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7, 2024
KCNA Rodong Sinmun (Kr)

행복

Date: 29/03/2024 | Source: Rodong Sinmun (Kr) | Read original version at source

몇달전 함흥시 사포구역에서 진행된 사회주의애국공로자들과 미풍선구자들의 련환모임에서는 한 녀성에 대한 이야기가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것은 행복을 찾던 이야기, 누구나 갈망하는 참된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나는 무엇을 바쳤는가라는 물음에 늘 자신을 비추어보면서 애국의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공업도시의 거리에 황혼이 깃들던 근 20년전 어느 여름날이였다.함흥시 사포구역 새거리1동에 살고있는 김복화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저녁밥을 짓고있었다.여느때같으면 밥잦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나는 알른알른한 가마며 갖가지 양념감이 담긴 오롱조롱한 꽃단지들을 흥겨운 마음으로 바라보았으련만 그날은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았다.

며칠전 남편의 병치료에 쓸 약재를 구하기 위해 불편한 몸으로 뻐스와 기차를 갈아타며 수백리길을 떠났던 그는 방금전에야 돌아왔다.비록 몸은 천근만근으로 무거웠으나 마음은 가벼웠다.목적했던 약재를 구해왔던것이였다.

그의 남편 홍철진은 다리를 쓰지 못하는 영예군인이였다.김복화는 어떻게 해서나 남편의 다리를 고쳐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있었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니 구해온 약재와 섞어 보약을 만들려고 했던 귀한 약초가 보이지 않았다.그것은 얼마전에 구역의 일군들이 남편의 치료에 쓰라고 가져다준것이였다.

남편에게 물었더니 《내 좀 긴히 쓸데가 있어서…》 하며 말끝을 채 맺지 못하는것이였다.

김복화는 그만 맥이 탁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말았다.원군길에서 자기 가정과 인연을 맺은 한 인민군구분대의 나어린 병사가 남달리 몸이 약한것을 두고 늘 마음쓰더니 그에게 보내준것이 분명했다.남편이 미안한 어조로 무엇인가 설명하였으나 그의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찬장을 열던 김복화의 눈에 문득 나란히 놓여있는 두개의 밥그릇이 바라보였다.10여년전 자기가 시집올 때 친정어머니가 정성담아 마련해준 사기밥그릇이였다.이제는 오래되여 별로 쓰지 않고 찬장에 얹어두고있던, 뚜껑에 《행복》이라는 금빛글자가 새겨진 밥그릇들이였다.

그 밥그릇들을 바라보느라니 가정을 이루던 때가 어제런듯 떠올랐다.

처녀시절 어느한 공장에서 청년동맹초급일군으로 일하던 김복화는 뜻밖의 일로 몸을 심하게 다쳐 걸을수 없는 불구의 몸이 되였다.앞날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부풀던 처녀의 가슴속에는 차디찬 서리만이 엉겨붙었다.그때 그는 가정을 이루는것을 포기하였었다.그러던 그가 당시 사포구역청년동맹 일군이였던 홍철진의 진정앞에서는 어쩔수 없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야말았다.

이전에 그들은 사업상관계로 서로 얼굴이나 알고지내던 사이였다.그런데 김복화가 부상을 입고 1년이 넘도록 병원에서 입원생활을 하게 되자 홍철진은 이틀이 멀다하게 그를 찾아왔다.그리고는 앞으로 다시 걷지 못할수 있고 시집을 가도 아이를 낳을수 없다는 현대의학의 결론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끝내 그의 일생의 길동무가 되였다.그때 김복화가 본 홍철진의 모습은 남을 위해 자기를 바치는데서 행복을 찾는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였다.

그후 김복화는 참으로 행복했다.의료일군들의 지극한 정성에 의해 그는 떡돌같은 두 아들을 낳았고 건강도 많이 회복되여 지팽이없이도 걸을수 있게 되였다.남편의 사랑도 날이 갈수록 더욱 뜨거워만졌다.그래서 그는 생각했다.이런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그런데 그무렵 조국보위초소에서 순직한 시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관이 되였던 남편이 군사임무수행중 다리를 심하게 다쳐 더는 걸을수 없게 될줄 어찌 알았으랴.

김복화는 너무 억이 막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그는 자기의 행복이 눈앞에서 훌 사라져버리는것같았다.

영예군인증을 받은 날 남편은 오래도록 그것을 보고 또 보며 한동안이나 아무 말이 없었다.항상 락천적이고 명랑하던 남편이 오죽 마음이 괴로왔으면 저러랴 하는 생각에 김복화는 가슴이 미여지는것같았다.

남편의 곁에 다가간 김복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근심말아요.내 어떻게 하나 당신의 다리를 고치겠어요.》

홍철진은 그러는 안해의 두손을 뜨겁게 잡았다.

《내 앞날이 걱정되여 그러는게 아니요.이걸 보오.영예군인증에 붙어있는 사진은 여전히 군복입은 모습이란 말이요!》

김복화는 그 어떤 굳은 결심이 어린 남편의 모습을 놀라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날부터 그는 남편의 건강을 회복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다 바쳤다.바로 거기에 자기의 행복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어디서 남편의 치료에 좋은 약이 있다는 소리만 들으면 자신도 불편한 몸이였지만 한달음에 다녀오군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김복화는 소풍이라도 하겠다며 맏아들이 밀어주는 세바퀴차를 타고 밖에 나갔던 남편이 희색이 만면하여 들어서는 모습을 보게 되였다.남편은 기쁨에 겨운 어조로 말했다.

《이제 다가오는 4월 25일에 구역안의 전쟁로병들과 영예군인들이 원군사업을 하자고 토론이 있었소!》

김복화는 남편이 제대된 후 그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이렇게 되여 시작된 원군길이였다.그날부터 김복화는 남편과 함께 원호물자를 마련하는 일에 달라붙었다.시집올 때 어머니가 정성담아 꾸며준 첫날이불을 뜯어 군인들에게 안겨줄 작업장갑과 어깨받치개를 만들었고 아이들에게 새옷을 사주자고 건사했던 자금으로 체육기재들도 마련했다.

김복화는 남편이 바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고싶었다.남편이 기뻐하고 좋아하면 더 바랄것이 없었다.하지만 남편의 건강을 추세워보려는 자기의 진정을 몰라주는것은 생각할수록 서운했다.…

김복화는 생각에 잠겨 밥타는 냄새에 남편이 부엌문을 열고 바라보고있는줄도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홍철진은 《행복》이라는 금빛글자가 새겨진 밥그릇을 가슴에 꼭 안고 그린듯이 서있는 안해가 무엇을 생각하고있는가를 모르지 않았다.그는 나직이 말했다.

《내가 왜 당신마음을 모르겠소.하지만 자기 한가정만을 위해 사는것이 행복일가?!》

비록 짤막했으나 홍철진의 이 말은 김복화의 가슴에 돌덩이처럼 날아들었다.그날 김복화는 밤새 뒤척이며 잠들수 없었다.

전쟁로병이고 위대한 수령님의 표창장까지 받아안은 아버지가 자기를 질책하는것같았고 조국보위초소에서 생을 마친 애국렬사인 시아버지의 서운해하는 모습도 보이는것같았다.

김복화는 그때에야 비로소 남편의 건강을 돌보고 식탁에 한가지 찬이라도 더 올려놓는것이 기쁨과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것을 적으나마 깨달을수 있었다.

김복화는 그후 남편과 함께 원군길을 힘차게 걸었다.모진 아픔도, 생활상어려움도 다 이겨내며 오직 병사들을 위해 모든것을 바치는데서 그들은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그후 당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한 맏아들 홍진우를 할아버지가 한몸 바치였으며 아버지가 대를 이어 지켜섰던 초소에 세워주었고 영예군인, 영예근로자부부의 자식인 둘째아들 홍진범을 우리 혁명의 핵심골간육성의 원종장인 만경대혁명학원으로 불러주었다.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가는 당과 조국의 사랑에 보답할 열망 안고 원군길을 더욱 힘차게 이어가던 남편은 세해전에 세상을 떠났다.

조국은 그를 애국렬사로 값높이 내세워주었다.

그날 김복화는 남편이 생전에 애용하던 한권의 보풀이 인 수첩을 찾아들었다.남편이 이어온 원군길의 자욱자욱이 어려있는 수첩의 갈피를 번지던 그의 눈앞에 낯익은 필체가 안겨들었다.

《어머니조국에 무슨 보탬을 주었는가를 항상 자각하고 조금이라도 조국에 이바지하며 사는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참된 행복관을 지니고 산 남편, 하기에 당에서는 그에게 영예군인메달과 함께 애국렬사라는 영생하는 삶을 안겨준것이 아니겠는가.

수첩을 덮는 그의 마음속에서는 남편이 못다 걸은 애국의 길을 그의 몫까지 합쳐 힘차게 걸어갈 맹세가 굳어졌다.

* *

지난 2월 건군절을 맞으며 김복화는 갓 시집온 맏며느리와 함께 또다시 원군길에 올랐다.

그동안 맏아들 홍진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지켜섰던 초소의 군관으로 성장했고 만경대혁명학원을 졸업한 둘째아들 홍진범도 한생 조국보위초소에서 삶을 빛내일 결의를 안고 군관학교에서 공부하고있었다.

무한한 행복감을 안고 걸음을 내짚는 그의 머리우에 태양도 밝은 빛을 아낌없이 뿌려주었다.

본사기자 유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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