 돌려세울수가 없었다.

이사를 떠나기 전날 저녁 아버지는 아들을 마당으로 불러냈다.

그는 한창 꽃을 피우고있는 대추나무곁에 그를 세웠다.

림혁이가 군대로 나가는것을 기념하여 아버지랑 셋이서 함께 심었던 나무, 거기에는 아버지와 림혁, 성진의 이름이 적힌 나무패쪽이 걸려있었다.

《너도 형이랑 함께 이 대추나무를 심던 일을 기억하겠지? 넌 이 나무를 심으면서 어떤 열매를 바랬더냐. 하긴 물을 필요도 없지, 너의 처사가 그걸 말해주니 말이다.》

아버지는 방문턱을 나설 때부터 손에 들고있던것을 그앞에 내밀었다. 도장즙이였다. 나라의 방방곡곡에 기적과 혁신의 소식들을 전하는 편지들에 날자도장을 찍을 때 리용되던것이여서 손에 조금만 묻어도 우야 집에 와서 씻어내군 하던 아버지였다.

《네 손으로 저 패쪽에서 네 이름을 지워버려라.》

《아버지!…》

아버지는 아들 성진이가 뒤늦게라도 평양을 떠나 자기에게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러나 한해가 가고 두해가 지나도록 성진은 아버지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에게 뜻밖의 일이 생겼다. 아버지가 갑자기 내린 폭우로 떠내려가던 부림소를 구원하고 그만 세상을 떠났던것이다. 림종의 시각 가까스로 눈을 뜬 아버지는 눈물이 그렁해서 내려다보는 림혁을 알아보더니 품속에서 자그마한 곽을 꺼냈다. 그안에는 조국해방전쟁시기 어느한 지역을 해방할 때 불타는 건물안에서 수십명의 어린 생명들을 구원한 공로로 받은 군공메달이 들어있었다.

《림혁아, 이걸 나라에 도루 갖다바쳐라.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대며 싸운 내다. 그런데 피를 준 자식만은 그렇게 키우질 못했으니 내가 무슨 공로자란 말이냐.》

그토록 속태우며 기다려온 성진은 아버지와 영결하던 그날에야 나타났다.

림혁은 눈물을 뿌리며 그의 앞을 막아나섰다.

《아버지의 령전을 어지럽히지 말아!》

기신없이 아버지앞으로 주춤 다가서던 성진은 와뜰 놀라며 간청하듯 입속으로 부르짖었다.

《형!…》

성진은 담벽처럼 막아선 림혁앞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뚤렁! 노란 장판바닥에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날 림혁부부장의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어느 기회에 한 농민의 애국적인 삶에 대해 소개한 기사를 《로동신문》에서 보셨던 일을 기억하시였다. 그 농민이 박성진의 아버지가 아니였는지. … 그후에도 그 농민의 영웅적삶에 대해 수록한 편집물까지 나왔던것같은데…

마침내 승용차는 깊은 홈채기에서 빠져나왔다.

승용차는 다시 령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박성진동무네가 만든 배를 보니 참 생각이 많아집니다. 물고기를 많이 잡자면 뭐니뭐니해도 고기배가 많아야 하는데 그 동무가 당에서 관심하고있는 문제를 풀고있단 말입니다. 한마디로 그 동무가 고맙고 다른 일은 다 제쳐놓고라도 한시바삐 만나고싶습니다.》

폭우내린 험한 새벽길에 그이를 모신 죄스러움을 안고 앞쪽을 주의깊게 살피던 림혁부부장의 얼굴에 기쁨의 빛이 벙긋했다.

《이번 기회에 그를 만나봐야지요?》

《?!…》

그를 일별하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일순 의문을 품으시였다. 굳어지는 그의 표정에서 형제간의 사이가 여직 석연치 않음을 알아차리신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림혁부부장이 그이께 말씀올렸다.

《아버지가 희생된 후 그는 바다로 적극 진출할데 대한 당의 부름을 받들고 여기 서해로 달려나왔습니다. 그때 저는 몰라보게 달라진 그의 성장에 몹시 감동됐고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를 용서해주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얼마전에 수산성에서 올려온 그의 사업에서 제기된 자료를 보고는… 그런데다 며칠전에는 또 제수한테서 이런 편지가 오지 않았겠습니까.》

편지를 받아드신 김정은동지께서는 개봉된 봉투안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드시였다.

《저에게서 삶의 보람은 당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남편의 사업성과였고 그 희열넘친 얼굴에 비끼는 만족한 웃음이였습니다. 하지만 한개 사업소를 책임진 지배인이 되여 10여년세월 지금까지 국가계획을 해마다 넘쳐수행하여 수산성적으로도 손꼽히는 기업소로 소문이 자자할 때조차 그 웃음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평양에 회의로 올라가셨을 때 제가 그만큼 당부했음에도 아주버니를 찾아뵙기를 그만두고 그냥 집으로 돌아선 그였습니다. 그이가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제가 어찌 모르랴만 과연 그날이 언제일는지. … 더구나 제 몸마저 변변치 않아 남편의 짐으로밖에는 될수 없으니 앞날이 걱정스럽습니다. …》

김정은동지께서는 안색을 흐리시였다. 그러니 박성진지배인의 안해가 병을 앓고있다는 소리인데…

박성진지배인의 마음이 대뜸 헤아려지시였다. 아버지의 령전에서 눈물을 흘릴 자격조차 잃었던 그였다. 아버지가 자신에게서 바랐던것이 무엇이였는지, 아버지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도리만이 아닌 혁명선배들에 대한 의무가 어떤것인가를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깨달은 그가 아닌가.

아마도 박성진은 목숨을 내대며 조국을 지켜낸 아버지앞에 떳떳하고싶었을것이다. 애국의 삶으로 빛나는 생을 살았다 자부할수 있을 때 아버지앞에 그리고 림혁이앞에 보란듯이 나서고싶었을것이다.

《그런데 박성진동무에 대해 제기된 자료란 어떤것입니까?》

김정은동지께서 물으시자 림혁은 마치 자신이 범한 과오인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의 과오는 정말 엄중합니다. 우리와 정상적인 무역교류를 맺고있는 어느한 나라와의 조개수출계약날자를 고의적으로 지키지 않아 나라의 대외적권위를 심히 훼손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본생산과제가 아닌 다른 일들에 종업원들을 자주 동원시킴으로써 자연증식장의 조개들을 적지 않게 썩여 국가에 큰 손실을 주었다고 합니다. 성에서는 그가 범한 과오를 엄중시하면서 해임안까지 제기하고있습니다.》

수산부문을 직접 담당하고있는 림혁인지라 몹시도 괴로운 표정이였다.

《?!…》

너무나 뜻밖이시였다. 문건에 반영된 자료가 사실이라면 그의 과오는 그야말로 엄중하다. 나라의 권위를 훼손시키고 인민들의 물질생활에 손해를 주었다면 책임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어제 보셨던, 갑판아래 어창안에서 물씬 물고기비린내를 풍기던 그리 크지 않은 고기배가 시야에 비껴드시였다. 철판 한장, 용접봉 한대 구하기가 어려운 때에 계획에도 없는 고기배를 무어낸다는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애국으로 뜨거운 심장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이런 큰일을 해내지 못한다.

그렇다, 그는 정말 큰일을 해냈고 앞으로 더 큰일도 해낼수 있는 쉽지 않은 일군이다. 그 고기배는 당의 뜻을 받드는 길에 한생을 바친 아버지의 넋에 숨결을 잇고사는 박성진의 모습이다. 삶의 흔적이다.

순간 전혀 만나보신적이 없는 박성진지배인이건만 여러번 만나주신 낯익은 모습으로 시야에 비껴드시였다. 보통보다는 조금 큰 키에 호인스러운 얼굴, 부해보이는 체구…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그의 낯빛은 주눅든 사람처럼 어둡게만 보이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문득 차를 멈춰세우도록 하시였다. 앞쪽 산비탈에서 전조등빛에 확연히 드러났다가 사라져버리는, 뿌리가 반쯤 드러난 작은 소나무를 띄여보신것이다.

차에서 내리신 그이께서는 전지불을 비쳐가시며 그곳으로 되돌아가시였다.

주변에 아름드리나무그루터기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허리에도 못미치는 애솔들이 일정한 간격을 맞춰 서있는것을 보면 채벌구역의 나무들을 베여내고 얼마전에 어린 나무모들을 옮겨심은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골짜기의 물곬을 타산하지 못하고 심다보니 어제밤 내린 폭우로 애솔나무가 뿌리채 드러난것이다. 나라살림에 요긴하게 쓰이였을 저 아름드리나무들처럼 이 애솔이 거목으로 자라자면 알맞춤한 곳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 심어주어야 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전지불로 여기저기를 비쳐가며 살펴보시였으나 마음에 드는 적당한 곳을 찾아내지 못하시였다.

잠시 한자리에서 망설이시던 그이께서는 뒤에 선 림혁부부장에게 이르시였다.

《차에 가서 삽을 가져다줄수 없겠소?》

김정은동지께서는 애솔나무를 마주하고 앉으시였다. 잔뿌리 하나 상할세라 조심하시며 손수 나무주변의 흙을 한줌한줌 파헤치시였다. 바늘잎들에 맺혀있던 이슬방울들이 소매자락을 적시건만 그이께서는 전혀 느끼지 못하시고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돌이켜보면 우리 혁명의 력사는 전통과 계승의 력사라고 말할수 있다.

력사에는 단순히 흘러간 시대의 흔적이나 사실, 사건의 기록만 있는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가며 전해지는 전통이 있고 그 계승속에 민족의 넋과 숨결이 슴배여있다.

어제가 없는 오늘과 래일을 생각할수 없듯이 력사적전통과 계승을 떠난 혁명의 전진이란 있을수 없다. 위대한 전통과 계승이 있어야 력사가 빛나게 되고 우리 혁명이 위대한 년대와 년대를 이어 승승장구할수 있는것이다.

어쩐지 자연의 광란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은 이 애솔이 장하게 여겨지시였다.

림혁부부장과 함께 조심스레 나무를 떠내시고 뿌리를 감싼 흙이 부실부실 떨어져나오지 않게 칡넝쿨로 든든히 감아주신 그이께서는 림혁부부장에게 이르시였다.

《아무래도 부부장동무가 박성진동무의 사업소에 내려가봐야겠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나무를 품안으시고 차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2

깊은 밤 중요회의보고문을 집필하고계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만에야 종이우에 달리시던 펜을 멈추시고 출입문쪽을 바라보시였다. 누구인가 방안으로 들어서는듯한 느낌이 드셨던것이다. 하지만 출입문은 여전히 닫겨진채로다.

고요속에 묻힌 방안을 둘러보신 그이께서는 크게 심호흡을 하시고나서 방금 써내려가시던 문구의 내용을 다시 음미해보시였다.

인민대중의 혁명위업, 사회주의위업은 수령의 령도밑에 개척되고 전진해나가는 성스러운 위업이며 세대와 세대를 이어 계속되는 장기적인 위업이다.

지난 세월을 거슬러보면 《ㅌ. ㄷ》의 기치아래 시작된 조선혁명은 전인미답의 길을 헤치며 승리만을 떨쳐왔다. 영광의 년대기마다 뚜렷한 자욱을 남긴 열혈투사들의 이름은 세운 공적과 더불어 력사의 페지우에 금문자로 아로새겨졌다.

《김혁, 차광수, 최창걸…》

그들의 이름을 외우시느라니 《반일전가》의 노래소리와 함께 백두의 설한풍속에 날리던 붉은기가 눈앞에 어려오신다. 그 붉은기아래 반일성전의 의지를 품은 각계층 근로대중이 한마음한뜻으로 뭉쳐 조국해방의 서광을 안아왔고 새 조국건설의 힘찬 노래와 함께 푸른 꿈 펼쳐진 민주의 터전에 람홍색공화국기를 휘날리지 않았던가.

《리수복, 강호영, 조군실…》

조국의 촌토를 목숨으로 지켜낸 영웅전사들의 이름과 함께 그들이 세운 위훈을 기억속에 떠올리시니 며칠을 두고 품들여 찾아내신 수십년전의 편집물의 화면자료가 떠오르시였다.

박성진지배인의 아버지의 모습이였다. 조국의 운명이 판가름되는 결전의 시각 한몸을 서슴없이 내댔고 당의 부름에 용약 화답하여 변함없는 생의 걸음새를 새길줄 안 그를 력사는 기억해주고 시대의 전렬에 당당히 내세운것이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집무실안이 별스레 훤해진듯한 느낌에 창문쪽을 돌아보시였다. 날이 밝아오고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집무탁우에 놓인 탁상시계를 들여다보시고나서 조용히 문밖을 나서시였다.

신선한 가을날의 아침대기가 밤새 쌓인 피로를 순간에 가셔내는듯싶으시였다. 한결 거뜬해지신 기분으로 정원을 돌아보시던 그이께서는 한곳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시였다. 단풍나무며 은행나무들이 붉고 연노란 잎들을 떨구고선 곳에 갓 심은 작은 소나무를 알아보신것이다. 며칠전 자신께서 군부대시찰의 길에서 떠다가 여기 정원에 옮겨심으신 그 나무였다. 비바람에 휘여들지 않게 든든히 버팀목까지 세워준 소나무를 띄여보시는 순간 그이께서는 지금껏 조선적십자종합병원으로 보내신 한 일군을 기다리고있음을 깨달으시였다.

림혁에게서 녀인의 편지를 읽어보신 그날 그의 몸상태를 가늠해보시고 평양에 데려다 입원시키도록 조치를 취해주시였던것이다. 그가 어인 일로 늦어지는것인지 몹시 근심스러우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나무를 마주하고 앉으시였다. 나무를 중심에 세워두고 삼각으로 고정시켰던 버팀목이 바람탓인지 서로 맞물려있지 못하고 제가끔 어기여진것을 알아보신것이다.

그이께서는 버팀목을 고정시켰던 바오래기를 풀기 시작하시였다.

이 작은 소나무가 거목으로 자라자면 지심깊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버팀목이 필요하다. 박성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한개 사업소를 책임진 일군으로 성장하고 수산성적으로 제일 높은 사업실적을 올리기까지에는 안해의 도움이 얼마나 컸으랴.

림혁부부장이 들려주던 이야기가 떠오르시였다.

…박성진지배인이 일하는 바다가양식사업소는 그의 집이 있는 읍에서부터 30리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있었다. 그런 까닭에 박성진은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빈번하였다. 그러다나니 종업원들도 자연 바다근무를 마치고 집에 가서 휴식하는것이 미안하여 합숙에서 쉬군 했다.

이제는 서로 이웃한 다른 기업소의 일군들까지도 따라하는것이 하나의 생활풍조로 되여버렸지만 한가지 걸리는것이 있었다. 리발재간을 가진 사람이 없는탓에 밤송이처럼 더부룩해진 머리모양을 하고다니는 사람들이 태반이였던것이다.

생산경쟁에서는 물론이고 외모를 단정히 하고 다니는데서도 남에게 뒤지기를 싫어하는 지배인에게 그것이 눈에 걸리지 않을리 없었다.

어느날 성진은 갈아입을 속옷가지들을 가지고 방에 나타난 안해의 손에 다짜고짜로 리발가위를 쥐여주었다.

《깎소.》

목욕주머니로 리용하던 비닐주머니를 몸에 둘러감고 의자에 곰처럼 웅크리고앉아서는 더부룩한 머리를 내여민 남편을 어이없이 보고만 섰던 안해는 그가 갑자기 억지를 쓰는 까닭을 알고 소리없이 웃었다.

그러나 난생처음 리발가위를 손에 든 녀인이라 남편의 요구에 주춤거리지 않을수 없었다.

그날부터 녀인은 읍거리에 있는 리발관에 출근하다싶이 하며 리발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번은 지배인이 온다간다 소리없이 사업소에서 사라졌다.

여느때같으면 아무리 떠밀어도 발길을 돌리지 않던 집으로 들어간것이다.

그는 집대문을 넘어서자마자 그날도 읍리발관에 나가있는 안해를 불러들였다.

반가움으로 응당 기뻐해야 할 안해였으나 집으로 달려오는 녀인의 마음은 공부를 원만히 하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학생처럼 그냥 불안하기만 했다. 남편이 집에 나타난 리유가 너무도 뻔했던것이다.

아닐세라 그가 집대문안에 들어서니 마당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남편이 하얀 리발보를 몸에 감고앉아 기다리고있었다.

《깎소.》

채깍채깍채깍…

가위질소리가 고르롭지 못했다. 잘리운 머리카락들이 한숨두숨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손에 거울을 들고 달라져가는 머리모양을 들여다보던 성진의 수북한 장미가 꿈틀거리고 가위날 댄 머리가 아니라 금시라도 불만을 터칠듯 퍼래져가는 남편의 낯빛에 더 신경을 쓰는 안해의 두어깨는 점점 졸아들었다.

끝내 노성이 터졌다.

《당신 내 안해가 맞소?》

툴렁! 와뜰 놀란 녀인이 리발가위를 떨구었다. 성진이가 벗어내친 리발보가 그우에 휘익 바람을 일구며 떨어졌다.

그후 성진은 머리카락이 자랄 때쯤이면 어김없이 집에 나타났고 그때마다 안해는 졸경을 치르어야 했다.

마침내 녀인이 남편의 사업소마당에 나타났다. 성진은 사업소구내를 빠짐없이 돌며 종업원들을 모이게 했다.

《일들을 중지하고 모두 마당에 모이시오, 기다리던 리발사가 왔다니까.》

사람들이 우― 환성을 지르며 마당으로 몰켜들었다.

그러나 리발사가 다름아닌 지배인의 안해임을 알고는 제마끔 눈치만 살필뿐 선뜻 머리를 맡기려 하지 않았다. 뭐 지배인의 안해라고 어려워서가 아니였다. 대개가 한껏 멋을 뽐내는 젊은이들인지라 지배인이 한번 집에 들어갔다 올적이면 볼썽없이 벌초되는 그의 머리모양을 두고 수군수군 키득키득하며 갖가지 우스개소리를 지어내군 했던것이다.

《녀석들, 우리 집사람은 처녀적부터 고급리발사란 말이야.》

성진은 코방귀를 헝 날리고는 안해앞에 놓인 의자에 나앉았다. 채깍채깍채깍…

시계초침소리처럼 고르로운 가위질소리가 기분좋게 마당을 울렸다. 얼마동안 시간이 지나 가죽혁띠에 썩썩 문대인 면도칼날에 수북하니 돋았던 수염터가 말끔 벗겨지고 이어 지배인의 얼굴이 신랑처럼 멀쑥해져서 보란듯이 자리에서 몸을 솟구었을 때 사람들은 입을 딱 벌렸다. 너도나도 제 먼저 리발의자에 앉겠노라고 야단했다.

기분이 흠썩해서 그들을 둘러보던 성진은 그 뚝한 성미에 어울리지 않게 안해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내가 안해복은 있거던.》



김정은동지께서는 나무가 흔들리지 않게 땅에 버팀목을 고정시키신 다음 나무를 중심으로 다시 바오래기를 칭칭 감아주시였다. 그러시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순간 온몸을 휩싸도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시였다. 얼굴에 어두운 그늘을 짓고 가까이로 주춤 다가오는 저 일군… 그러니 박성진지배인의 안해의 병상태가?…

그이께서는 마음을 죄이는 초조감으로 하여 그를 마주 바라보기만 하시였다.

《박성진동무의 안해는 종양이라고 합니다. 종합검진을 여러 차례 다시 했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박성진이 한쪽날개를 상했구나!

언제한번 남편의 뜻을 거역해본적이 없는 안해여서 입원생활 얼마쯤이면 깨끗이 병을 털어버리고 웃는 모습으로 돌아와주리라 믿고있을 박성진지배인이였다.

림혁부부장앞에 나 보란듯이 나타나고싶어한 그였고 남편이 바라는 그날이 오기를 소원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안해였다. 소중한 그 마음들이, 아름다운 그 소원이 그냥 꿈으로만 남아서는 안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작은 소나무를 지지해주던 버팀목의 바오래기를 다시 풀기 시작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종래의 버팀목들을 모두 해체하시고나서 일군에게 이르시였다.

《이것보다 더 크고 굵은 버팀목들을 가져오시오!》

믿고싶으시였다.

아버지처럼 참된 삶을 이어가야 할, 그렇게밖에는 살수 없는 박성진의 억센 의지를 믿고싶으시였다.

박성진동무, 견뎌내주오. 동무야 그처럼 어려웠던 시기에도 세상사람들 보란듯이 고기배도 척척 무어낸 배짱군이 아닌가. 동문 주저앉아서는 안돼, 나와 함께 애국애민의 길을 멈춤없이 걸어야 할 동무에겐 그럴 권리가 없단 말이요.

김정은동지께서는 일군이 가져온 새 버팀목들을 손에 받아드시였다. 나무를 중심으로 땅속 깊숙이 버팀목들을 든든히 고정시키시고 바오래기를 감아주기 시작하시였다. 한겹두겹 그이께서 힘주어 바오래기를 감아주실 때마다 키낮은 소나무는 소리없이 가지를 흔들었다.

×

《그러니 그를 만나보지도 않고 그냥 돌아섰단 말입니까?》

김정은동지께서는 너무도 서운하시여 앞에 선 림혁부부장을 되게 나무라시였다.

자신께서 그를 박성진에게로 떠나보내시였던것은 그에게 제기된 자료들에 대한 료해보다도 그들형제간의 상봉을 마련해주시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박성진의 사람됨을 너무도 잘 아시기에 그에 대해 떠도는 이러저러한 소리들은 애초에 믿지조차 않으시였던것이다. 실지로 방금 들으신 림혁의 보고는 어떠했던가.

《박성진동무가 다른 나라와의 조개수출계약을 의도적으로 미룬것은 사실이였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은 무역부문의 사람들이 계약날자가 급하다면서 조개를 마구 잡다보니 거기에 얼마간의 씨조개들이 섞여들어갔다고 합니다. 그걸 안 지배인동무는 무역부문의 일부 사람들이 계약이 튄다면서 사정하는걸 뿌리치고 씨조개들을 모두 골라 다시 바다에 뿌려놓을 때까지 작업을 중지시켰던것입니다. 그리고 조개들이 썩게 된것은 미처 잡아내지 못해 그렇게 된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바다물온도가 례년에 없이 갑자기 상승한때문이라고 그곳에 내려와있던 수산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밝혀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림혁부부장을 바라보시였다.

《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박성진지배인을 만나지 않고 왔단 말입니까? 혹시 그를 보증해나서기가 두려웠던것은 아닙니까?》

그이의 준절한 물으심에 림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다.

물론 박성진지배인을 만나지 않고 돌아선 그의 심중이 십분 리해되시였다. 제기된 문제의 장본인이 다름아닌 동생인만큼 철저히 상급당에서 내려온 료해자적인 립장에 서서 공정성과 객관성에 의의를 부여하였을것이다. 이것이 누구나 본받아야 할 옳은 사업태도인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군은 일군이기 전에 인간이여야 한다. 우리 당이 인민을 위하는 당으로서의 본분을 말로가 아니라 실지 행동으로 지켜나가자면 일군들부터가 정으로 넘쳐나고 열로 뜨거우며 덕으로 민심을 모으는 인간이여야 하는것이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은하수가 비껴흐르는 서켠 하늘가를 바라보시였다. 지금쯤 바다기슭을 외로이 거닐며 가뜩이나 안해의 일로 속태우고있을 박성진이를 생각하시느라니 마음은 더욱 괴로우시였다.

《물론 해당 부서에서 올려보낸 자료대로 문제를 분석해본다면 박성진지배인의 과오는 엄중합니다, 수출날자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것이라든가 자기 기업소의 계획에도 없는 배무이를 벌려놓은 일이라든가. 하지만 그들은 문건을 만들기에 앞서 박성진지배인의 그 마음부터 들여다봤어야 했습니다. 생각납니까? 우리가 이번에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본 그 부업선 말입니다. 난 그 자그마한 부업선을 보면서 우리 인민들과 인민군군인들을 위해 애쓰는 박성진동무의 뜨거운 애국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지금 일부 일군들은 겉으로는 애국에 대해서 곧잘 말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포로되여 우에서 대주기만을 기다리면서 혁명적으로 일할 대신 자리지킴이나 하고 자기보신에만 빠져있습니다. 하지만 박성진동무는 당이 관심하고있는 문제를 자기의 의무로, 량심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일을 찾아하고있습니다. 만일 박성진동무의 사업을 놓고 책임을 묻는다면 우리 당이 그를 보증할것입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제 곧 다시 내려가겠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죄책감에 못이겨 고개를 떨구고 선 림혁부부장을 정겹게 바라보시였다.

《그래주시오, 그 동무에겐 지금 힘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는 박성진동무에게 아버지의 생전의 모습이 수록되여있는 록화편집물을 내려보내주려고 합니다. 지난 년대에 조국과 인민을 위해 자기의 한몸을 초불처럼 태워온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면 그는 자신을 이겨낼것입니다. 그리고… 》

김정은동지께서는 책상서랍에서 리발용도구가 들어있는 눈처럼 하얀 비로도주머니를 꺼내드시였다.

《가는 길에 병원에 들려 박성진동무의 안해에게 이걸 전해주시오. 래일 수술한다는데 아마 이걸 보면 그 녀인에게도 힘이 될겁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림혁은 끝내 말끝을 흐리고야말았다.

아, 이런 어버이를 령도자로 모신 우리 인민은 얼마나 행복한것인가.

3

불야경을 이루고 법석 끓던 배무이장에 하나둘 불빛이 사라지더니 조금 지나서는 아예 괴괴한 어둠속에 묻혀버렸다.

거의 두달째나 철야로 일하며 휴식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종업원들이여서 오늘만은 저녁 일찍 쉬라고 억지다짐으로 합숙으로 떠밀어보낸 성진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이 정적이 오히려 별스럽게 느껴졌다.

선체에 날리던 용접불꽃이 그냥 눈앞에서 화광을 일으키고 증폭기에서 울리던 경쾌한 노래소리며 신호수처녀의 야무진 호각소리가 계속 귀전을 울렸으며 분주히 팔을 휘젓던 기중기의 거세찬 진동이 여전히 밟고선 땅을 흔들고있었다.

그는 지금 새로 포장한 아스팔트도로로 가고있었다.

《단풍》호계렬의 배를 무어내는 일을 시작하면서 읍쪽 신작로에서부터 사업소까지 나있는 종래의 흙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하는 일을 동시에 내민 그였다.

사실 그는 시간이 나는대로 비가 조금만 내려도 아예 엉망이 되여버리는 그 진흙길을 수리하고 한쪽으로는 수질이 좋은 물원천을 찾아내서 종업원들과 주변마을사람들의 물문제를 해결하자고 작정했었다. 그러나 배무이를 시작하면서 다시 생각을 고쳐했다.

수십년세월 바라고 기다려온 행운의 그날이 온다면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어찌 그런 도로에 모실수 있으랴. 그래서 그는 수도공사는 뒤로 미루고 배무이와 함께 흙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하는 작업을 동시에 내밀었던것이다.

그는 오늘도 어제처럼 거기서 한밤을 지낼 작정이였다. 혹 밤낚시군들이 바쁜 길을 재촉하여 그 도로에 들어서지 않으랴싶어서였다.

둘둘 말린 모포가 그의 한쪽어깨에서 건뎅거렸다.

한창 길을 걷는데 저만치 앞쪽에서 담배불같은것이 펑긋거렸다. 자연 걸음이 빨라졌다. 부리나케 거기에 당도하니 도로 한쪽켠에서 서성대던 《담배불》이 인기척을 느끼고 가까이로 다가왔다.

《지배인동지셨군요. 너무 늦어지길래 오늘 밤은 안나오시는가 했지요. 맘놓으시우, 도로는 이상없으니까요.》

《담배불》은 박성진에게 몇마디 하고는 마을쪽으로 돌아섰다. 코허리가 시큰했다. 지금껏 도로를 지켜준 그가 고마왔다.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그가 누군가를 구태여 묻지 않았다. 아근에서 사는 사람들치고 이 아스팔트도로가 어떻게 생겨난것인지 모르는이가 있으랴. …

성진은 도로 한쪽에 대충 모포를 펴고 그우에 벌렁 누워버렸다. 낮동안의 피로가 순간에 몰려왔으나 잠은 오지 않고 정신이 새록새록 맑아진다. 안해 생각이 났다. 모름지기 그도 병원침대우에서 저 별을 바라보며 여기 일을 걱정하고있을것이다. 당의 조치로 병원으로 떠나던 날 눈물을 머금고 말없이 자기를 바라보던 그의 동그스름한 얼굴이 눈앞에 떠오른다. 그날 안해가 무엇을 말하고싶어했는지 어찌 모르랴.

성진의 가슴은 다시 격정으로 끓어번졌다.

안해의 병이 암으로 진단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나마 생의 의욕을 잃고 휘청이였던 자신이였다. 아들을 원망하며 떠나간 아버지를 위해, 사업소를 위해 이래서는 안된다고 여려지는 마음에 채찍질도 해보았으나 이미 가슴속에 자리를 넓히기 시작한 허탈감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곁에 형이라도 있다면… 그가 불쑥 찾아와 힘이 되는 말 한마디라도 해준다면!…

전번에 사업소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료해차로 뜻밖에도 그가 내려왔을 때 애써 만나지 않았던것을 후회했다. 이번 일에 부대껴 의기소침해진 모습을 보이기가 싫었고 더우기는 그의 사업을 방해하고싶지 않았던것이다.

료해조가 떠나간 후 그는 아무 내색없이 사업소에 출근했다. 종업원들과 여느때처럼 흔연히 웃고 말했으나 왜서인지 그들은 지배인의 눈치를 살피는것이였다. 사업소에는 장마철 비구름처럼 음침한 공기가 떠돌았다. 이러한 때에 형이 다시 성진을 찾아왔던것이다.

그날 성진은 종업원들과 함께 잡아낸 조개들을 선별하고있었다. 전번에 일이 있은 다음부터 다시는 씨조개들이 섞이는 일이 없도록 선별작업만은 직접 책임지고 하는 그였다.

바다에서 금방 잡아낸 조개를 한가득 실은 차들이 연방 들이닥치고 마당 한켠에서는 골라낸 조개들을 실어보내느라 북적이는데 정문쪽에서 승용차경적소리가 들려왔다. 손에 신분증같은것을 쥔 접수원처녀가 급히 지배인을 찾았다.

《내가 뭐랬니, 이런 날에 누가 날 찾아오면 없다 하구 돌려보내랬지?》

성진은 버럭 증을 냈다. 중 머리깎는 날 모기가 많다고 조개를 잡아 출하하는 날이면 이런저런 안면을 턱대고 도움을 청하는이들이 더러 있었던것이다.

《지배인동지, 이걸 좀 보세요.》

그는 새초롬해진 처녀에게서 신분증을 받아들었다. 헌데 그것은 신분증이 아니라 시민증이였다. 여태 찾아오는 사람들치고 시민증을 들고오는 손님은 처음이여서 성진은 어이없어하며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갑자기 그의 두눈이 화등잔만해졌다.

그는 덤벼치며 정문으로 달려나갔다. 그런데 승용차는 비여있었다. 사방을 두리번 살피는데 합숙건물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거기로 다가갔을 때 아래로 처진 기와를 손질하던 사람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성진아!》

그는 가볍게 전률했다. 정녕 그립고 잊을수 없어 사진앞에서라도 얼굴을 마주해서는 마음속말로 달아오른 속을 터치군 하던 혈육의 정이 봄빛인양 온몸을 따스히 휘감은것이다. 그는 몸을 비척이며 다가갔다.

《형!》

성진은 이 상봉이 어떻게 마련된것인가를 알고 깜짝 놀랐다. 더구나 아버지의 생존의 모습이 수록되여있는 록화편집물을 받아안고는 헉헉 소리내여 울었다.

농립모아래 땀흐르는 얼굴을 낫가락쥔 손으로 훔치며 아버지는 웃고있었다.

아버지의 그 땀이 스며들고있는 땅도 풍년의 기쁨을 노래하며 금나락으로 웃고있었다. 아버지가 어쩌면 저리도 시름없이 환히 웃으실수 있을가. 어떤 신념과 량심을 바쳐왔기에, 어떤 생을 살아왔기에 살붙이같이 여기며 가꿔온 저 땅도 웃게 할수 있었을가. …

순간 그는 몸을 흠칫했다. 오매에도 그리던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따뜻한 음성이 어디선가 들려왔던것이다.

…박성진동무, 힘을 내라구. 한 자식 키우는데 오만자루품이 든다는데 하물며 지배인사업을 하는 동무야 오죽하겠소. 하지만 인민을 위한 헌신의 순간순간은 우리 혁명가들에게 있어서 고생이기 전에 생의 희열을 맛보게 하는 락이 아니겠소. …

그날 온밤을 뜬눈으로 새운 성진은 림혁이 떠나간 다음날 4척의 고기배를 한꺼번에 무어낼 계획을 종업원들앞에 터놓았다.

모두가 호응해나섰다. …

끙 소리를 내며 자리를 돌아눕던 성진은 안해의 체취가 느껴지는 머리를 쓸어만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보, 걱정마오. 우리 일가가 한생토록 념원해온 그날은 꼭 올거요. 아니, 장담하건대 그날이 멀지 않았소.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내 맘속고충까지 다 알고계신단 말이요. …

동안이 지나서 드렁드렁 코고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가 잠이 든것이였다. 밤하늘가에 둥실 솟은 환한 달빛아래 그는 시뭇이 웃고있었다.

4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김정은동지께서는 박성진지배인의 사업소에서 여러척의 고기배들을 무어내는 과정에 있었던 가지가지의 일들을 자랑삼아 말씀올리던 림혁부부장의 보고를 멈추시고 그를 바라보시였다. 서운한 심정을 금할수가 없으시였다. 박성진지배인이 여러척의 고기배들을 무어내면서 비가 오면 아예 죽탕이 되여버린다는 흙도로를 아스팔트로 새로 포장해놓은것은 참으로 자랑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 좋은 아스팔트도로를 두고도 그곳 주변사람들의 리용을 불허한다니 도대체 무엇때문이란 말인가. 누구를 위해서란 말인가.

수십년전의 일이 떠오르시였다.

이제는 온 세상사람들이 다 알고있는 우리 수령님의 혁명일화가…

선거장입구로 이어진 길가에 길게 펼쳐진 천필앞에서 걸음을 멈추시고 안색을 흐리시던 수령님… 그것이 자신을 위하시는 이곳 인민들의 뜨거운 지성인줄 어이 모르시랴만 그이께서는 일군들을 엄히 나무라시였다.

《예로부터 나라위해 큰 공을 세운 사람은 금의환향하였다는데 하물며 왜놈들에게 빼앗겼던 나라를 찾아주신 민족의 영웅께 조국의 인민들이 올리는 고마움의 인사로 받아주십시오.》

황황히 천필을 걷으려는 일군들의 앞을 막아서며 아뢰이는 마을좌상로인의 말이였다.

수령님께서는 뼈마디 앙상한 로인의 손을 정답게 잡아주시며 말씀하시였다.

《로인님, 저에게도 로인님처럼 늙으신 조부모님이 만경대에서 살고계십니다. 젊은 사람에게 너무 이러지 마십시오. 저도 인민의 아들입니다. 인민들이 지어입어야 할 옷감천을 밟고 가면 도대체 저는 뭐가 됩니까.》

수령님께서는 천필을 도로 걷은 다음에야 선거장으로 들어서시였다. …

우리 수령님은 바로 이런분이시다. 인민을 하늘처럼 믿으시고 인민을 위해 모든것을 다 바쳐오신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시였다.

우리 장군님은 또 어떤분이신가.

제국주의련합세력의 사회주의고립압살책동으로 말미암아 조국앞에 닥쳐온 엄혹한 시련과 난관들을 초인간적인 의지와 헌신으로 헤쳐나가시며 사랑하는 인민들의 행복한 웃음을 지켜주시기 위해 모든것을 다하시다가 인민행렬차에서 순직하시지 않았던가.

정녕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에게 있어서 인민의 꿈과 리상을 실현하는것은 《ㅌ. ㄷ》의 기발아래 혁명의 진로가 개척된 그날부터 년대와 년대를 넘어 세대와 세대를 이어 승승장구하며 오늘에 이른 전 행정에서 시종일관 내세워온 최상의 과업이고 최대의 목표였다.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께 있어서 인민은 나라의 근본이였고 국가의 존립과 발전의 기초였으며 혁명실천의 출발점이고 립각점이였다. 인민을 위해 국가가 존재하고 당이 필요하며 군대도 있다는것! 이것이 우리가 견지하여왔고 앞으로 영원히 지켜가야 할 계승의 력사이다.

이 땅에 세워진 정책도 제도도 법들도 인민을 위해 필요하다. 일떠세운 건축물이 아무리 웅장화려하고 새로 건설한 도로가 아무리 번듯하고 훌륭하여도 인민의 웃음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그것은 존재가치가 없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박성진지배인이 눈앞에 서있기라도 한듯 마음속으로 준절히 말씀하시였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인민이 있어야 당도 있고 국가도 있으며 인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복무하는것이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나의 인민관이요.

내가 왜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을 모시듯이 인민을 대하여야 한다고 늘 말하는지 동무가 모르는가.

이 나라에선 인민이 하늘인줄 동무가 모른단 말이요? 그 신성하고 위대하며 존엄높은 하늘이 있기에 나나 동무의 존재가치도 있는게 아닌가. …

이 순간 림혁은 멀리 서해쪽 밤하늘가로 시선을 보내시며 깊은 상념에 잠겨계시는 김정은동지를 우러르고있었다.

멀고도 험난한 혁명의 길에 그 모든 중하를 한몸에 안으시고 언제나 로고를 바치시며 천만고생도 락으로 여기시는 그이를 제일 편하게 가장 안전하게 모시고싶은것이 이 나라 천만자식들의 소원이건만…

아,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인민사랑의 그 높으신 뜻을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이라도 따를수만 있다면!…

5

《깍깍깍.》

어제 밤늦도록 집무를 보시다가 날이 샐녘에야 잠간 눈을 붙이시였던 김정은동지이시였다.

아침안개가 걷히기 시작한 정원쪽에서 까치의 울음소리가 그냥 들려오자 그이께서는 림혁부부장에 대해 생각이 미치시였다. 열흘전에 박성진에게로 떠나간 그에게서 여직 소식이 없는것이다.

어제 박성진의 안해의 병이 수술후 호전되여간다는 반가운 소식이 왔다. 이제 그의 몸이 완쾌되면… 그러니 박성진은 잃을번했던 날개를 다시 찾은셈이다.

이때 문기척소리와 함께 림혁부부장이 불쑥 방으로 들어섰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어지간히 놀라시였다. 그러니 저 부부장이 새벽길을 달려왔단 말인가.

《어찌된 일입니까? 혹시 박성진지배인동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게 아닙니까?》

피곤한 흔적이 력력한 림혁의 얼굴에 기쁨의 빛이 확 피여올랐다.

《박성진지배인동무가 네척의 고기배들을 모두 성과적으로 무어냈습니다.》

《그렇습니까.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곳 사업소의 힘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이의 존안에 아침해살과 같이 밝은 미소가 피여올랐다.

벌써 만선의 기쁨안고 포구로 돌아오는 어로선단들에 이어 푸짐한 생선국을 훌훌 떠먹으며 웃음터치는 인민들의 행복한 모습이 눈앞에 비껴오는것만 같으시였다. 모름지기 박성진지배인도 저들이 무어낸 고기배들을 바다우에 띄우며 가슴마다 인민의 참된 복무자된 긍지를 한껏 채웠으리라.

《시간만 허락된다면 그 동무에게로 가고싶습니다. 아니, 꼭 가야겠소. 그런데 말이요.》

김정은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고 림혁부부장에게 웃음어린 시선을 보내시였다.

《내가 들어서지 말아야 할 그런 길이 있으니 야단 아닙니까.》

림혁부부장은 그이의 말씀의 뜻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인민사랑의 높으신 뜻을 가슴속에 새겨안은 그날로 박성진지배인동무는 그곳 주민들앞에서 자기 잘못을 사죄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열흘동안 애를 써 끝내는 수질이 좋은 물원천을 찾아내서 1키로메터구간의 수도관을 새로 늘여 종업원들의 구내식당과 주변마을의 수도화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였습니다.》

《!…》

김정은동지께서는 기쁨을 금치 못하시였다. 진정으로 인민을 위하는 참된 충복으로 자라난 박성진의 모습을 보게 되신것이다.

박성진지배인이 아버지가 생전에 바랐던대로 전세대들이 물려준 충성과 헌신의 바통을 꿋꿋이 이어가고있는것이 더욱 대견하시였다.

혁명의 길에서 이런 사람들을 한명한명 찾아내시고 키워주실 때마다 가슴은 뜨거운 정으로 달아오르시고 마음은 온 천하를 얻은듯 더욱 넓어지는 그이이시였다. 그에게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싶은 심정이시였다.

《박성진지배인동무의 아버지가 부탁했다던 그 군공메달을 그냥 가지고있습니까?》

림혁부부장은 놀랐다. 지금껏 그 일을 기억하고계시다니?!

《오늘 새벽에 평양으로 떠나올 때 저는 그 군공메달을 동생에게 맡기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아직은 그것을 넘겨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굳이 사양했습니다.》

《아마 그럴겁니다. 하지만 박성진지배인동무는 지금에 와서 아버지의 그 군공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이번에 4척의 고기배들을 훌륭히 무어낸 그 동무에게 나의 명의로 감사도 보내주고 그 군공메달과 함께 국기훈장 제1급도 내신하자고 하는데 동무생각에는 어떻습니까?》

《!…》

림혁은 불시에 눈시울이 확 달아올랐다. 동생을 대신하여 고마움의 인사를 올리고싶었으나 목이 꺽 메여올라 아무 말씀도 올리지 못했다. 나무의 성장은 그 뿌리에 기원하고있듯이 위인의 따뜻한 손길에 성장의 자욱자욱을 떼여가는 성진의 삶은 얼마나 행복한것인가.

순간 그는 만시름을 놓고 환히 웃고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초등학원에 찾아와 자기를 불러 품어안아줄 때처럼…

김정은동지께서 문밖을 나서시였다.

그이께서는 여직 버팀목의 옹위속에 있는 어린 소나무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이곳에 처음 떠옮겨 심을 때보다 퍼그나 키가 자라고 더 굵어진듯싶은 소나무였다.

소나무의 푸른 잎새를 정겹게 쓰다듬으시던 그이께서는 허리를 굽히시여 버팀목들을 하나하나 떼여내기 시작하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환히 웃고계시였다.

×

성진은 길 량켠을 따라 코스모스꽃송이들이 울긋불긋 피여난 아스팔트도로에 얼나간듯이 서있었다. 그의 시선은 그토록 간청했건만 굳이 새로 낸 길로 다니기를 저어하며 그냥 에돌아가고있는 사람들의 뒤모습에 닿아있었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빌다싶이 했으나 막무가내로 고집하며 되려 성진을 나무라던 저들…

뜨거운 그 심정들이 가슴에 마쳐오며 마음속금선을 징하니 울렸다.

평양쪽하늘가를 우러르는 그의 눈가에 핑하니 물기가 돌았다.

그이를 한번만이라도 만나뵈올수만 있다면!…

갑자기 그는 몸을 흠칫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강한 충동이 심장을 쿵하니 울린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주변은 사람의 그림자 하나없이 조용했다.

착각인가. 아니! 그는 세차게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바람결에 고막을 스친 렬차의 기적소리는 그냥 심장을 울리고있지 않는가.

숨을 죽이고 온몸이 귀가 되여 두줄기 레루가 뻗어간 산굽이쪽을 유심히 살폈다.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슴속에서는 은백색광선을 뿌리는 레루우를 달리는 렬차의 기적소리가 쉼없이 울리고있었다.

그는 덤벼치며 사업소로 뛰여갔다. 누가 사연을 물을새도 없이 차고에서 차를 끌어냈다.

잠시후 승용차는 철길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이 시각.

김정은동지께서는 달리는 렬차안에서 림혁부부장과 함께 담화를 나누고계시였다.

인민생활과 관련한 문제를 의논해주시던 그이께서 문득 말씀을 멈추시였다.

누군가 가까이에서 자신에게로 달려오고있는듯한 느낌이 드셨던것이다.

차창가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난데없이 웬 승용차 한대가 렬차를 따라 나란히 달리는 모양이 시야에 비껴드시였다.

《박성진지배인동무의 승용차입니다!》

그이의 시선을 따라 차창밖을 내다본 림혁부부장의 웨침이였다.

김정은동지께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시였다. 이 순간을 얼마나 애타게 그리워했으면!…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렬차를 멈춰세우시고 뜨겁게 포옹해주시며 그와 대화를 나누고싶으시였다. 시간을 다투는 급한 일만 아니라면!

하지만 이렇게 헤여지면 그가 얼마나 서운해할가. …

《저 동무에게 기적소리를 길게 울려 나의 인사를 전해주시오.》

길게 한번.

또 한번.

다시 길게 한번…

창문밖을 내다보시는 김정은동지의 눈가에 뜨거운것이 괴여오르고있었다. 어린애인양 두팔을 벌리고 엎어질듯 달려오는 박성진의 모습이 환영처럼 비껴오신것이다.

박성진동무, 반갑소. 이번 길에 꼭 만나보고싶었는데… 하기야 우린 이미 구면이지. 인민을 위하고 조국의 부흥을 위한 길에서 나와 동무는 자주 만나군 했소. 보다 행복할 인민의 래일을 위해 마련되군 하던 그 상봉들이 잊혀지지 않누만. 그때마다 우린 기쁨도 괴로움도 함께 나누었지. 저 푸른 하늘가에 영원토록 울려갈 인민의 웃음소리를 마련해가는 이 길에서 우린 계속 만나게 될거요. …

박성진 하나만이 아닌 수많은 낯익은 모습들이 눈앞에 어려오시였다.

자신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천만자식들을 위해 멸사복무의 길을 걷고있는 유명무명의 사람들이 환호를 올리며 달려오고있었다!…

승용차의 경적소리가 길게 울리기 시작했다.

길게 한번.

또 한번.

다시 길게 한번…

생의 영원한 메아리로 인생길에 울려갈 정과 열의 기적소리에 불타는 맹세로 화답하는 성진의 눈굽에서는 뜨거운것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주체111(2022)년

리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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