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 근대지향적요소를 담은 현실주의적견해는 실학자들에 의하여 처음 제기되였다.

현실적문제들을 중시하면서 쓸모있는 학문(실용지학)연구를 진행한 실학자들은 도덕도 현실주의적립장에서 론의하여 당시 사회의 진보적발전에 일정하게 기여하였다.

도덕에 대한 실학자들의 현실주의적견해는 우선 도덕결정론을 반대하고 도덕의 사회경제적기초를 해명하려고 시도한데서 찾아볼수 있다.

중세동방에서는 인간의 가치와 사회의 흥망이 《천리》(하늘의 리치)에 의해 부여된 절대적이며 신비적인 봉건유교도덕을 준수하고 발양하는데 따라 결정된다는 도덕결정론이 지배하고있었다.

실학자들은 봉건유교적인 도덕결정론을 반대하면서 도덕의 사회경제적기초에 대하여 제기하고 강조하였다.

17세기 초기실학의 대표자의 한 사람인 류형원(호는 반계, 1622-1673)은 도덕을 현실적인 경제생활과 결부시켜 론의하면서 경제적리해관계에 도덕이 전적으로 의존된다는 혁신적견해를 내놓았다.

그에 의하면 도덕적교화의 기초는 사회경제적조건에 있으며 토지제도를 바로잡는것이 도덕적개선의 선결조건으로 된다. 그는 《토지제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치를 잘하려는 임금이 있을지라도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킬수 없을것이며 ...병제를 정비할수 없을것이며 형벌을 덜수 없을것이며 뢰물을 막을수 없을것이며 풍속을 후하게 할수 없을것이니 이렇게 하고서 정치와 교화를 실시한다는것은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일이다.》(《반계수록》 1권, 전제 상)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그는 봉건유교적도덕결정론과는 달리 《리상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방도가 경제적개혁, 《토지의 사유화》를 바로잡는데 있다고 주장하였다.

담헌 홍대용(1731-1783)도 도덕풍속이 사회경제적요인에 의존된다는 긍정적견해를 제기하였다.

그에 의하면 당시 사회의 도덕, 풍속의 타락이 사람들의 사회경제적조건을 해결해주지 못한데 있다. 그는 《흉년과 기아로 하여 백성들이 토지에서 떨어져 흩어진지가 이미 오래 되건만 토지를 나누어주고 생활을 돌보아주는 정책을 실시하지 못하면서 법도와 례의에 관한 교양부터 앞세운다면 이 졸렬한 조치를 누가 웃지 않겠는가》(《담헌서》 내집3권, 향약서)라고 하면서 사회《개혁》을 앞세워 사람들의 생활을 안착시켜야 도덕, 풍속을 바로잡을수 있다는 현실주의적견해를 내놓았다.

홍대용의 현실주의적립장을 계승한 박지원(호는 연암, 1737-1805), 박제가(호는 정유, 1750-1805), 정약용(호는 다산, 1762-1836)과 같은 실학자들도 도덕실행의 전제를 현실적인 《리용후생》의 실현으로 보았다.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도덕결정론에 따라 도덕을 바로잡는다는 《정덕》을 모든것의 근본으로 본 전통적인 유교와는 달리 박지원과 박제가와 같은 실학자들은 현실적인 《리용후생》을 《정덕》앞에 두었다. 그들에 의하면 기본이 《리용후생》이며 그 다음에 《정덕》이 있다. 다시말하여 도덕의리가 바로 서야 《리용》도 할수 있고 《후생》도 할수 있는것이 아니라 《리용》을 이루어야 《후생》을 할수 있고 《후생》을 이룬 후에야 《정덕》을 이룰수 있다.

박지원은 이에 대하여 《리용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후생이 될것이요 후생이 있은 후에야 그 질서를 바로잡을것이다. 물건을 리롭게 쓸줄 모르고는 그 생을 넉넉하게 할수 없는 법이다. 리롭게 쓸줄 몰라 생활자료가 근본 부족하면서 억지로 잘 살겠다고만 한다면 어떻게 그 도덕과 질서를 바로잡을것인가.》(《연암집》 12권, 열하일기, 도강록)라고 하였으며 박제가는 《리용후생에 있어서 하나라도 잘되지 못한다면 백성들을 다스리는 착한 정치에 영향을 준다. ...지금 백성들의 생활은 날로 궁하고 재정은 날로 궁핍한데 높은 량반관리로서 어찌 수수방관하면서 이것을 구출하지 않겠는가. 또 옛것만 따르면서 편안하게 모르는척 하겠는가.》(《북학의》자서)라고 하면서 현실적인 《리용후생》을 강조하였다. 정약용역시 《리용후생》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적립장에서 도덕적교화를 위해 생활안정을 앞세워야 한다는 진보적견해를 내놓았다.

실학자들이 현실적인 사회경제적조건과의 관 계에서 론의한 도덕적견해는 근대지향적인 현실주의적견해로서 당시 봉건유교적인 도덕결정론의 립장에서 추상적인 도덕의리를 운운하던 공리공담을 타파하는데 일정하게 기여한것이였다.

실학자들의 도덕에 대한 현실주의적견해는 다음으로 도덕의 기원을 현실생활과 결부시켜 해석하려고 노력한데서 찾아볼수 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반동적지배계급과 그 대변자들은 사람에 대한 종교적, 관념론적견해를 가지고 근로인민대중이 착취받고 압박받는 불행한 처지는 피할수 없는 숙명적인것이며 따라서 주어진 운명에 순종하여야 한다는것을 설교하였다.》(《김정일선집》 증보판 제18권 77페지)

사람에 대한 종교적, 관념론적견해가 성행하였던 봉건시기 서방은 물론 동방에서도 도덕이 신비적인 상제(천)에 의하여 제정되였다는 신비적인 기원설이 지배하고있었으며 이것은 근로인민대중에게 숙명론을 주입하고 그들이 불행한 운명에 순종하도록 설교하는데 리용되였다.

실학자들은 신비적인 도덕기원설을 반대하고 그것을 현실생활과 결부시켜 해석하려고 시도하였다.

정약용은 실천행동을 중시하면서 도덕규범이 사회적관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것을 초보적인 형태로 해명하였다. 그는 인, 의, 례, 지는 선천적으로 심에 구비되여있지 않으며 행동, 실천후에 붙게 되는것이라고 하면서 《사람을 사랑한 뒤에 인이라 할수 있고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는 인이란 이름이 서지 않는다. 나를 착하게 한 뒤에 의라고 할수 있고 나를 착하게 하기 전에 의라는 이름은 서지 않는다. 길손과 주인이 절하고 읍한 뒤에 례의 이름이 서고 사물을 판단한 뒤에 지의 이름이 선다. 어찌 인, 의, 례, 지 네 덩이가 복숭아씨, 살구씨같이 인심가운데 있겠는가.》(《여유당전서》 2집 1권)라고 하였다. 다시말하여 심에는 도덕적규범의 단(시초)은 구비되였다고 볼수 있지만 규범 그자체는 실천행동이 있어야 성립될수 있다는것이다.

정약용은 선천적으로 구비된 도덕규범을 반대하면서 《인, 의, 례, 지가 실천행동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하면 부지런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것이다.》(《여유당전서》 2집, 5권)라고 하였으며 만약 선천적으로 인, 의, 례, 지의 도덕규범이 인간에게 갖추어져있다면 《다만 아무말도 말고 가만히 문을 닫고 수양》만 하면 될것이므로 《힘을 넣어 실지 실천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고 하면서 마의 수양만을 내세우는 주자학을 비판하였다.

정약용의 견해는 도덕의 선천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한 심각한 제한성을 가지고있다. 그러나 그의 견해는 도덕의 기원에 대한 신비적견해를 반대하고 그것을 현실생활과 결부시킬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주고있었다.

최한기는 인, 의, 례, 지의 선천성을 부인한 정약용의 견해를 계승하면서 현실생활과 결부시켜 도덕의 발생, 도덕규범의 형성을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최한기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고 화합하여야만 생존을 유지할수 있는 존재라는것을 전제로 하여 도덕이 사회적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다시말하여 그는 도덕을 사회를 떠난 추상적인것으로서가 아니라 현실생활과 밀접히 결부되여있으며 사회생활유지를 위한 필연적인 산물이라고 인정하였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사람이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되며 사람들의 화합은 이웃, 한마을, 한고을, 한나라 그리고 나라와 나라사이에서 이루어지게 된다.(《인정》 6권, 측인 천하인도, 《인정》1권, 측인 합인기위측 참고) 그는 《인도(인간생활의 도덕)란 백성을 통솔하고 조화를 운용하여 각기 자기의 직분에서 편안하게 하도록 하는 도리이다.》(《인정》6권, 측인 천하인도)라고 하였으며 인도는 인의로서 사람들을 화합, 협력하게 하여 다같이 삶의 도리를 다하게 하는것(《인정》6권, 측인 인도득실)이라고 하였다.

특히 도덕규범의 형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론의하면서 도덕규범, 도덕의식이 선천적으로 주어지는것이 아니라 력사적으로, 사회적으로 형성되였다고 인정하였다. 그는 부모에 대한 사랑, 형에 대한 공경은 선천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졌다고 하는 관념론적견해를 반대하면서 《부모와 형곁에서 나서 자라면 스스로 보고 듣고 하는데 적시여서 2~3살에 이르면 그 부모를 사랑하며 커짐에 따라 그 형을 공경한다. 만약 아이를 낳자마자 다른 사람이 기르게 하고 말과 기색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비록 수십년이 지난다 하여도 이 사람이 어찌 신령스럽게 통하여 알수 있겠는가? 또한 나서부터 귀머거리나 소경이 비록 부모와 형곁에서 자란다 하여도 어찌 그 사랑과 공경을 충분히 다할수 있겠는가. 따라서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는것은 실로 오래동안의 견문에 의한 관습 및 인식에서 나온것이다.》(《기측체의》 추측록 1권, 추측제강, 애걸출어추측)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실학자들은 도덕의 사회경제적기초를 해명하며 도덕의 신비적기원을 반대하고 현실생활과 결부시켜 도덕의 발생을 론의하는 현실중시의 도덕을 제기함으로써 당대의 륜리사상이 근대적인것으로 접근하는데 일정하게 기여하였다.

실마리어: 도덕, 실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