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7, 2024
KCNA Tongil Voice

정든 고향집(1)

Date: 05/12/2023 | Source: Tongil Voice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박태현 작 《정든 고향집》, 오늘은 첫번째시간입니다.

박정현은 지금 군관학교로 가는 길이다.

전우들의 열렬한 축하와 바래움속에 중대를 떠나온지도 반시간이 되여온다. 그런데 사관장인 진충열이만은 정현이와 함께 더 걷겠다면서 그의 배낭을 억지로 벗겨 자기가 메고 지금 이 길에 나선것이다.

이제 한 10분만 더 가면 갈림길이 나진다고 생각하니 정현은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을 누를수 없었다.

(저 굽인돌이만 돌면 갈림길… 그러면 거기에서 정녕 사관장동지와 헤여져야 하는가?)

그는 코마루가 찡해나고 눈굽이 달아올라 고개를 숙이였다.

한걸음, 두걸음 내짚는 길우에 사관장과 함께 지내던 잊을수 없는 나날의 가슴뜨거운 화폭들이 영화화면처럼 언뜻언뜻 떠오른다.

중대운동장의 손때묻은 철봉대, 싸리골에서의 작업, 김이 문문 나는 어죽, 얼어터진 손, 가지뿌리우림물약, 중대교양실안을 뒤흔들던 박수소리, 박수소리…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눈물…

아! 언제부터였던가.

진주보석과도 같은 사관장동지와 소대원들의 그처럼 고결한 전우애, 동지애의 세계를 알게 된것이.

정현의 눈앞에는 정녕 잊지 못할 병사시절의 나날들이 감회로운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떠오르는것이였다. …

《정현동무! 일어서시오. 차오르기 다시 시작!》

2분대장 고승찬의 칼날같이 날카로운 목소리가 정현의 고막을 울리였다.

벌써 몇번째인가. 정현은 두다리에 힘을 주며 뛰여올라 철봉대를 붙잡았다.

두발을 모아 가까스로 우로 쳐들었다가 앞으로 차면서 흔들이를 했다.

한번, 두번, 세번… 몸을 흔들던 정현은 고작 네번째만에 더 견디지 못하고 철봉대에서 떨어져내렸다.

더는 못하겠다, 더는!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나른해온다.

눈앞이 캄캄해났다.

그는 주저앉은채로 머리를 숙이고 가쁜숨을 몰아쉬였다.

《일어섯! 다시!》

분대장의 맵짠 구령이 또다시 울렸으나 그는 일어설념을 못하였다.

《정현동무! 어서 일어서시오! 어서!》

그러나… 기력이 없다. 온몸의 기운이 두다리사이로 다 빠져나간듯 몸을 움직일 힘조차 없다.

아! 분대장동진 너무하구나. 좀 쉬고 하면 안되는가. 더는 못하겠어, 더는!

정현은 모든것을 포기해버린듯 맥을 놓고 얼어붙은듯 망연히 앉아있었다.

오늘 중대에서는 훈련예비판정이 있었다.

그 모든 훈련에서 입대한지 6개월이 되는 박정현은 함께 입대한 같은 나이또래의 동무들보다 퍼그나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그로 하여 뒤떨어진 병사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았다.

그중 제일 락후한 평가를 받은것이 철봉차오르기였다.

평행봉도 넘기 어려운 고비였지만 철봉처럼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었다.

철봉대에 매달려 두발을 봉대에 끌어올렸다가 앞으로 차주면서 몸을 흔들어주어야 하는데 그 동작이 잘되지 않는데다가 그런 상태로도 차올라보자 하고 무작정 실행하면 철봉대에 올라서는것이 아니라 겨우 매달리는 정도였다.

고급중학교때 체육을 홀시한것때문에 군대에 나와서 이렇게 애를 먹고있다고 생각하니 이를데 없는 자책과 후회로 가슴이 저려들었으나 이제는 다 쑤어놓은 죽이였다.

아무리 가슴을 친들 학창시절의 빈구석을 어떻게 메꿀수 있으랴.

방도는 오직 하나! 뚫고나가는 길뿐이다.

이를 악물고 기어이 난관을 맞받아 이겨내야 한다.

그렇게 단단히 결심하고 매일같이 남보다 더 열성적으로 훈련하는 정현을 분대장, 부분대장들을 비롯한 사관들과 구대원들이 많이도 왼심을 쓰며 도와주었다.

그러나 정현의 철봉훈련성과는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중 오늘 판정에서 그가 속한 2분대가 제일 락후한 성적을 받았으니 다시 강도높은 훈련을 진행할것을 결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고승찬분대장의 실망과 분격도 리해할만한것이였다.

흐릿한 정신으로 앉아있는 정현의 귀가에 또다시 서리발같은 목소리가 날아왔다.

《전사 박정현동무, 일어서시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일어서라, 일어서라! 하고 리성의 웨침이 강하게 뇌리를 울리건만 몸을 움직여낼수 없다. 머리까지 휘휘 돌아가는듯싶다.

지금까지 단편소설 《정든 고향집》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첫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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