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2, 2024
KCNA Tongil Voice

너를 바치라(13, 마지막회)

Date: 10/01/2024 | Source: Tongil Voice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주흥건 작 《너를 바치라》, 오늘은 열세번째시간입니다.

지배인은 처녀의 말에 공감이 가는지 더 할 말이 없다는 투로 올방자를 틀며 앉아버렸다.

그때에야 정아는 녀인을 향해 돌아섰다. 이만하면 자기의 심정을 지배인에게 터놓은것은 물론이고 아버지의 마음을 이 녀인에게 유감없이 전달했다고 할수 있지 않겠는가!

정아는 당장이라도 《어머니!》 하고 부르며 깊이 허리숙여 인사를 하고싶었다. 그러나 이내 선자리에서 굳어져버렸다.

《너 이자 뭐라구 말했니? 다시 말해봐!》

녀인은 옛 화상자리가 여직 가셔지지 않은 얼굴을 이그러뜨린채 분명 그렇게 꾸짖었다.

얼마나 격했던지 몸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기우뚱했다.

창황중에 정아가 가까이 다가서며 부축하려 하자 녀인은 허리를 안은 처녀의 두팔을 뿌리쳐버렸다.

《그래 넌 한갖 신세갚음이나 하겠다는거지? 연구자료를 공개한것두 내가 이렇소 하는걸 남들이 알아달라는거겠지? 어디 대답해봐!》

안해가 자신을 걷잡지 못하는것을 급기야 지배인이 일어서서 가까스로 진정시켜 자리에 앉혔다. 밖에 서있던 성림이도 무슨 큰일이나 난줄 알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는 동안 정아는 못박힌듯 그냥 한자리에 서있었다. 녀인이 자기를 향해 꾸짖은 말이 자꾸만 귀전에 맴돌아서였다. 그것은 하나도 틀리지 않는 말이였다.

이윽고 진숙의 깊은 의미를 담은 목소리가 모두의 가슴을 흔들며 울렸다.

《난 너희들에게 어찌어찌하라고 찍어말할 생각은 없다. 그저 연구사업에서 서로의 마음과 지혜를 합쳐가기를 바랄뿐이지. 그 길에서 누가 주연구사의 역할을 한대서 상대방의 신세를 입는것이 아니며 다른 누가 조수가 된다고 해서 후날 엎음갚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각자가 아무런 사심도 없이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쳐 맡은 일에 성실하라는거다. 20년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런 각오는 반드시 필요한거란다.》

녀인은 몹시 흥분한듯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정아는 못다 들은 그 말을 심장으로 이어들었다. 조국의 전진을 위해 한몸을 초불처럼 깡그리 태울수 있는 과학자만이 자력부강의 등불이 될수 있다는… 그는 눈물이 글썽한채 녀인의 가슴에 와락 얼굴을 묻으며 스무해동안 입속으로만 뇌이여보던 말을 목놓아 불렀다.

《어머니!》

진숙은 품에 안겨든 처녀를 꼭 껴안았다.

《용서해주세요. 어머니가 바라는것이 무엇인지 인제야 알았어요.》

《고맙다. 난 너희들을 믿는다.》

진숙의 얼굴에는 더없는 행복감이 어려있었다.

성림은 어머니를 보며 머리를 끄덕이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또 어머니의 이야기에서 전세대들이 걸어온 길에 새겨진 값높은 삶의 자욱을 보고있었다.

지금까지 주흥건 작 단편소설 《너를 바치라》를 열세번에 나누어 전부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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