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반만년의 오랜 과정을 거쳐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력사는 그 기간에 창조된 문화유산을 통하여 전하여지고있습니다.》(《김일성전집》 제44권 241페지)

《담헌서》는 18세기에 활동한 대표적실학자인 홍대용(1731―1783)의 저술유산을 집대성한 책이다.

자는 덕보, 호는 담헌이라고 부른 홍대용은 처음 김원행에게서 배우다가 공리공담적인 주자성리학에 환멸을 느끼고 류형원의 《반계수록》을 파고들면서 과거를 포기한채 고향에서 실학연구에 전심하였다.

1765년 청나라에 다녀온 홍대용은 선진과학기술도입을 골자로 한 《북학》사상을 내놓았으며 박지원, 리덕무 등과 함께 실사구시적립장에서 다방면적인 론의를 진행하였다. 그후 그는 벼슬길에 나서 선공감 감역, 영천군수 등을 지내면서 자기 포부를 실현하려고 애썼으나 보수관료들의 저애로 고충을 겪다가 사망하였다.

오래동안 필사본으로 전해오던 《담헌서》는 해방전에 출판되였으며 해방후에 2책분으로 번역출판되였다. 이 책의 편찬자와 편찬년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져있지 않다.

《담헌서》는 량적면에서 보면 그리 방대한 저서는 아니지만 그 내용의 심오성과 풍부성으로 하여 천문, 률력, 수학, 군사, 정치 등 각 분야에 걸쳐 홍대용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고있다.

《담헌서》는 필사본으로만 전해지다보니 유감스럽게도 귀중한 유고들이 적지 않게 류실되였다. 《주해수용》의 경우 외편(상)이 통채로 잃어져 구체적내용을 알수 없고 《해동시선》(1책), 《대동풍요》(2책) 등은 제목만 남아있을뿐이다.

《담헌서》는 편찬구성과 배렬방식에서 독특한 특성을 나타내고있다.

일반적으로 중세시기 문집편찬은 흔히 시와 산문의 두 부분으로 구분하고 구체적인 형태별로 배렬하였거나 혹은 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배렬하는것이 보편적인 전례로 되여있었다. 이와 달리 《담헌서》는 내집(4권)과 외집(10권)으로 나누어지며 그안에서 다시 여러 편목으로 구성되면서 산문 100여편과 한자시 30여수를 수록하였다.

내집, 외집은 그 내용상 자료를 구별한것인데 국내와 관련된 자료는 내집에 편입하였고 국외와 관련된 자료 다시말하여 저자의 중국려행과 관련된 자료는 외집에 편입하였다.

내집 1권에는 유교경전들을 연구하는 과정에 제기된 의견을 서술한 《심성문》, 《서성지의 론심설에 대하여》, 《소학문의》, 《사서문변》, 《삼경문변》, 《계몽기의》 등 10편의 글이 실려있다.

《심성문》은 봉건유학자들속에서 주요론제로 되고있던 심성리기설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였으며 《사서문변》, 《삼경문변》에는 《대학문의》, 《론어문의》, 《맹자문의》, 《중용문의》, 《주역변의》에 대한 자기식의 해석을 가하고있다.

내집 2권에는 《사론》, 《계방일기》 2편이 들어있다.

《사론》은 중국의 력사적인물 80명에 대한 간단한 인물평을 위주로 하고있는데 력사의 흥망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결부하여 봉건문인들이 입버릇처럼 떠드는 《명분》의 위선성을 까밝히고있다. 《계방일기》는 1774년 12월 1일부터 다음해 1775년 8월 26일까지 세손인 정조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면서 문답한 내용을 쓴 일기이다.

내집 3권―4권은 홍대용이 평상시에 쓴 편지, 기, 발, 설, 시, 묘지문을 비롯하여 10여종의 형태에 걸치는 시와 산문 70편이 들어있는데 《담헌서》의 제일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것은 4권 보유편에 수록된 《림하경륜》, 《의산문답》이다. 이 두편에는 홍대용의 실학사상은 물론 천문, 력학 등 자연과학에 대한 연구성과가 수록되여있다.

《림하경륜》은 전라도 라주고을을 책임진 관리의 립장에서 서술된것으로 보아 홍대용이 라주목사였던 아버지의 명의로 집필한것으로 보아진다. 여기서는 지주에 의한 사적토지소유를 반대하고 공전제원칙에서 균전을 주장하였으며 아무 직업에도 종사하지 않고 놀고먹는 량반을 도태할데 대한 문제, 18살이상의 청소년들을 교육하되 우수한자는 대학에까지 올려보내여 공부시키며 인재본위로 관리를 등용할데 대한 문제, 병농일치의 원칙에서 대군을 편성하고 일상적으로 훈련시켜 전시에 대처할데 대한 문제 등을 서술하였다.

《의산문답》은 주자성리학을 대표하는 허자와 실학적견해를 지닌 실옹이라는 가상적인 두 인물간의 대화형식으로 되여있는데 서술방법과 기교에서 일종의 철학소설을 방불케 한다. 허자는 30년간 유교성리학에 도통한 문인으로서 청나라의 북경을 려행하면서 그곳 학자들과 교류한다. 그런데 그들의 고루한 견해에 실망한 허자는 귀국도중 동북지방의 명산 의무려산을 지나던중 은거선비인 실옹을 만나 자연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문답을 진행한다. 이로 보아 글은 대체로 홍대용이 청나라려행을 마치고 돌아온 1766년이후에 저술한것으로 보인다.

내집 3권―4권에서 이채로운것은 홍대용이 창작한 한자시 25수이다.

비록 산문유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량이기는 하지만 5언고시, 7언고시, 잡언, 5언절구, 7언절구, 5언률시, 7언률시 등 여러 한자시형식과 장시, 시초와 같은 다양한 시문학형태를 포괄하고있다.

시 《건곤일초정주인》, 《서계 청절사》, 《산정에서 김리안과 함께 국화를 감상하면서》(2수), 《고향으로 돌아가는 벗에게》 등은 명승고적들의 풍치와 이국살이체험에 의탁하여 조국에 대한 사랑과 당대의 불합리한 현실에서 체험하게 되는 분노와 정신적고민을 드러내보이고있으며 시 《념재 신광직의 시운을 따라》, 《신념재와 연암 박지원에게 지어준 시》, 《잡영》(4수) 등에는 나라의 후진성을 가시고 부국강병을 이룩할데 대한 실학적지향이 담겨져있다.

또한 《조음 륙비에게 부치노라》, 《추루 반정균에게 부치노라》, 《산해관에 다시 이르러 망해정에 올라 전당의 벗들을 그리며》, 《곽담원의 시운을 따라》를 비롯한 청나라문인들에게 지어준 시들도 높은 시적기교를 과시하는 동시에 인정세계를 리해함에 있어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작품이다. 이러한 한자시들은 다른 민족고전문헌들에서는 볼수 없는것들이다.

시유산의 이러한 형태적다양성과 그 특징은 홍대용의 풍부한 예술적재능과 기교, 창작에서의 면모를 충분히 가늠할수 있게 한다.

내집 3권―4권에서 비교적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편지 22통은 주로 친구들과 제자들, 친척들과 주고받은것인데 이중에는 홍대용의 미학적견해와 사회정치적견해를 담은 글들이 적지 않다.

서문과 발문, 기문들 역시 홍대용의 생애자료와 철학 및 사회정치적견해들을 다양하게 반영하고있는것으로 하여 사료적가치를 가진다.

10권으로 된 외집에는 홍대용이 청나라에 갔을 때 그곳 학자들과 학술적문제들에 대하여 필담과 서신으로 토론한 내용을 담은 《항전척독》, 《간정동필담》 그리고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쓴 수학저서 《주해수용》, 청나라기행문인 《연기》가 수록되여있다.

외집 1권―3권에서는 《간정동필담》과 《항전척독》이 기본을 이룬다.

《간정동필담》은 1765년말―1766년초 청나라에 가서 70여일간 체류하는 기간에 항주의 문인들인 륙비, 엄성, 반정균 등을 만나 교유하는 과정에서 정치, 도덕, 사회, 풍속 등 각 방면에 걸쳐 때로는 서신으로 때로는 장황한 필담으로 문답한 초기들을 수록하고있다.

《항전척독》이라는 제명은 항주에서 전하는 편지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여기에는 귀국후 14년동안 청나라에서 사귄 문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33건을 정리하여 수록하고있다. 그중 륙비와 등사민에게 보낸것이 각각 4건, 반정균에게 보낸것이 5건, 손유의에게 보낸것이 6건 등이며 시기적으로 제일 마지막의것은 1780년 엄구봉에게 보낸것이다.

여기서는 청나라려행이후 홍대용의 생활과 저술활동이 다른 글들보다 구체적으로 서술되여있는것이 주목된다.

외집 4권―6권을 이루는 《주해수용》은 산수, 기하, 천문관측의 추산법 등에 대한 저술로서 중세시기의 대표적인 수학책으로 알려져있다.

《주해수용》은 내편과 외편으로 되여있는데 편마다 상과 하로 나뉘여졌으며 내편으로부터 외편으로 가면서 내용상 기초적인것으로부터 응용적인것에로, 단순한것으로부터 복잡한것에로 심화시켰다.

내편 상에는 곱하기구구, 나누기구구, 단위들의 환산률, 산가지로 곱하기와 나누기를 간단히 하는 방법, 평면도형의 면적과 립체의 체적을 구하는 공식 등이 취급되고 이어 17가지 항목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산법을 주었다. 여기에는 분수계산, 제곱계산, 약분, 등차수렬의 합의 공식과 활용문제, 각종 도형의 면적과 여러가지 립체의 체적계산, 1원2차방정식과 1원고차방정식의 풀이법 등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그리고 하에서는 13개의 항목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주고있다. 여기서는 1원고차방정식의 점차근사풀이법, 최대공약수, 최소공배수계산, 일반3각형풀이법, 3각함수의 기본공식, 원, 구에 대한 문제 등을 제시하고 문답형식으로 풀이하였다.

외편의 상은 류실되여 전해지지 않으나 대체로 력산이 들어있은것으로 추측된다. 하에서는 크게 3가지 문제 즉 측량(오늘의 대지측량과 천문측량을 포괄), 의기(통천의, 혼천의, 측관의, 구고의 4가지 기구의 구조와 사용법), 음률(음률과 음조에 대한 수리적인 분석)을 제기하고있다.

책에는 우리 나라 17세기의 수학자 경선징의 《상명수결》, 박율의 《수원》과 국내외 수학도서들이 참고로 리용되였다. 이것은 자연과 사회의 모든 현상을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수학적방법으로 정확히 해석하려는 홍대용의 실학적태도를 뚜렷이 보여주었다.

외집의 7권―9권은 홍대용이 1765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청나라려행과정의 견문을 상세히 서술한 기행문 《연기》를 수록하고있다.

이 작품은 내용상 려행로정전반을 포괄하지 않고 압록강에서 열하지방에 이르는 로정과 그 기간의 체험만을 집중적으로 반영하고있다. 그러면서도 견문체험을 73개 편목으로 나누어 반영하였다. 《연기》에는 철학, 정치, 경제, 천문, 지리, 풍속제도, 력사, 고적 등 사회생활의 거의 모든 령역에 걸치는 많은 문제들이 취급되고있으며 연암의 세계관과 사회정치적 및 미학적견해가 반영되여있다.

제10권은 《연기》의 마감부분과 함께 홍대용과 관련하여 국내외문인들이 지은 시문들이 부록으로 첨부되여있다.

부록에서는 《홍덕보묘지명》(박지원), 《담헌 홍덕보묘표》(리송), 《종형 담헌선생유사》(사촌동생 홍대응)가 들어있어 홍대용의 생애와 저술활동에 대한 가치있는 자료들을 제공해주고있다. 이와 함께 김종후, 리송, 리덕무, 박제가, 류득공, 김리안 등이 홍대용의 집과 롱수각을 소재로 하여 쓴 《애오려기》, 《담헌기》, 《롱수각기》 등과 시 《애오려8영》 등 20편이 수록되여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하여 《담헌서》는 홍대용에 대한 연구에서 기초적인 사료로 될뿐 아니라 중세말기 사회력사적환경 특히 실학파의 진보적경향을 연구하는데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실마리어: 《담헌서》

리윤정

리윤정